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 넝쿨

일반자료 2023. 7. 8.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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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을 사랑한 담쟁이 넝쿨

안녕하세요. 저는 담쟁이 넝쿨입니다. 가늘고 약해, 어딘가 쓸대도 없으면서 오래된 담벼락에 덕지덕지 엉겨올라가는 그 흔하디 흔한, 그런 담쟁이 넝쿨입니다.

당신이란 벽을 만나기 전엔 저는 그저 씨앗속에 잠든 피어나지도 않았던 존재였습니다.

처음 당신을 보았을 때 그 하얗고 아름다운 외모와 도도함과 고귀함을 동시에 지닌 분위기에 저도 모르게 바람을 타고 당신께 향하고 있었습니다.

당신께 도착하자, 당신은 웃으며 그 아름다운 귀퉁이 한자리를 내주셨고 저는 감히 당신속에 싹을 피울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윽고 조금씩 가지를 키우고 아름다운 당신을 조금씩 끌어안아갔습니다. 조금씩 조금씩, 조용히 조용히.

따뜻한 햇살속에 당신이라는 벽에 붙어서 살 수 있어서 저라는 담쟁이 넝쿨을 너무 행복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제가 너무 자라서 제 가지들이 당신을 다 뒤덮어 버렸네요.

처음에 하얗게 빛나던 그 외모는 이젠 푸석푸석한 가지들에 파묻혀 삭아가고 그 고귀한 모습도 주렁주렁한 잎들에 사라진지 오래내요.

햇빛 아래 멋지게 빛나던 옛날의 당신은 이제 어디로 갔나요. 제가 당신속에서 무럭무럭 자랄동안 당신은 어떻게 됐었나요.

당신을 지켜주겠다며 당신속에 새싹을 피웠었던 나인데 오히려 그 속에서 나는 지난 3년동안 당신의 보살핌을 받으며 자랐네요.

그 3년의 늘그막인 파란 하늘이 떠오른 계절의 지금에서 이제는 당신을 지키고자 합니다.

아낌없이 저를 보살펴 줬던 당신, 이젠 더이상 당신의 외관을 상하게 하지도, 그 아름다운 벽에 가지를 뻗치지도 않겠습니다.

당신의 하얀 벽면이 뜯어지면서도 나를 당신에게서 밀어내면은 혹 내가 죽어버릴까봐 이 하찮은 담쟁이 넝쿨을 붙잡아 주셨던 그대.

이제 전 다시 처음으로 돌아갑니다. 비록 당신속에서 더이상 자랄 수 없다해도 앞으로 두번다시 새싹을 피울 수 없다하여도, 지금껏 수많은 계절을 겪어오며 당신에게 붙어있었던 이 담쟁이 넝쿨은 너무 과분한 행운에 행복했었습니다.

저는 이제 죽을테지만 제가 뿌린 새 씨앗들은 또 어딘가에서 다시 싹을 피울것입니다.

만약 하늘이 제 맘을 알아주셔서 그 씨앗이 바람타고 다시 당신께 돌아온다면, 그런 동화속 얘기같은 아름다운 제 꿈이 이루어진다면, 혹 그런다면, 그땐 다시 한번 당신의 빈 자리에서 새로운 싹을 피워도 되겠습니까?

당신이 나중에 다시 이 씨앗에게 기회를 준다면, 그땐 아프게 하지않고 당신을 지켜드릴께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장경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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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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