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면 배낭을 짊어지고 구두칼로 등산화를 깊게 눌러 신습니다.
매일 가는 산행길이지만 나는 그 매일 왜 그리 싫었을까요.
생각을 바꾸면 세상이 바뀐다고 TV에서 침이 튀라고 하는 말도 한 귀로 흘립니다.
그런 아침에 매일 만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옆집 사는, 남편의 몇 살 아래 후배입니다.
젊어서 공부도 좋고 똑똑한 사람인데
뇌수술 후 직장도 다니지 못하고 힘들여 살아온 모양입니다.
어찌나 우스갯소리를 잘하는지
우린 가끔 받아주는 재미로 웃음을 흘리곤 했습니다.
그렇게 며칠 몇 달이 지나면서 소소한 지루함을 느끼고 있는 참이었습니다.
어떨 때는 빗자루 들고 마당을 쓸며 흘리는 소리.
어떨 땐 뭐라 뭐라 혼잣말을 하며 폐품정리로 바쁜 모습일 때.
그도 아닐 땐 마치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듯이 멀뚱히 지켜보며 쳐다볼 때도 있었습니다.
참. 시선이 부담스럽고 말대답하기에 싫증이 나려 했습니다.
그런데. 그러던 사람이 어느 날부터 보이질 않았습니다.
사람의 마음이 어찌나 간사한지
매일같이 골목을 지키고 섰을 때는 부담스럽더니
눈에 안 보이니 궁금해졌습니다.
정말 웬일일까. 했지요.
한참 후에 그분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릴 들었습니다.
젊은 나이에 항암치료를 받고 있었다 합니다.
어찌나 사실을 농담처럼 웃음 섞어 말을 하는지 정말 몰랐습니다.
한번은 우리를 쫓아 산에 가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도중에 맛이 가서 돌아왔다는 소릴 우린 웃으며 농으로 들었습니다.
그래도 이웃인데 아쉬운 마음에 삼우제 지나고 집으로 찾아갔습니다.
집에 대소사가 있다고 핑계는 댔지만
사실은 젊은 사람 조상하기가 내키지 않았었습니다.
의외로 반갑게 맞아주시는 어르신과 그의 안사람이 내어준 커피에
이런 저런 얘기하다가 마음을 울리는 소릴 들었습니다.
아침이면 옆집 형이 지나갈 때가 되었다며
나가서 마당 쓸고 들어오겠다고 바삐 옷을 챙겨 입었답니다.
10시경이면 한참부터 나와 담배꽁초와 휴지를 줍고.
그러다 보이지 않으면 벌써 가버렸다며 그렇게 화를 내었답니다.
아마도 그런 날은 귀찮아 신발을 신지 않은 날이었을 겁니다.
유일한 낙으로 삼았었다는 말을 그의 아내는 말을 합니다.
하루 중 가장 짧은 시간을 유일한 낙으로 삼으며 하루하루를 보냈다니.
우린 그것도 모르고 귀찮다며 시간을 늘려
10시가 훨씬 넘어서 게으르게 나서는 날이 더 많았습니다.
한마디 말을 붙이기 위해.
누구와도 대화가 부족한 쓸쓸한 마음을
단지 옆집 사람이라는 이유로 받아준 것도 모르고
낙으로 삼았다니.
스치듯 그 짧은 시간을 보내고 남은 긴 지루함을 어찌 감당했을까.
나에겐 하찮은 것을 그는 값지게 썼던 것입니다.
따뜻한 커피 한잔 마시고 돌아오는 길이 너무 버겁고
가슴이 시렸습니다.
그가 쓸고. 그가 주워 모으던 담배꽁초가
마당에 주인 잃고 뒹굴고 있었습니다.
내일이면 잊혀질 사람이고
내게 그리 담아 둘 사람 아니지만.
무심코 흘린 말들을 주워 모아 낙으로 삼아준 그 사람에게
간절히 명복을 빌어봅니다.
한동안 뒹굴던 마당이 요즘은 깨끗해지고 있습니다.
벌써 잊히고 있는 거겠지요.
그 이후로 무심코 지나는 말 한마디도 의미를 담아두게 되었습니다.
딱~오늘 같은 날이면 마당 쓸던 이웃 사람이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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