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늘 바다로 떠날 일을 꿈꾸지만 나는 아무래도 강으로 가야겠다. 가없이 넓고 크고 자유로운 세계에 대한 꿈을 버린 것은 아니지만, 작고 따뜻한 물소리에서 다시 출발해야 할 것 같다.
해일이 되어 가까운 마을부터 휩쓸어버리거나 이 세상을 차갑고 거대한 물로 덮어버린 뒤 물보라를 날리며 배 한 척을 저어나가는 날이 한 번쯤 있었으면 하지만, 너무 크고 넓어서 많은 것을 가졌어도 아무것도 손에 쥐지 못한 것처럼 공허한 바다가 아니라, 쏘가리 치리 동자개 몇 마리만으로도 넉넉할 수 있는 강으로 가고 싶다.
급하게 달려가는 사나운 물살이 아니라 여유 있게 흐르면서도 온 들을 다 적시며 가는 물줄기와 물살에 유연하게 다듬어졌어도 속으론 참 단단한 자갈밭을 지나 천천히 천천히 걸어오고 싶다.
욕심을 버려서 편안한 물빛을 따라 흐르고 싶다. 너무 많은 갈매기 가마우지 떼가 한꺼번에 내려앉고 한꺼번에 날아오르는 바다가 아니라, 내게 와 쉬고 싶은 몇 마리 새들과도 얼마든지 외롭지 않을 강으로 가고 싶다.
은백색 물고기 떼를 거느려 남중국해에서 동해까지 거슬러 오르는 힘찬 유영이 아름다운 것도 알지만 할 수만 있다면 한적한 강 마을로 돌아가 외로워서 여유롭고 평화로워서 쓸쓸한 집 한 채 짓고 맑고 때 묻지 않은 청년으로 돌아가고 싶다.
그 강 마을에도 어린 시절부터 내게 길이 되어주던 별이 머리 위에 뜨고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호젓한 바람 불어오리니 아무래도 나는 다시 강으로 가야겠다. /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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