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생각
봄맞이 반긴 뜻은, 임 올까 함이러니.
임을랑 오지 않고, 봄이 그만 저물어서,
꽃지고 나비 돌아가니,더욱 설워하노라.
봄물이 출렁출렁, 한강에 들어찼다.
돛단배 올 적마다, 내 가슴 두근두근
지는해 西山에 걸리니,눈물조차 지누나.
강물이 아름아름, 끝 간 데를 모르겠고
버들가지 추렁추렁, 물속까지 드리웠다.
이내恨 길고 또 길어, 그칠 줄이 없어라.
/최현배(1894~1970)
외솔 최현배 선생의 시조(일부)에 가슴이 홧홧하다.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함흥에서 3년간 옥고 치를 때 써나간 뜨거운 조국애. 한글 사랑도 같아서 그저 고개 숙여지는 조선 솔빛 외길이다.
봄물은 그때나 이제나 '출렁출렁, 한강에 들어찼다.' 물빛이야 더 푸르겠지만 나랏일은 여전히 위중하고 복잡하다. '버들가지' 또한 '추렁추렁, 물속까지 드리웠'건만 서해 쪽이나 동해 쪽이나 마구 들이치는 파도가 높아지니 말이다. 마침 '서해 수호의 날'인데, 서해 쪽에서 밀려드는 시름은 여러 겹으로 깊어지고 있다.
물은 '출렁출렁' 버들은 '추렁추렁' 맞은 꽃봄. '봄이 그만 저물'기 전에 그 임은 돌아오려나. 부디 헌걸차게 다시 서길!//정수자 시조시인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