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부부가 있었습니다.
남편의 실직, 빈 쌀독.
설상가상 아이가 생겨 배는 만삭으로 불러왔습니다.
당장 저녁 끼니도 문제였지만, 새벽마다 인력시장으로 나가는 남편에게 차려줄, 아침거리조차 없는 게 서러워 아내는 그만 부엌 바닥에, 주저앉아 울어버렸습니다.
˝흑흑 훌쩍.˝
아내가 우는 이유를 모를 리 없는 남편은 아내에게 다가가 그 서러운 어깨를 감싸 안았습니다.
˝울지마.˝
˝당신 갈비 먹고 싶다고 했지? 우리 외식하러 갈까?˝
외식할 돈이 있을 리 없었지만, 아내는 오랜만에 들어보는 남편의 밝은 목소리가 좋아서 그냥 피식 웃고 따라나섰습니다.
남편이 갈비를 먹자며 아내를 데려간 곳은 백화점 식품매장이었습니다.
식품매장 시식 코너에서 인심 후하기로 소문난 아주머니가 부부를 발견했습니다.
빈 카트, 만삭의 배. 파리한 입술 아주머니는 한눈에 부부의 처지를 눈치챘습니다.
˝새댁 이리 와서 이것 좀 먹어봐요. 임신하면 입맛이 까다로워진다니까.˝
˝여보 먹어봐.˝
˝어때?˝
˝음. 잘 모르겠어.˝
다른 시식 코너의 직원들도 임신한 아내의 입맛을 돋워줄 뭔가를 찾으러 나온 부부처럼 보였던지. 자꾸만 맛볼 것을 권했습니다.
부부는 이렇게 넓은 매장을 돌며 이것저것 시식용 음식들을 맛봤습니다.
˝오늘 외식 어땠어?˝
˝좋았어.˝
그러고 돌아가는 부부의 장바구니엔 달랑 다섯 개 라면 묶음 한 개가 들어 있었습니다.
/시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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