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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에 관한 비유  

     

 

 

 

 

냉장고 문을 열자 웅크린 감자 몇 개

 

 

잊고 산 시간 저편 겨울의 안부 같은

 

어쩌면 지우고 남은 우리 삶의 여운 같은

 

혹한을 견디고 온 노숙의 그것처럼

 

이를테면 경이로운 생존의 순간들이

 

서로가 서로를 붙잡고 봄을 만나는 것이다

    /박연옥

 

 

    봄은 그냥 오는 게 아니라고, 꽃샘이 매섭게 치고 갔다. 이럴 때가 더 추운 사람이 많다. 꽃샘 감기쯤은 통과의례로 넘겨야 할 만큼 삶의 체감온도가 낮아진 것이다. 게다가 따뜻함 속의 차가움으로 사는 냉장고처럼 겉과 다른 속앓이도 꽤 많다. 냉장고가 온도 유지라는 운명으로 밤낮없이 저를 돌리듯, 유지할 게 너나없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밤의 냉장고 소리에는 자면서도 대출을 걱정하는 현대인의 내면이 겹치곤 한다.

 

 

   하지만 그런 속에서 찾아내는 따뜻한 안부도 있다. 새싹이라도 틔웠던가, '웅크린 감자 몇 개'가 '잊고 산 시간 저편의' 안부를 일깨워주는 것이다. 그렇게 '경이로운 생존의 순간'을 열어주는 감자 몇 알이 있어 삶은 또 삶이다. '혹한을 견디고 온 노숙의 그것처럼' 어쩌면 우리 봄도 그렇게 '서로를 붙잡고' 만나는 것이다. 아니 만드는 것이겠다. 서로를 받잡고

    /정수자·시조시인/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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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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