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해 전 겨울, 대학 졸업반이었던 저는 전공 시험공부로 정신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고시 준비 때문에 고시원에서 생활하고 있었는데, 공부를 시작하고 두 달째 접어들 즈음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책을 봐도 공부보다 ´내가 왜 이런 공부를 하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만 들었고, 그렇게 일주일을 허송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집에 볼일이 있어 잠깐 들렀습니다. 그런데 제 책상 위에 편지가 한 통 와 있었습니다. 삐뚤삐뚤한 글씨로 쓰인 그 편지는 ´사랑하는 진희에게´로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10년 뒤 진희야, 잘 있지. 나는 13살의 진희란다. 10년 뒤, 아마도 진희는 대학교에 다니며 선생님이 될 준비를 하고 있을 거야. 그리고 잘생긴 남자친구랑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겠지? 또 교회도 열심히 다니면서 봉사도 많이 하고(지금 13살인데 언제 23살이 되는 거야. 애고). 13살 진희는 매우 행복해. 지금 전교생이 겨우 11명뿐이지만 중학교에 가면 친구들도 많을 테니까. 마지막으로 10년 뒤 진희야, 만약에 지금 생각하는 꿈을 이루지 못했더라도 힘들어하지 말고, 항상 행복하고, 건강하고 너 자신에게 충실한 진희가 되어 있기를 기도할게. 1989년 2월 10일 10년 뒤 진희에게.˝
10년 전, 초등학교 졸업 전날 담임선생님은 10년 뒤의 자신에게 편지를 쓰게 한 뒤 거둬 가셨습니다. 선생님은 10년을 기다렸다가 잊지 않고 편지를 부쳐주신 것입니다. 그 편지를 읽고 10년 전 소원처럼 선생님은 되지 못했지만, 자신에게 충실하여지자는 마지막 약속은 지키고 싶었습니다. 잠깐 찾아왔던 위기를 그 편지로 인해 이겨낼 수 있었지요. 지금도 가끔 힘들고 외로울 때면 그때 그 편지를 펼쳐 봅니다. /월간 좋은 생각 -시 마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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