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도시에서 비밀스러운 삶을 살고 싶은 게 내 꿈이다.
내가 이러이러한 사람이라는 것을 보이지 않을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낯선 사람들에게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경우에라도 나는 실제 있는 그대로 더욱더 보잘것없는 사람으로 보였으면 싶다.
예를 들어서 실제로 어떤 나라를 가보아서 알고 있다 하더라도 나는 모르는 척하고 싶다.
내게는 익숙한 어떤 사상을 누가 장황하게 이야기한다면 나는 그런 것을 처음 듣는 것처럼 하고 싶다.
누가 나의 사회적 지위를 묻는다면 나는 지위를 낮추어 대답하고 싶다.
내가 실제로 감독이라면 인부라고 말하고 싶다.
유식하게 떠드는 사람의 말을 듣기만 할 뿐 이의를 말하지 않았으면 싶다.
나는 ‘격’이 낮은 사람들과 왕래하고 싶다. /장 그르니에의 《섬》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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