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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기 바람이었네

순백(純白)의 교복 깃을 

숯불 다리미로 꼭꼭 문질러 

드높은 지조인 양 곧추세우고

열병처럼 꿈을

 앓던 여고 시절이 

바로 엊그제만 같은데

세월은 벌써

바람이 산마루를 훌쩍 넘듯

마흔 고개를 넘은 지 오래.

 

아, 이렇게 세월은 

바람처럼 무심히 흐르는 것인가

이제껏 내 인생의 발걸음은 

어디를 그리도 바삐 서성거렸나

지금 나의 인생은 

어느 길 위에 서 있나 

꿈결인 듯 그이를 만나 

그이를 사랑하고

 그이와 함께 오순도순 살아온

 지난 세월은

 한 줄기 바람, 바람이었네

 그래도 나는 알지

 그 바람의 끝이야

 내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 끝에는

 그분의 말없이 크신 은총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젊은 날의 흩어진 꿈의 조각들도

 앞으로의 내 생의 호흡과 매 순간의 발걸음도

 그분의 가없이 넓은 품속에 있다는 걸
나는 직감으로 알지
그 느낌으로 하루하루 살지
/ 정연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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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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