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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詩語 모음

외통 2023. 9. 21.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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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詩語 모음

詩語 모음 1

* 우리가 시를 읽는 것은/ 바로 인류의 일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인류는/ 온통 열망에 휩싸여 있다/ 의학 법률 금융 이런 건 모두/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다/ 그렇다면 시 낭만 사랑/ 아름다움은/ 왜 이 세상에 존재하는 걸까?/ 그건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목적이기 때문이다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김 용 호

詩語 모음 2

* 진실의 골격은 사실 허위인지 모른다/ 나의 목숨 건 사랑도 사실은 허위인지 모른다. -물을 찾아서 16 -김윤희

* 한 항아리의 익은 술 한 권의 노래책만 있다면/ 그 위에 먹고 살 빵만 있다면/ 그대와 함께 비록 흙담집에 산다 해도/ 마음은 왕의 영화보다 더욱 즐거우리라 -오마르 카이얌 -루바이야트

* 못 박힌 사람은 못 박힌 사람에게로 갈 수가 없다 -시계 풀의 편지 4 -김승희

* 나도 열리고 싶다/ 사랑의 아름다운 세상 들기 위하여/ 나의 방을 여는 것처럼/ 나를 열 열쇠는 어디에 있나? -열쇠를 찾아가지 않는 이유 -백미혜

* 있어서는 안 될 절망도/ 잃어서는 안 될 희망도/ 어느 순간의 경계선이지 영원은 아니다 -삶 –김용호

* 피어서는 안 될 꽃이 피는 것은 눈물이요/ 그대 위에 피워지는 꽃이라면 갈증이오 -사랑굿 19 -김초혜

* 희망의 가장 은밀한 가시 뼈에 찌려/ 한 사나흘 피 흘리고 나면/ 달인 듯 별인 듯 조용한 기별이 오고 –종생부 -김명리

* 별에서 보면 사람도 빛날 것인데/ 사랑하면 별이 될 것인데/ 어딘가에 그윽이 그윽이 숨어 있을 새벽/ 별 같이 빛나는 사랑/ 죽어도 좋을 사랑 하나 있겠지요 -겨울 노래 -신달자

詩語 모음 3

* 감사하고 있습니다/ 살아 온 날 살아갈 날/ 넘치는 은혜의 바다/ 사랑하고 있습니다/ 가는 세월 오는 세월 기도하며 드세 운 밤 -겨울나무 -이해인

* 사랑아 불타고 불타 버린 후에는 무엇이 되느냐 -소금 -유안진

* 나날이 나는 죽어도/ 그대는 백 번이고 태어나라 -사랑굿 147 -김초혜

* 차라리 내가 반쯤 죽어야 그대를 보는가/ 차라리 내가 온 채로 죽어야 그대를 보는가? -꿈 -유안진

* 기대와 아쉬움이 어우러진 기쁨도 슬픔도/ 어느 순간의 경계선이지 영원은 아니다 -삶 -김용호

* 우리가 눈물 흘리는 동안만이라도/ 주는 우리를 용서하소서 -이 시대의 아벨 -고정희

* 사람아 너는 알지/ 서먹해진 제 영혼과 만나려고 기름 채워 등 닦는 마음을 알지/ 죽는 일처럼 삶이 말을 마치는 시간 -모일2 -김남조

* 아무리 이 세상의 이치를 안들/ 죽어서 저런 세상의 수수께끼를 풀리요/ 살아서 이내 몸을 모르는 우리 몸/ 떠난 내일에 무엇을 알 수 있을까? -루바이아트 -카이얌

* 인생이란 확고함 없이/ 먼지처럼 여기저기 날린다/ 바람 따라 흩어지고 굴러다니니/ 영원의 존재가 아님을 알겠다 -잡시 -도연명

詩語 모음 4

* 당신의 숲속에서/ 나는 도토리만 한 기쁨을 주우며/ 마음도 영글어 가는/ 한 마리 신나는 다람쥐 -당신의 숲속에서 -이해인

* 어디까지 방황하며 멀리 갈 셈인가?/ 보아라 좋은 것은 여기 가까이 있다/ 행복을 찾는 법을 배워라/ 행복은 늘 당신 곁에 있다 -경고 전문 -괴테

* 큰소리로 말씀치 않으셔도 가까이 들려 옵니다/ 빛나는 새 아침을 맞기 위하여 밤은 오래도록 어두워야 한다고/ 아직도 잠시 빛이 있을 때/ 나는 끔찍이 이 세월을 아껴 써야 한다고 -큰소리로 말씀치 않으셔도 -이해인

