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뜨는 아침에는 나도 맑은 사람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보고 싶은 마음 때문에 밤새 퍼부어대던 눈발이 그치고 오늘은 하늘도 맨 처음인 듯 열리는 날, 나도 금방 헹구어낸 햇살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창가에 오랜만에 볕이 들거든 긴 밤 어둠 속에서 캄캄하게 띄워 보낸 내 그리움으로 여겨다오.
사랑에 빠진 사람보다 더 행복한 사람은 그리움 하나로 무장 무장 가슴이 타는 사람 아니냐? 진정 내가 그대를 생각하는 만큼 새날이 밝아오고, 진정 내가 그대 가까이 다가가는 만큼 이 세상이 아름다워질 수 있다면, 그리하여 마침내 그대와 내가 하나가 되어 우리라고 이름 부를 수 있는 그 날이 온다면, 봄이 올 때까지는 저 들에 쌓인 눈이 우리를 덮어줄 따뜻한 이불이라는 것도 나는 잊지 않으리.
사랑이란 또 다른 길을 찾아 두리번거리지 않고 혼자서는 가지 않는 것, 지치고 상처 입고 구멍이 난 삶을 데리고 그대에게 가고 싶다.
우리가 함께 만들어야 할 신천지, 우리가 더불어 세워야 할 나라, 사시사철 푸른 풀밭으로 불러 다오.
나도 한 마리 튼튼한 착한 양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안도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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