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도》《빌헬름 텔》에서 부조리한 현실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 낸 실러는 독일 사회를 비판하는 바람에 평생을 쫓기는 신세로 지냈다. 하지만 그는 가난 속에서도 현실을 바로잡으려는 굳은 의지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가 이처럼 어려움과 당당히 맞설 수 있었던 것은 어린 시절부터 지녀온 천진하고 여유로운 마음 때문이었다.
그가 어렸을 때 하루는 천둥과 번개가 심하게 치며 비가 퍼붓고 있었다. 그의 어머니는 따뜻한 우유를 주려고 어린 실러를 찾았는데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그때부터 가족들은 집안 곳곳을 뒤지며 실러를 찾았다. 이윽고 집안에 실러가 없다고 확신한 아버지는 비옷을 챙겨 들고 밖으로 찾아 나섰다.
평소 도랑물에 종이배를 띄우며 놀던 실러의 모습이 떠오르자 아버지는 도랑 주변을 샅샅이 살폈다. 도랑은 물이 불어 엄청난 속도로 흐르고 있었다. 도랑을 따라 한 10미터쯤 걷자 아름드리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 아버지는 얼른 나무 아래로 가보았다. 그런데 아버지는 깜짝 놀랐다. 실로는 보이지 않고 아들의 신발만 놓여 있는 것이 아닌가. 물에 떠내려갔나 싶어 아버지는 거의 울부짖듯 “실러!” 하고 아들의 이름을 불렀다.
그때 빗소리에 섞여 어디선가 휘파람 소리가 간간이 들려왔다. 아버지는 휘파람 소리가 나는 곳을 찾아 두리번거리다 문득 나무 위를 쳐다보았다. 그런데 나무 꼭대기에 어린아이가 비를 맞으며 앉아 있는 것이다. 아이는 하늘을 바라보며 휘파람을 불고 있었다.
아버지는 한숨을 쉬고는 아들을 불렀다. 몇 번을 부르자 그제야 실러가 나무에서 내려왔다. 온통 비에 젖어 떨면서도 실러는 아버지에게 물었다.
“아빠, 도대체 하늘 어디서 이렇게 많은 물이 쏟아지고 있는 걸까요?”
아들을 혼내려고 했던 아버지는 아이의 퍼붓는 빗속에서 생각에 잠긴 아들의 순수한 마음이 기특해 그저 실러를 꼭 안아 주었다./ 좋은 생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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