* 우스개 삼아 엄마를 업었으나 그/ 너무 가벼움에 눈물겨워/ 세 발짝도 못 걸었네 -우스개 삼아 전문 -이시카와 다꾸보꾸

* 산다는 것은 어느 순간의 경계선이지 영원은 아니다 -삶 -김용호

* 결국 안식은 흙 속에 있는 것을/ 모든 서운한 것들일랑 낱낱이/ 사랑하고 돌아가야지/ 이 몸서리쳐지는 외로움도 사랑해야지 -낙엽 -추영수

* 소년은 늙기 쉽고 배움은 어려우니/ 잠깐의 시간도 가볍게 알지 말아라/ 연못가의 봄 풀처럼 부푼 꿈 깨기 전에/ 섬돌 앞 오동잎은 가을 소리를 내도다 -우성 -주희

* 그대여 진정 맹물 맛을 아시거든/ 사랑은 깊을수록 슬퍼지는 병인 줄 아시거든 -실어증 -유안진

詩語 모음 5

* 몇만 리 땅보다 더 캄캄한 당신/ 정신의 정신 안에 닿아 -적의의 차 -강계순

* 손가락을 깨물어 피를 낼지라도/ 내 심중의 한마디 전했어야 했다.-노을 -신달자

* 내 유정한 시절 다 가는 밤에/ 억만 줄기의 비가 내린다 -비 -김남조

* 당신이 제 맘대로 부는/ 산들바람처럼 내 마음을 흔들면/ 나는 갈대처럼 흔들리겠습니다 -우정을 위하여 -김용호

* 나 이제 너를 사랑하고 싶은데/ 이별이란 두 글자 쓸쓸한 아픔으로 남아/ 부질없는 자존심 사랑을 잃었구나 -너를 사랑하고 싶은데 -오세철

* 고통을 분담할 수 있는 생의 동업자로 생각하고/ 한정되어 흐르는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 그런 곳에서 한동안만이라도 머물고 싶다 -한동안만이라도 -김용호

* 지금도 그와 만든 소중한 섬 하나가 /어느 바다에서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새들의 낙원이 되어 있겠지 -섬 -오세철

* 흐르는 물도 먼지 이끼로 오염되는데/ 인간이야 오죽하랴?/ 복잡한 세상살이 이제 좋은 빛깔 다 바래고 /남은 건 근심·걱정 -서러워도 -오세철

* 어디엔가 있을 나의 한쪽을 위해/ 헤매던 숱한 방황의 날들/ 태어나면서 이미 누군가가 정해져 있다면/ 이제 그를 만나고 싶다 -홀로서기 1 -서정윤

* 그 후로 영근 아픔마다 별이 된 것을/ 아픈 상처마다 반짝이는 별이 된 것을/ 네 눈빛과 설렘이 푸른 별이 된 것을 -별4 -김소엽

詩語 모음 6

* 길은 어디에도 있고/ 그러나 어느 곳에도 이르지 않는다 -길 -강은교

* 사람아 이제야 비렁뱅이 영혼을 포식게 하는/ 그대 사랑의 단비 내린다. -단비 -신달자

* 삶이란 어차피 기대와 아쉬움과 기쁨과 슬픔과 절망과 희망이란/ 징검다리를 건너가야 한다. -삶 -김용호

* 한 생애 /걷는 것밖에는 믿을 것이 없었던/ 고독한 피의 내림/ 그것은 잠들 수 없는 자의 눈물이었다/ 보이지 않는 제 얼굴을 찾아 들쥐처럼 헤매던 광야의 밤/ 캄캄한 젊음의 갱도는 늘 비어있었고 -단명의 겨울 5 -홍윤숙

* 내 마음은 한 폭의 기/ 보이는 이 없이/ 시공에 없는 것/ 모양 걸려 왔더니라 -정념의 기 -김남조

* 아직도 사랑이라고 말할 수 없어요/ 좀 더 험난하게 좀 더 높은 곳으로/ 우리가 도달할 때까지/ 외롭게 걸어가는 마음이여 -큰 물살로 흐를 때까지 -김윤희

* 저마다 다른 곳의 바람에/ 살갗이 터 숨 쉬는 우리 -원무 -황인숙

* 당신은/ 내 영혼에 열린 내 눈이 바라보는/ 최초의 새벽 -사랑합니다 -김남조

* 그대가 진정 날 사랑해야 한다면/ 다만 사랑을 위해서만 사랑해 줘요/ 그녀의 얼굴의 웃음과 부드러운 말씨와 나와 같은 생각을 가졌다는/ 그것만으로 날 사랑한다고는/ 제발 말하지 말아요 -나를 사랑해야 한다면 -e브라우닝

