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라는 말은 분명 푸른 빛 일겠다.
새파랗게 날 선 ㅊ의 음운 하나
늘어진 어깨 풀 먹이고
첫 마음의 깃을 헹군다.
처음이라는 것,
누구도 손 닿지 않은 햇빛,
가만히 세어보는 아기의 내밀한 솜털,
그 투명하고 노란 음절로 내 욕망,
부끄럽게 접는다.
아침마다 받는 시간,
신의 하루 시간을 경건하게 하는 힘,
처음이라는,
가슴 벅찬 푸른 음절 /권오순-
최근 읽은 詩중 가슴에 투명한 물결의 느낌 하나 던져주고 간…. 지나온 시간을, 앞으로의 시간을 경건하게 하는….
처음이라는 것, 그것은 푸르르고 설레고 맑은 만큼이나 지루해 가는 시간 속에서 자칫 그 마음 잃어버리기 쉬운 것.
새벽 5시, 깊이 잠이 든 딸아이와 남편을 위해 건새우를 넣어 맑은 두붓국을 끓여놓고 부산스럽게 이른 출근 준비를 하면서 오랜만에 뿌듯함 하나 느낀다.
마치 그러한 이른 아침 준비를 처음 해보는 양….
처음이라는 것.
언제 들어도 식은 밥처럼 물린 말이지만 그러나,
언제 들어도 어머니 손맛 같은 깊은 맛이 나는,
언제 들어도 첫사랑 그 설레는 기억처럼,
언제 들어도 흐린 날의 라일락 그 향기처럼
그윽하게 울리는,
언제 들어도 5월 햇살처럼
투명하고 눈부신….
첫음절.
/ 좋은 생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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