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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매실이 여무는 집

저것들이 내 집에서
꽃을 피우고 열매 속에 매실즙을
그득그득 눌러 담는 동안,

어느 사람이 처방전을 받으러
병원엘 드나드는 동안

5월이 가버리고
봄도 다 가버렸는데…

/이건청

   꽃이 진 자리에는 열매가 맺혔다. 매실나무에는 달고 새콤하고 푸른 매실이 열려 열매살이 굵어지고 있다. 꽃이 핀 때는 언제였던가. 어슴푸레하다. 우렛소리가 사라지듯 시간은 사라졌다. 시간은 너무나 빨리 흘러서 말 다섯 마리가 끄는 마차로도 따라잡을 수 없다더니 과연 그러하다.
   해마다 과실나무의 몸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지만, 인신(人身)은 큰 수확이 없다. 오히려 하루하루가 지나갈 때 사람 몸은 말라가는 물속의 물고기와 같은 형편에 이르고 만다.
   그러나 앓고 눈물짓는 이들이여, 여무는 청매실을 보아라. 스스로 꽃 피우고 스스로 열매를 키우는 저 매실나무의 성심(誠心)을 보아라. 푸릇푸릇하고 싱싱하고 힘찬 기운을 보아라. 우리도 저처럼 살아 움직이자./문태준 :시인/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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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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