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대숲에 불어오면 소리가 나지만, 바람이 지나가면 대숲에는 소리가 남지 않는다. 기러기 떼가 지나가고 나면 호수에는 그림자가 남지 않는다. 이처럼 군자도 일이 생기면 비로소 마음이 움직이고, 일이 없어지면 마음도 따라 이전과 같이 되느니라. -채근담
바람이 비켜 불고 비가 급한 곳에서는 두 다리를 바르게 세워 안정을 기하고, 꽃이 무르익고 버들이 탐스러운 곳에서는 눈을 높은 데 두고, 길이 위태롭고 험한 곳에서는 머리를 신속히 돌려야 하느니라. -채근담
바람 자고 물결 고요한 가운데에서 인생의 진미를 맛볼 수 있고, 맛이 담담하고 소리가 드문 곳에서 마음의 본래 모습을 알 수 있느니라. -채근담
바쁜 가운데서 한가로움을 얻으려면 먼저 한가한 때에 그 마음의 자루를 찾아들 것이요. 시끄러운 때에 고요함을 취하려면 먼저 고요한 때에 그 줏대를 세워둘지니라. 그렇지 않으면 때에 따라 움직이고 사건에 따라 흔들리지 않을 수 없으리라. -채근담
배고프면 달라붙고, 배부르면 떠나가며, 따뜻하면 몰려들고, 추우면 버리나니 이것이 바로 인정의 널리 퍼진 폐단이다. -채근담
배부른 다음에 먹을 것을 생각하면 맛이 좋고 나쁘고의 구별이 사라지고, 방사(房事) 후에 음사(淫事)를 생각하면 남녀의 관념조차 끊어진다. 그러므로 사후에 뉘우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도록 일하기 전에 항상 깨치면 본성이 안정되어 움직여도 바르지 않을 것이 없으리라. -채근담
배우는 자는 항상 한결 더 조심조심하는 마음이 있어야 할 것이며 또 서글서글한 멋도 있어야 한다. 만약 외곬으로 졸라만 매고 깔끔한 체만 한다면 이는 싸늘한 추기만 있고 따뜻한 봄기운은 없는 것이니 무엇으로 만물을 발육할 수 있으랴. -채근담
벗을 사귐에는 과하여 넘치지 말지니, 넘치면 아첨하는 자가 생기리라. -채근담
벗을 사귐에는 모름지기 세 푼(三分)의 협기( 俠氣 )를 띠어야 하고,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한 점의 본마음을 지녀야 하느니라. -채근담
벼랑길 좁은 곳에서는 한 걸음 양보하여 남이 먼저 가게 할지니, 맛 좋은 음식은 세 푼(三分)을 덜어 남에게 양보하여 즐기게 하라. 이것이 곧 세상을 사는데 안락한 방법이니라. -채근담
벼슬자리는 마땅히 너무 높지 말아야 할 것이니 너무 높으면 위태로우며, 능한 일은 마땅히 그 힘을 다 쓰지 말아야 할 것이니 힘을 다 쓰면 쇠퇴해지며, 행실은 마땅히 너무 고상하지 말아야 할 것이니 너무 고상하면 비방이 일어나 욕이 되느니라. -채근담
병은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생겨 반드시 사람이 보는 곳에 나타난다. 그러므로 군자는 사람들이 환히 보는 곳에서 죄를 짓지 않으려거든 먼저 남들이 보지 못하는 곳에서 죄를 짓지 말지니라. -채근담
복숭아꽃과 오얏꽃이 비록 곱다 한들 어찌 저 푸른 송백의 곧은 절개만 할 수 있으며, 배와 살구가 비록 달다 한들 어찌 노란 유자와 푸른 귤의 맑은 향기만 할 수 있으랴. 진실로 알겠노라. 곱고 일찍 시드는 것은 담박하고 오래 가는 것만 못하며, 일찍 숙성하는 것은 늦게 이루어지는 것만 못하다는 것을. -채근담
복(福)이란 구한다고 오는 것이 아니다. 즐거운 마음을 길러 복을 부르는 근본으로 삼을 따름이다. 화(禍)란 피하려 해서 피해지는 것이 아니다. 제 마음속의 살기를 버려서 화를 멀리하는 방도로 삼을 따름이다. -채근담
복(福)중에 일 적음보다 복됨이 없고, 화(禍) 중에서 마음을 씀이 많음보다 화 됨이 없는지라. 오직 일에 괴로운 자라야 비로소 일 적음의 복됨을 알고, 오직 마음이 편한 자라야 비로소 마음 씀이 많음의 화 됨을 아느니라. -채근담
봄철이 찾아들어 시절이 화창하면 꽃들도 한결 빛을 땅에 깔고 새들도 또한 아름답게 지저귀나니, 선비가 다행히 이 세상에 두각을 나타내어 편안하게 지내면서도 좋은 말과 좋은 일을 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면 비록 이 세상에서 백 년을 산다 해도 하루도 살지 않음과 같으니라. -채근담
부귀공명을 바라는 마음을 내쳐 버려야만 범속의 자리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요, 하지도 않으면서 생각만 하는 인의도덕( 仁義道德 )이라는 마음을 내쳐 버릴 수 있다면 비로소 성인의 영역에 들어갈 수 있느니라. -채근담
부귀 속에서 성장한 사람은 욕심이 성난 불길과 같고, 권세가 사나운 불꽃과 같다. 만약 조금이라도 맑고 서늘한 기미를 띠지 않으면 그 불꽃이 남을 태우는 데 이르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끝내는 자신을 태워 없애 버리리라. -채근담
부귀와 명예가 도덕으로 인하여 주어진 것은 수풀 속의 꽃과 같이 저절로 잎이 피고 무성해질 것이다. 공업(功業)으로 인하여 온 것은 화단이나 화분 속의 꽃과 같아서 이리저리 옮겨질뿐더러 흥쇠(興衰)가 있을 것이다. 권력으로 얻은 것은 화병 속의 꽃과 같아서 뿌리가 심어지지 않는지라 이내 시듦을 기다려야 할 것이니라. -채근담
부귀한 집은 관대하고 후덕해야 하거늘, 도리어 시기하고 각박함은 부귀하면서도 그 행실을 빈천하게 함이니 어찌 복을 누리리요. 총명한 사람은 재능을 덮고 감추어야 하거늘, 도리어 드러내고 자랑하니 이는 총명하면서도 그 병폐가 어리석고 어두운 것이니 어찌 실패하지 않을 수 있으리오. -채근담
부귀한 처지에 있을 때는 마땅히 빈천한 처지의 고통을 알아야 하고, 젊을 때는 모름지기 노쇠한 처지의 괴로움을 생각해야 하느니라. -채근담
부모와 형제 골육간에 변을 당했거든 마땅히 곁에서 달랠 것이고 노하지 말 것이니라. 절친한 친구 간에 허물을 보았다면 마땅히 타이를 것이지 주저하거나 방임하지 말지니라. -채근담
분노가 불길 같고, 욕망이 물 끓듯 오를 때를 당하여 명백히 그것을 알 수 있고 억제할 수 있는 예도 있으니 그때 아는 자가 누구이며 억제하는 자는 누구인가? 이런 때 맹연(猛然)이 마음을 돌이키면 사마(邪魔)도 변하여 곧 참마음이 되느니라. -채근담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에는 새들도 근심스러워하지만, 갠 날 맑은 바람에는 초목들도 즐거운 듯 싱그럽다. 이와 마찬가지로 천지에는 하루라도 화기( 和氣 )가 없으면 안 되는데 사람도 역시 하루라도 기쁨이 없어서는 안 되리라. -채근담
/시 마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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