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모습을 조각한 상을 실은 나귀가 동네 앞을 지나가고 있었다. 지나가는 많은 사람은 거룩하신 신의 모습을 보고 공손하게 절을 하였다.
모든 사람이 나귀 앞에서 절을 하자 나귀는 사람들이 저를 보고 절하는 줄 알고 교만한 마음을 갖기 시작하였다.
´모두 나를 이렇게 존경하여 절을 하고 있는데 나는 여태껏 내가 이렇게 위대한 존재인 줄 몰랐구나.´
이때 무척 지위가 높아 보이는 노인 한 분이 지나가다가 나귀를 보고 절을 했다.
주인보다 훨씬 훌륭해 보이는 어른이 절을 하는 것을 보자 나귀에게는 더욱더 교만한 생각이 들었다.´
세상 사람들이 이처럼 나를 존경하는데 이 무거운 짐을 지고 다녀야 한단 말인가?´
그때 주인이 회초리로 나귀의 엉덩이를 세차게 때렸다. 꾸물거리고 있는 나귀에게 어서 가자고 재촉하는 매였다.
그러자 더욱 약이 오른 나귀는 앞발을 들고 벌떡 곤두서면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않고 뻗대었다.
“이놈의 나귀가.”
화가 난 주인은 한 번 더 나귀의 등을 내리쳤다. 그러나 나귀는, ´흥´ 나는 짐을 싣고 다닐 천한 나귀가 아니란 말이야.
이젠 주인에게 고분고분하지도 않을 거야, 라고 생각하며 꼼짝도 하지 않았다.
다시 매를 들어, 나귀를 때리려던 주인은 왜 나귀가 꼼짝도 하지 않고 주인의 약을 올리는지를 짐작하게 되었다.
주인은 더 굵은 몽둥이로 나귀를 후려치며 소리쳤다.
“바보스러운 나귀 새끼야. 사람들이 너를 보고 절을 하는 듯싶으냐. 만약 네가 지금 싣고 가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다면 이처럼 잘난 체하지 않았을 것이다. 잘 들어둬라. 너는 지금 신의 상을 등에 싣고 있단 말이다.”
주인에게 호되게 얻어맞은 나귀는 그제야 비로소 사람들이 절을 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http://www.gudosesang.com -김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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