天道 是非

일반자료 2023. 3. 24.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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天道 是非

선하고 의롭게 사는 자에게 온갖 명예와 부귀가 반드시 돌아가야 한다는 법은 없다. 오히려 현실 세계에서는 그 정반대 현상이 두드러지기도 한다.

청백리라고 해서 승진이 수월하기보단 동료들의 눈총을 받기가 일쑤고, 새로운 진리를 발견한 학자가 탄압을 당하기도 한다.

갖은 술수를 써서 돈을 긁어모아 엄청난 부를 모은 사람이 허다하고(예컨대, 한국의 재벌들은 부동산 투기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이고 문어발식 확장으로 유망한 중소기업을 희생시켰는가), 일단의 정치군인들은 한때 모든 민주 역량을 군홧발로 말살하여 최고의 권력을 휘두르지 않았던가?

어쩌면 명예와 부만을 쫓다 보면 선도 악으로 변하고 정의도 불의로 바뀌어 버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종교에서는 현세의 선과 악을 자(尺)로 하여 내세의 천당과 지옥으로 심판하는 이미지를 만든 것이 아닐까 한다.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라는 한탄도 선이 대접 못 받는 이미지에 불만에서 나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우리는 내세에서보다 현세에서 악은 징벌을 받고 선은 칭송이 되기를 간절히 원한다. 그래서 TV 드라마에서나 소설에서 권선징악적인 결말에 이르게 되면 통쾌한 기분을 만끽한다. 죽도록 고생하다 보면 하늘도 무심치 않겠거니 희원(希願)해 보기도 한다.

진실한 인간이 그에 걸맞은 대우는커녕 핍박을 받을 때 과연 진리는 추구할 만한 것인지 의문이 들 수가 있는 것이다. 중국의 유명한 사학자인 사마천(司馬遷)은 그 일생이 기구한 만큼 하늘을 우러러 그 참된 뜻을 피눈물로 호소한 바 있다.

한 무제의 천한(天漢) 2년(BC 99)에 태사령(太史令 -조정과 황실의 문서를 기록하는 기관의 책임자)이었던 사마천은 이른바 ´이릉(李陵)의 화(禍)´에 의해서 차마 견딜 수 없는 궁형(宮刑)을 받고 남자의 자격을 잃어 옥에 갇힌 몸이 되었다.

청렴결백하고 용맹 강직한 무장 이릉이 불과 5천 명의 군졸을 지휘하여 흉노의 수십만 대군과 용전감투하다가 천한 2년에 중과부적으로 부대는 전멸하고 자신은 인사불성에 빠진 채 포로가 되었다.

이릉에게서 승전보가 올 때마다 무제와 한실(漢室)의 백관은 갈채와 만세를 부르며 좋아 날뛰었을 뿐 악전고투를 거듭하고 있는 이릉에게는 응원군을 보내지도 않고 있다가 급기야 패전했다는 소식이 전해오자 동정은 못 하나마 입을 모아 비난과 욕설을 퍼부어댔다.

이때 사마천 한 사람만이 감연히 일어나서 이릉을 변호했기 때문에 어리석은 무제의 역린(逆鱗; 왕의 분노)을 건드려 투옥을 당했다. 이것이 바로 ´이릉의 화´라는 것이다.

옳은 일에 대해 옳다고 주장하다가 억울한 형벌을 받은 사마천은 차라리 죽음보다도 백 배 견디기 어려운 치욕을 씹어가며 오로지 자기 손으로 인간의 정당한 역사를 기록해서 후세에 남기겠다는 결심을 했다.

결심이 그러했던 만큼 그는 120권으로 이루어진 사기(史記)전질을 통해서 사람의 폐부를 통렬하게 찌르는 필치로써 엄청난 비판을 가하였다. 특히 백이열전(伯夷列傳)은 읽는 사람이 엄숙한 자세로 옷깃을 바로잡게 하며 많은 사색과 교훈을 안겨주고 있다.

그는 말한다.

흔히 ˝천도는 정실이 없으며 항상 착한 사람을 돕는다(天道無親 常與善也)˝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으나 이는 인간이 쓸데없이 하늘에 기대를 거는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 이 말대로 하늘이 진정 착한 사람만을 도와준다면, 이 세상에서는 언제나 선인(善人)이 번영할 것이다. 그런데 실로 그렇지 않으니 웬 말인가?

백이(伯夷). 숙제(叔齊)가 어진 마음을 쌓고 언행을 깨끗하게 했음은 세상이 다 아는 터이지만, 그러나 그들은 먹을 것이 없어서 굶어 죽고 말았다. 또한 공자 70명의 제자 가운데 공자가 진실로 학문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하여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사람은 안연(顔淵) 한 사람뿐이었으나 그 출중하고 비범했던 수재 안연도 항상 가난에 쪼들려서 헐벗음과 굶주림 속에 신음하다가 쌀겨조차 배불리 먹지를 못했으며 끝내는 영양실조에 걸려서 젊은 나이에 죽고 말지 않았는가? 이런 데도 하늘이 착한 사람을 돕는다고 할 수 있겠는가?

또 한편에서 보면. 저 유명한 악당 도척(盜跖)은 무고한 백성들을 여반장으로 죽이고 무참하게도 사람의 고기를 날로 먹거나 말려서 먹는 잔인무도한 악행을 공공연히 일삼았던 자요, 수천 명에 달하는 도둑 떼를 거느리고 천하에 횡행한 인간이건만, 넉살스럽게도 장수를 누리고 제명대로 한 것 늙어서 죽었다. 이것은 대체 어찌 된 노릇인가. 이상은 너무나 현저한 예에 지나지 않는다.

이와 유사한 일들은 날마다 다반사로서 우리들의 주위에 얼마든지 일어나고 있다. 조금만 주의를 해 보면 예의범절도, 인간 세상의 기초적인 상식도 배우지 않은 채 사회질서를 마구 휘젓고 그러면서도 한평생 호의호식하며 권세나 부귀를 자자손손에게 물려주는 예도 드물지 않다.

반면에 한결같이 공손 겸양, 청렴결백해서 바른길, 옳은 일만을 인생의 업으로 삼다가 재난과 악화의 제물이 되는 사례가 또한 이루 헤아릴 수 없다. 그것과 이것을 통틀어 관조할 때 이 사이에는 실로 중대한 의문이 남는다. 과연 천도(천도)는 시(是)냐? 비(非)냐?

사마천의 결론은 처절하다. 이 이야기의 전반은 사기에서, 후반은 백이열전에서 추린 것이다. ´천도시비´란 비통한 말은 백이열전에 있는 것으로 사마천이 하늘을 의심한다기보다 하늘을 우러러 피눈물로 호소한 말이라 하겠다.

사마천의 한탄은 오늘날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으니 한탄스럽기만 하다. 앞으로는 제발 그런 한탄의 소리가 조금이라도 수그러들었으면 좋겠다. 선(善)에는 명예와 상을 주고, 악(惡)에는 불명예와 벌이 주어짐으로써./신용준 - 새마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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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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