詩語 모음 7

* 네 그림자를 밟는 거리쯤에서/ 오래 너를 바라보고 싶다 –꽃 -신달자

* 살아감은 가장 슬픈 전설/ 사랑은 더욱 외로운 수수께끼 -사랑 할 때는 -이정란

* 너도 나처럼 /너의 마음의 상자가 비었을 때는/ 상상의 공간 어디쯤 에 날고 있을/ 사살의 새를 기다리겠지? -만날 수 없기에 -김용호

* 가장 진실한 나무/ 하나 자라고 있는 섬에/ 나는 돌아와 있다. -섬 -신달자

* 웃으며 참으면 꽃이 된단다/ 웃으며 부서지면 꽃이 된단다 - 해당화 -추영수

* 사랑으로 하여 못 견딜 두려움으로/ 스스로 쥐어뜯지 않게 하소서 -사랑 -안도현

* 조바심도 말며/ 이쪽에 있어야 저쪽이 보이듯/ 멀어 있으면 끝내 못 잊는 우리가 되자 -사랑굿 36 -김초혜

* 형극의 모래 먼지 눈멀게 할지라도/ 추운 몸 뜨겁게 달구어 화 안/ 웃음 담고 그렇게 옵니다. -사랑은 장난이 아니기 위하여 -김영재

* 지금 내 마음은 불입니다/ 불이어서 타는 두려움을 모릅니다/ 잡지 못하는 이 불길이 두렵습니다. -불길 -김용택

* 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가슴이 아프면 아픈 채로/ 바람이 불면 고개를 높이 쳐들면서 날리는 아득한 미소 -홀로 서기1 -서정윤

詩語 모음 8

* 비어있는 방을 지키는 자물쇠의 아픔으로 만나자 -이제 우리는 –구순희

* 하나만 사랑하고 모두 버리셔요 -편지 -문정희

* 저마다 가슴 안에 감추어 둔/ 뜨거운 속말을 스스로 녹은 언어를 흘리며 사람들은 깊은 잠 들었다 -눈 오지 않는 나라 -노향림

* 나는 오늘 너에게 사랑을 무통장으로 입금하게 시켰다/ 온라인으로 전산 처리되는 나의 사랑은/ 몇 자리 숫자로 너의 통장에 찍힐 것이다 -온라인 -이복희

* 저마다 다른 곳을 향하여/ 머리를 두고 누워있는 우리 -원무 -황인숙

* 멀어서 나를 꽃이 되게 하는 이어/향기로 나는 다가갈 뿐입니다/ 멀어서 나를 별이 되게 하는 이어/ 눈물 괸 눈짓으로 반짝일 뿐입니다 -멀리 있기에 -유안진

* 만날 수 없기에/ 그리움이란 공간을 나는 사랑의 새를 이 기말 동안만은/ 자유를 주는 우리가 되자 -만날 수 없기에 -김용호

* 물보다 더 부드러운 향기로/ 그만 스미고 싶다 -비의 사랑 -문정희

詩語 모음 8

* 빈방을 지키는 자물쇠의 아픔으로 만나자 -이제 우리는 -구순희

* 하나만 사랑하고 모두 버리셔요 -편지 -문정희

* 나는 오늘 너에게 사랑을 무통장으로 입금하게 시켰다/ 온라인으로 전산 처리되는 나의 사랑은/ 몇 자리 숫자로 너의 통장에 찍힐 것이다. -온라인 -이복희

* 저마다 다른 곳을 향하여/ 머리를 두고 누워있는 우리 -원무 -황인숙

* 멀어서 나를 꽃이 되게 하는 이어/ 향기로 나는 다가갈 뿐입니다/ 멀어서 나를 별이 되게 하는 이어/ 눈물 괸 눈짓으로 반짝일 뿐입니다. -멀리 있기에 -유안진

* 만날 수 없기에/ 그리움이란 공간을 나는/ 사랑의 새를 이 기말 동안만은/ 자유를 주는 우리가 되자 -만날 수 없기에 -김용호

* 물보다 더 부드러운 향기로 그만 스미고 싶다. -비의 사랑 - 문정희

詩語 모음 9

* 바람이 분다 / 메뚜기 방아깨비 얼려 노니는 들녘 저녁노을 화려한데/ 흰머리 흔들어 저 멀리 사라져 간 기억도 없는 바람이 있었어라. -가을바람 -오세철

