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구름처럼 둥둥 바람 드는 마음을 도처에서 마주친다. '바람들은 어쩌자고 자꾸 와서 흔드나' 높푸른 바람이 예서제서 흔들리는 가슴을 싣고 물들어가는 단풍 사이를 연일 지나간다.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들 하지만 이 가을날 흔들리는 게 남자뿐이랴. 여자들도 날마다 새 바람을 넣는 햇살과 단풍 사이를 헤치고 다니느라 하늘을 자주 올려다본다. 먼 데를 한참씩 바라보기도 한다. 가을이면 그렇게들 간절해지나 보다. 놓치고 온 것만 아니라 바람을 따라나서면 무엇이든 만날 것만 같은 마음도 더해지나 보다. 그런 날 '눈부시되 쓸쓸'한 어느 하구, '갈밭 사이 황금비단' 앞이면 더할 나위 없으리. 그런 하구에서 그리는 '이십대, 어느 한 시절 / 마음이 와서 울던 곳'! 그냥 또 가서 오래도록 서봐야 하리. 옛 마음 다시 펴서 깊이 젖고 싶은 도무지 어찌할 수 없는 가을날! /정수자 ;시조시인 /그림;이철원/조선일보
많은 이가 아쉬운 삶을 살아갑니다. 한을 품고 살아갑니다.
뉘라서 남의 삶을 저울 질 할 수 있겠습니까. 만, 이들에게도 거친 숨결이 감미로운 향기로, 눈가에 어린 물기가 세상을 굴절시켰던, 한 때가 있었을 것입니다.
삶의 진수인 고통이야말로 본연의 내 모습이니 참아 안고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