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젊은 날을 돌이켜 보면, 그 쉽지 않은 여행들이 가능했던 것은 내가 삶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두운 방 안에서 나 자신과 씨름하는데 머물지 않고, 그 대신 아열대의 태양이 떠 있는 눈부신 세계 속으로 걸어 나왔기 때문이었다.
불면의 베개를 떨치고 여행길에 나서는 그 순간 이미 나는 달라져 있었고, 내 얼굴은 새벽의 미명 속에 희미한 희망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다른 누구와의 약속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과의 약속이었다. 그 희망을 내 것으로 하겠다는.
/류시화 <지구별 여행자> 중에서
- http://www.gudosesang.com -김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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