* 기차가 지나가 버리는 마을/ 놋 양푼의 수수엿을 녹여 먹으며/ 내 좋은 사람과 밤이 늦도록/ 여우가 나는 산골 얘기를 하며/ 삽살개는 달을 짓고/ 나는 여왕보다 더 행복하겠소 -이름 없는 여인이 되어 - 노천명

* 오직 한 여인 앞에 산처럼 남고 싶다. -눈물 연가 -나혁채

* 살아가는 과정이/ 단 한 장뿐인 답안지를 채워야 하는/ 시험의 과정임을 알게 하소서 -가을의 기도 -선미숙

* 차라리 천년 뒤/ 이 가을밤 나와 함께 빗소리는/ 얼마나 긴가 재보고 싶다 -파초 -이육사

* 목숨 걸면 무엇이나 아름답듯이/ 목숨 바친 네 사랑 앞에서/ 무슨 논리인들 살아남으랴 -서울사랑 -고정희

* 웬일인지 모르지만/ 한적한 뜰을 보면/ 나는 들어가 서성이고 싶어라 -도둑일기 -황인숙

* 그대 마음 안자락에 내 사랑/ 한 갈피 심어 놓고 새 아침 열리는/ 나팔을 불어요 -나팔꽃 -추영수

* 뼛속을 지르는 겨울바람/ 타고 싶은 어둠을 헤치며/ 얼음보다 차가운 겨울비가 내린다 -겨울 비 -허종일

詩語 모음 10

* 그대가 어디서 뭘 하든/ 그대의 잘못을 떠맡고/ 나의 짜임새 있는 삶으로/ 그대에게 관용을 베풀고/ 그대의 육체적인 노고와 정신적인 노고를/ 떠맡을 수 있는 마음으로/ 실행할 수 있는 말들을/ 편지로 쓰고 싶습니다. -편지 -김용호

* 언어는 꽃잎에 닿자 한 마리 나비가 된다/ 언어는 소리와 뜻이 찢긴 깃발처럼 펄럭이다 쓰러진다 -꽃과 언어 -문덕수

* 갈꽃 향기 선율로 피어 있다가/ 보내지 않아도 또/ 그렇게 따라간다/ 들풀로 풀꽃으로 -가을 - 허종일

* 너 흘러 세상의 꼭대기에 닿거든/ 구만리 폭포수로 희게 돌아오거라 -사랑을 위한 향두가 -고정희

* 지금 떠나야/ 지체 말고 떠나야/ 우리는 만난다/ 만나서 또 하나의 출발을 한다 -또 하나의 출발 -신동춘

*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조용히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자연의 하나처럼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도종환

*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을 홈 뿍 적셔도 좋으련만 -청포도 -이육사

* 우리의 타관은 아직 빛나는 햇살 속에 있다/ 모든 것이 그렇게 약속 없이/ 가고 또 오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지나가는 타관의 거리였다 -타관의 햇살 -홍윤숙

詩語 모음 11

* 호수에 안개 끼어 자욱한 밤에/ 말없이 재 넘는 초승달처럼/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임께서 부르시면 -신석정

* 그대 한 생애를 두고/ 몸 씻으면 씻어질까?/ 씻겨지지 않을 그것들이/ 다순 가슴 맞이할 수 없는 그것들이 -가을 사람에게 -이성부

* 나는 무작정 사랑 할 것이다/ 죽어 버리고 싶을 때가 있을지라도/ 사랑이란 말의 위대함과/ 사랑이란 말의 처절함을 속속들이/ 깨닫지 못했기에 나는/ 한사코 생을 사랑할 것이다 -사랑의 탐구 -이승화

* 오늘도 한 권의 책으로 마음을 달래며/ 단 한마디의 양식을/ 줍기 위해 책을 펼친다 -서점에서 -선미숙

* 희망의 산파는 절망이다/ 잃어버린 것을 다시 찾기 위하여 우리/ 한 번 더 기다림 속에/ 파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사바 -김승희

