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일도 사람의 일이라 때로는 버겁고 힘겹게 여겨질 경우가 있다. 그럴 때 우리는 어디라도 멀리 떠나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힌다.
그 떠남은 우리가 사랑하는 것들로부터가 아니라, 그것들을 온전히 사랑하지 못하는 우리 자신으로부터의 떠남이다. 모든 떠남은 진정한 자신으로의 돌아옴을 의미한다. 떠남은 결국 사랑으로 가는 먼 길의 돌림길에 지나지 않는다.
삶은 아무리 추악한 것이라 하더라도 사랑을 감추고 있다. 삶은 사랑이다. 삶과 사랑이라는 결코 포개질 수 없는 두 개의 다른 그림 사이에서 우리는 살아간다.
산다는 것은 이 두 개의 그림이 사실은 같은 것이라는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과정일 뿐이다.
서로 다른 두 개의 나무를 접붙이는 일, 혹은 죽은 나무에서 싹이 트기를 기다리는 일. 모든 것은 현실 속에 있다.
현실로부터 아무리 멀리 떠난다 해도, 우리는 엄마 등에 업힌 아이처럼 현실의 품 안에 있다.
울며 보채는 우리에게 어머니는 근심스레 타이르신다. 아들아, 아직은 밤이 깊지 않았다. 더 어두운 밤이 올 때까지 우리는 돌아갈 수 없단다. /이성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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