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나는 손에 자신이 없었다. 초등학교 시절에 핸드볼을 한 탓인지 원래 큰 손이 더 큰 왕손이 되고 말았다. 아직도 잊히지 않은 아픈 기억이 있는데, 중2 때 큰 형부가 집에 처음 오시던 날 ˝처제, 우리 악수 한번 할까?˝ 하며 손을 내미셨다. 그런데 큰 손이 부끄러웠던 난 당황하여 얼른 손을 등 뒤로 감추었다. 그리고선 형부가 무안해할까 봐 ˝형부, 전 손이 너무 못생겼어요˝ 하며 우물쭈물 그 상황을 넘겨 버렸다.
벌써 15년 전 일인데 지금도 생생하다. 그만큼 나는 크고 못난 내 손을 부끄러워했다. 그런데 작년 여름 갑자기 손에 통증이 느껴지더니 엄지손가락이 이유도 없이 부어올랐고, 서서히 굳어 가는 것이 아닌가? 참 묘한 병이었다. 그 때문에 수술을 받느라 한 달여 동안 병원 신세를 졌다. 참으로 긴 고통의 시간이었는데 그때야 비로소 깨달았다. 건강한 손이야말로 참으로 아름다운 것임을.
그리고 이런 내게 어제, 놀라운 일이 있었다. 내가 담임하는 반 아이 중에 은경이라는 아이가 있는데, 손톱 검사를 하느라 책상 위에 가지런히 올려놓은 손을 보니 손가락이 세 개밖에 없었다. 미처 그 사실을 몰라 당황해하는데 은경인 자신 있게 손을 내밀면서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제 손 좀 보세요. 손톱 참 깨끗하게 깎았죠.˝ 빙그레 웃는 은경이의 얼굴을 보며 내 가슴은 마구 고동쳤다. ´정말 이 아이는 자기 모습을 부끄러워하지 않는구나.´
당당하게 손을 내밀고 있는 은경이의 모습이 너무나 예쁘고 사랑스러웠다. 한편으로는 나 자신이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진실로 아름다운 손은 건강한 마음을 가진 은경이의 손이 아닐까.
/문혜란 / 경기 김포시 북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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