* 참으로 좋은 가을이라/ 고즈넉한 이 가을/ 향기를 이고 살고 싶다 -이 가을에 -김영아

* 살 깊이 출렁이는 파도 아래/ 푸르게 흐르는 눈물/ 혼자 죽고 혼자 죽은/ 몇 번의 죽음도 얼지 않았다 -겨울 노래 -신달자

* 공사장에서 별이 별사람들이/ 그날 분 아저씨의 근력을 활용하기 위해/ 낙서 같은 명령을 해대지만/ 그게 아저씨의 삶 전부가 아님을/ 기억하며 불평불만 없이/ 그 명령을 이행한답니다. -공사장 나가는 아저씨 -김용호

詩語 모음 12

* 나는 노래를 들으려고 이곳을 찾는 것이다/ 노래가 끝나고 잔이 비면/ 다시 마주 앉는 고독 -겨울 나그네 -황금찬

* 오늘의 사랑은 대체로 흐림/ 소나기 한차례 천둥 번개 예상됨/ 특히 실연의 지역엔 집중 호우 예상/ 곳곳에 우박 내리겠음 -우리의 일기 예보 -천양희

* 하루에 이틀씩 불면에 놓여 꿈 없이 가는 세월/ 나는 침대 위에 놓여/ 언제이고 돌아올 절망을 암게 됩니다 -불면증 - 김성우

* 또 깎입니다/ 짧아지는 내 키만큼 오그라드는 명줄/ 뼛속 깊은 곳에선/ 머 언 숲속의 푸르던 전설이 꿈틀거립니다 -연필 -최영희

* 너만이라든지 우리 만이라든지/ 이것은 비밀일세 라든지 같은 말들은/ 하지 않기로 하세 -공존의 이유 -조병화

* 어둠의 그늘에 서면/ 나라는 존재는 어둠 속에 묻혀 버리고 만다/ 이 밤의 거리의 가로등처럼/ 뚜렷한 색깔도 없이 말이다 -그늘 -송명현

* 수줍은 몸짓으로/ 작은 기다림으로/ 오늘을 기다렸습니다 -봄에 쓰는 편지 -이영미

* 어떤 한 사람을 만나도/ 이젠 웃을 수 있습니다/ 차갑기만 했던 그대의 마음을 잊는다는 것도/ 그대의 행복을 위한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너를 그리워했던 날을 생각하며 -박선애

* 나는 안다/ 내 문 앞에 그가 늘 기대어 있는 것을 -로망스 -황인숙

詩語 모음 13

* 스쳐 가는 바람 속에/ 잊는 것을 할 수 있대도/ 내가 소생할 데는/ 잃어진 당신이다 -눈 -김초혜

* 활짝 피기도 전에/ 꺾어진 한 송이 장미가/ 길바닥에 팽개쳐 있는데 -장미꽃 -안문주

* 흐름에서 잠시 벗어나 보면/ 우리는 영원하게 하나가 될 수 있으리라 -고백 -최철식

* 바람 앞에 서서/ 표독스럽게 상처를 맡기고 싶다 -벚꽃 - 이희관

* 이미 건너간 사람은/ 건너지 못한 이의 슬픔쯤/ 이내 잊어버리겠지 -다리 -이해인

* 다이아몬드에 새겨진 조각처럼/ 내 기억 속에 뚜렷하고/ 여염 하게 새겨진 사람아 -연심 -김용호

* 예상 못 한 석별을 미리 유념하지 않고/ 나중에 있을 기쁨을 기대했던/ 우리는 누굴 위해 헤어져야 합니까? -석별 -김용호

* 무성한 잡초만 수북이 덮인 동근 무덤 위엔/ 생각 없는 산새 소리만 요란합니다 -며느리밥풀꽃 얘기 -나해록

*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후회가 없노라 -사랑이란 -박성관

* 안개 속에는 기다리는 남녀와/ 기다림을 그친 남녀들이 있습니다 -안개 속에서 -강은교

詩語 모음 14

* 해 맑은 눈동자가 창이라면/ 그대 속 깊은 곳 살필 수가 있으려니 -마음의 창 -김남열

* 과연 서술은 사심도 선심도 모두 표현물/ 이제 우리는 한 두자 새긴 장르에 시각과 관심을 기울일 때 -문애서 -김남열

* 한번 가슴에 빠져나간 마음은 헛되이 가진 않는다/ 많은 한숨을 치러야 하고/ 끝없는 후회의 값을 치른다 -내 나이 스물한 살 때 -하우스먼

* 잠든 아기의 잠을 깨우지 않는 손길로 부드럽게/ 정겹게 서로의 손을 잡기로 하자 -낮은 목소리로 -김후란

* 뼈저리도록 생활이 슬퍼도 좋다/ 저문 들길에 푸른 별을 바라보자 -들길에서 - 신석정

* 누가 사랑을 위해 다리를 놓겠는가/ 흘러가는 물과 물 숨어드는 얼굴에/ 누가 우리를 위해 자신의 땅을 버릴 텐가 -타인의 땅에서 2 -강경화

* 그대의 빈 하늘에/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차에 오르는 빛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이해인

