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는 차가운 고요를 데려온다. 추위가 셀수록 단단해지는 고요 속. 눈이라도 쌓이면 '아무도 다가서지 못하는 날개'를 펴듯 산들도 한층 준엄해진다. 한낮마저 '은빛의 차디찬' '빙벽'을 둘러치니 인내의 심금을 재듯 깊어지는 나날이다. 그 너머에서 더 '준엄한 적요'로 빛나는 설산. 범접 못 할 세계의 비의(秘儀)인 양 높이 솟은 설산은 그래서 더 푸른 매혹이다. '신의 영역'이라면서도 인간의 발로 아니 온몸으로 굳이 오르는 사람들은 그 미답(未踏)에 혼이 팔린 것일까. 영화 '히말라야'의 관객들도 생을 걸어야만 잠시 서본다는 설산의 높디높은 고독에 더 매료당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설산은 '절필의 막막함'과도 닮았다. '백지(白紙)'만 준엄하게 펄럭이는! 새해도 그런 백지 위에 새로 쓰는 기분으로 삼가며 마주한다. 새로 써나갈 새 약속들을 음각하듯 숙이며 또 적어본다.// 정수자 시조시인 /조선일보
많은 이가 아쉬운 삶을 살아갑니다. 한을 품고 살아갑니다.
뉘라서 남의 삶을 저울 질 할 수 있겠습니까. 만, 이들에게도 거친 숨결이 감미로운 향기로, 눈가에 어린 물기가 세상을 굴절시켰던, 한 때가 있었을 것입니다.
삶의 진수인 고통이야말로 본연의 내 모습이니 참아 안고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