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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해 옹근 애순 새끼손가락이 바람벽을 간질이다, 그만 돋은 벽지 이음새 긁으면 신이 난다. 오른팔 휘저어 찌직 벗겨 내다, 말고 동생을 불러들인다. 누나의 눈짓에 나머지를 더 넓히더니 생긋 눈웃음 곱게, 활개들 젓고 나갔다. 이튿날. 나란히 손잡고 들더니 펄럭이는 벽지 확 잡아채고 외친다. 코끼리다. 코끼리 그지?! 내 심사(深思), 오누이가 도배지 더 넓게 찢으며 내 방에 머물기를 바랐는데. 학교에 다니는 남매의 이즈음 들르지 않고 나, 초 벽지에 드러난 코끼리만 키운다. 귀여운 녀석들 손놀림, 웃음 지워, 덧바를 수 없다! 뜯긴 벽지, 그대로에 녀석들의 꽃 내가 담긴 곳 얘들아, 다시 와서 더 찢어 키워라! ‘은주야’! ‘성복아’! 너희는 이 할아버지가 평생 한을 품고 살아온 그 한을 풀어주는 기둥이 되는구나! 이제 이 할아버지가 어렸을 적 집 떠난 그 아림, 그 억울함, 부모님 얼굴 뵙지 못하고 손 한 번 잡아보지 못하고, 인사말 한마디 드리지 못하고 떠난 나, 평생 한 맺힌 삶의 한 자락을 너희들이 우뚝 서서 지켜 내주는구나! 대를 이어 주어서 한없이 고맙고 기쁘단다. 이제 저승에 가서 너희들 증조부모를 만날 때면 이 할아버지가 떳떳해질 것이다. 잘 자라주어서 고맙고 기쁘다. 대를 이어다오.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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