* 사랑은 이미 이슬진 그리움이 아니다/ 눈부신 죄가 아니다 -신록을 보며 -유안진

* 제풀에 잠자도록 절대로 부러지지 않기로 약속을 한다 -갈대에서 -정두리

* 씻은 손입니다/ 다 버리고 그분께 갔을 때/ 허전한 빈손에 입맞춤해 주셨습니다 -씻은 손 -김남조

詩語 모음 15

* 초인종은 기다리는 사람의 몸에서 울린다 -귀가 -신달자

* 우리는 말없이 움직이고 있었지/ 삶이란 움직이다가 잠드는 거야/ 우는 건 아니 야/ 우는 것 같이 우리는/ 가끔 서로 쳐다보았지 -삶 -배경란

* 몇 날 몇 밤을 비가 오는가/ 바다만 한 슬픔으로 누가 우는가/ 저토록 줄기찬 빗발이 되게/ 이 세상 마지막 날 같은 우울함이여 -우기의 시 -홍윤숙

* 길은 멀다/ 옥수수 넘어진 밭 그늘까진/ 아직 한참 가야 한다 -이리로 -강은교

* 눈물 하나로 그 더운 것을 실어 낼 수 없어/ 저 혼자 불이 되고 재가되는 몸 달래도/ 듣지 않는 몸이옵니다 -말하는 몸 -신달자

* 백지에 동그라미 그리면 그 안에 내 세상이 있다 -다만 하나의 빛깔로 -신달자

* 함께 있는 시간이 즐거운 꿈이라면/ 꿈을 꾸기 위해 나는 죽으련다 -만날 때와 헤어질 때 -김용호

* 너와 나의 만남이 즐거움이라면/ 그 즐거움을 위해 수천 번 해어지련다 -만날 때와 헤어질 때 -김용호

*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지르밟고/ 가시옵소서 -진달래꽃 -김소월

* 하늘에서 하루의 빛을 거두어도/ 가는 길에 쳐다볼 별 있으니/ 떨어지는 잎사귀 아래/ 묻히기 전에 그대를 찾아/ 그대/ 내 사람이리라 -가을이 서럽지 않게 -김광섭

詩語 모음 16

* 쫓아오던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 -십자가 -윤동주

*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 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하지 마 -바람의 말 -마종기

* 우리 모두 잊힌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 -얼굴 -박인환

* 기도의 순간에는 늘 목이 멥니다/ 허튼 말이 너무 많았음에 입을 막을 만큼/ 참말이 더딘 까닭입니다 -작은 기도 -정두리

* 이제 어둠은 체포 영장/ 그 몸의 기울이기로도/ 나머지 햇살을 가늠할 수 없다 -황혼 -김명리

* 어제의 후회와 내일의 불안 사이/ 오늘이란 참 어설픈 허구가 있으니 -하루살이 -김승희

* 빈 주머니 속에서도/ 만지작거리며 가지고 노는 슬픔 -슬픔 - 신달자

* 이별이면 어때/ 해와 달이 따로 가면 어때/ 못 만나면 어때/한가지 서녘으로 잠기는걸 -서녘 -김남조

* 실오라기 마음으로 맺어졌지요/ 바람이 툭툭 끊어 놓고 끊어 놓고 하지만 -인연 -김명리

詩語 모음 17

* 그대에게 매일 편지를 쓴다/ 한 구절 쓰면 한 구절 와서 읽는 그대/ 그래서 이 편지는 한 번도 부치지 않는다 -편지 -김남조

* 무너질 것 다 무너진 속살의 흐느낌/ 풀어 너의 발끝을 씻으며/ 너의 안에서 끝내/ 허물어지지 않는 집을 짓고 짖는다/ 허문 나의 꿈을 바라보고자 한다. -광야에서 -신달자

* 세월아/ 얼마나 기다려야/ 약이 되어 주겠느냐 -약 -유안진

* 나는 교환의 가치도 없고/ 생산 가치도 없고/ 소비 가치도 없는/그리하여 어디 가서도/ 교환이 안 되는/ 교환 불능의 순정이라는/ 자본만을 가진/ 한 마리의 저능한 바퀴벌레처럼 -슬픔의 날품팔이 -김승희

