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극 배우인 베크만은 한 연극 평론가가 자신의 연기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써 놓은 것을 읽고는 잔뜩 화가 났다. 물론 평론가의 글은 호평과 혹평이 함께 하는 글이었지만 베크만에게는 유독 혹평만이 눈에 띄었다.
베크만은 사람들만 만나면 평론가가 연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글재주만 믿고 아무 말이나 지껄인다고 그에 대해 험담을 늘어놓았다. 결국 그것은 평론가의 귀에까지 들어갔고, 평론가는 자신의 직분에 충실했을 뿐이라며 베크만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하지만 베크만은 사과는커녕 태연히 그를 조롱했다.
그러자 평론가도 참다못해 법원에 명예훼손으로 고발을 해 버렸다. 평론의 자유를 모독하고 인신공격으로 무례한 행동을 하는 베크만을 이제는 참고 볼 수 없었다. 그리고 재판 결과 베크만은 여러 증인의 입회하에 평론가에게 정중히 사과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베크만은 사과만은 하고 싶지 않았지만, 판결을 따르지 않으면 벌금형을 받을 테니 평론가의 집을 찾아갔다. 평론가는 자신이 부른 증인들과 함께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베크만은 문을 열고 머리만 들이밀고서 이렇게 물었다.
“여기가 상인 슐처 씨의 집이 맞습니까?”
슐체 씨 집이라니?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과 평론가는 어리둥절해서 아니라고 머리를 저었다.
그래도 베크만은 “여기가 정말 상인 슐체 씨의 집이 아니란 말입니까?” 하고 다시 물었다. 평론가가 “아니요”라며 얼굴을 찌푸리자 베크만은 한 마디를 남기고 훌쩍 가 버렸다.
“아! 예, 대단히 실례했습니다.”
그제야 베크만의 의도를 알아챈 증인들은 어이가 없어서 아무 말도 못 하는 평론가에게 미소 띤 한 마디를 건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냥 실례합니다. 도 아니고 대단히 실례했다고 했으니 사과는 사과로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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