* 하늘이 못 주신 사람 하나를/ 하늘 눈 감기고 탐낸 죄/ 사랑은 이 천벌 -사량초서 44 -김남조

* 우리는 외로운 두 개의 섬/ 처음에는 하나가 되고 싶었던 두 개의 섬 -두 개의 섬 -안혜초

* 아름다운 너에게/ 밝게 떠오르는 너에게/ 아직도 남아 있는 너에게/ 나를 보낼 수 없을 땐 어떻게 하나/ 벽에다 그림 하나 그려야지/ 그것도 눈길로 -그곳 5 -김혜순

* 마지막으로 불러 본 다음에야/ 더욱 사무치는 이름을 -홍도 -유안진

* 이별의 돌을 닦으며 고요하게 있자/ 높은 가지에서 떨어지려는 잎들이/ 잠시 최후의 기도를 올리듯 -영원 그 안에서 -김남조

詩語 모음 18

* 눈물도 아닌/ 절망도 아닌/ 치욕도 아닌/ 오늘의 슬픔은 예쁘다/ 슬픔을 갖고 놀며 슬픔을 잊는다 -슬픔 -신달자

* 얼굴조차 잊었다/ 생각 수록 더욱 멀어질 뿐/ 빈 얼굴만 세월에 걸려 있다 -추억 -김초혜

*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푸르른 날 -서정주

* 어쩌다 바람이라도 와 흔들면/ 울타리는 슬픈 소리로 울었다. -부재 -김춘수

* 떠나는 그대/ 조금만 더 늦게 떠나 준다면/ 그대 떠난 뒤에도 내 그대를/ 사랑하기에 아직 늦지 않으리 -이별 노래 -정호승

* 산 까마귀/ 긴 울음을 남기고/ 해진 지평선을 넘어간다 -마지막 지상에서 - 김현승

*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을 말고/ 어디 내 생에서라도/ 다시 만나는 이별이게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성정주

* 지금 온실을 떠나면/ 나는 겨울의 방랑인 -겨울 나그네 -황금찬

* 가야 할 때가 언제 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낙화 -이형기

*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낙화 -이형기

詩語 모음 19

* 근심이야말로 분명한 목적지/ 삶의 공허 앞에 비석처럼 세워진/ 확실하고도 고마운/ 하나씩의 이정표 -근심을 주는 하나님께 -김승희

*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그대만큼 나를 외롭게 한 이도 없었다/ 이 생각을 하면 내가 꼭 울게 된다 -편지 -김남조

* 이상하다/ 우리 손아귀에 잡힌 것은/ 모두 우리만큼 작아진다/ 우리들의 두려울 만큼 인색할 만큼 -풍경 -강경화

* 그대와 나/ 언 살을 하얗게 내놓고/ 나란히 덮은 홑이불/ 함께 묻혀 오래 데운 피 -눈보라 -노향림

* 아/ 우리의 열정을 삶아/ 조금씩 죽여주고 있다네/ 정말 마지막 살인적인 구원이야/ 누구의 삶인지 누구의 하수인인지/ 나는 모르지만 -삶 -배경란

* 비바람에 흔들리고 눈보라에 숨죽이는/ 그래서 더 질긴 잡초 생명 -잡초 -선미숙

* 그리다 해를 닮아 꽃이 되어 버린/ 그 사연으로 정녕 사랑하는/ 나의 임을 맞고 싶다 -님의 행복 -박성관

* 감각으로 느낄 수 있는/ 투명하면서도 질긴 삶/ 자신에 대한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아슬아슬한 일인가? -살면서 -김용호

* 끝없이 서로를 그리워하며/ 우리는 타인의 땅을 떠돌고 있다. -타인의 땅에서 2 -강경화

詩語 모음 20

* 종교의 계절은 깊어만 갑니다/ 그대 나에게 종교가 되고 말았습니다 -11월 -유안진

* 어둠이 바다에 선율 되어/ 흔적조차 희미해진 태양은/ 외로움에 길든/ 빨간 석류의 진실 -노을 -이종승

* 흐름에서 잠시 벗어나 보면/ 우리가 영원히 하나가 될 수 있으리라 -고백 - 최철식

* 목이 긴 사슴 먼 산 보듯/ 먼 곳을 바라보아야 한다면/ 당신 계신 곳 바라보겠습니다 -향수 -김용호

* 기대하지 않게 하소서/ 저희는 불현듯 그리워지나이다/ 목마른 자가 샘을 파듯이/ 버린 두레박에 맑은 물이 고이듯/ 늘 메마르게 하시고/ 뜻하지 않게 채우시는 이여 -기도문 2 -강경화

* 지금은 오라 해도 아니 오실 이/ 지금은 간다고 해도 오라 아니 하실 이/ 그런 당신과 나는 만남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에게 -김용호

* 지는 꽃의 아픔을 누가 알겠는가/ 그 절정의 달가운 도취에서 떠나가는/ 아/ 떠나가는 내 이별의 아픈 낙조 -가을 언약 -신달자

* 끈적끈적 피부에 묻어 나는 하룻밤 흔적/ 지우며 잘 포장된 미련/ 겨드랑에 숨긴 채 흑암의 자식들/ 젖은 몸 구부려 덜고 있구나 -일출 -최봄샘

詩語 모음 21

* 사랑이/ 만일 그대들에게 손짓하거든 거기에 따라가시오/ 그 길이 비록 험하고 괴로울지라도/ 사랑의 날개가 그대를 품을 때는/ 거기에 안기시오/ 날개 속에 숨긴 칼이 그대를 삼킨다/ 할지라도 사랑이 그대에게 말할 때는/ 믿어 주십시오 -명상 -갈릴 지브란

* 어쩐지/ 정류장마다 누군가 떨곤 한 페이지가 펄럭거린다/ 그것은 영영 읽히지 않고/ 정차 표 밑에서 어린 수녀처럼 -여백 -황인숙

* 나만 흐르고 너는 흐르지 않아도/ 나는 흘러서 네가 있는 곳으로 간다 -사랑굿 33 -김초혜

* 남겨 주신 노래는 아직도 맑은 이슬 -코스모스 -이해인

* 당신으로 인해 부디/ 나의 이름이 쓸모 있게 하십시오 -사랑합니다 -김남조

* 더 작아지지 않는 몸/ 바늘구멍에 디민다/ 비곗살을 빼야 한다/ 더욱 또렷해지는 의식 -연습 -최봄샘

* 당신의 삶을 내가 살 수 없고/ 내 삶을 당신이 자객은 없지만/ 당신의 아픔을 내가 고통받아야 하고/ 내 아픔을 당신이 고통받아야 한다고/ 우리 슬퍼하지 맙시다 -우리가 사랑하는 동안 -김용호

* 닿으면 타서 죽는 고압선의 불길로/ 이 밤 너에게로 흘러가고 있다 -겨울 연가 -신달자

詩語 모음 22

* 삶은 언제나 은총의 돌층계의 어디쯤이다/ 사랑도 매양 섭리의 자갈밭의 어디쯤이다 -설일 - 김남조

* 저는 단지 이 까닭에서만/ 음악을 듣는 것이 아니라/ 밤에 뭐하면서도/ 낮에 일하면서도/ 틈나는 대로 음악을 듣는답니다 -음악 -김용호

* 거리에 남아 있는 슬픔이/ 좌판대에 진열되고/ 잠들지 못하고 돌아와 누운/ 이젠 없는 생명의 불꽃입니다 -불면증 -김성우

* 당신은 내 생에 그어진/ 가장 정직한 하나의 선/ 그리고 내 생에 찍혀진/ 가장 완벽한 한 개의 점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이해인 * 하늘은 왜/ 우리에게 햇살과 함께/ 자유를 주었는가? -흐름에 대하여 -문정희

* 밤새 허연 이빨 깨물며/ 이 세상 모든 먹물 다 마시느라/ 허공을 쥐어뜯으며 뒤틀리던 바다는/ 지금 옥동자를 낳는다 -일출 -최봄샘

* 밤하늘에 심는 눈물겨운 사연들이/ 목련의 울음으로 피어나게 하소서 -기원 -김용현

* 조화롭게 숲을 이룬 산과/ 보석보다 찬란하게 장엄한 암산을/ 사공이 노 젓는 나룻배가 오 가고/ 들판에 아이들이 즐겁게 논다 -구름 -안문주

* 그대가 있는 곳에/ 이렇게 와 보니 좋은걸/ 아직 가지도 않았는데/ 또 오고 싶은 곳 -아쉬움 -김용호

詩語 모음 23

* 나는 완벽한 그리움이 있어 좋다/ 내일도 오늘처럼 해와 달이 운행하는 하늘 아래/ 산속에 많은 이름 모를 새들처럼/ 작은 입술 모아 휘파람을 불며/ 그리움을 노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움 1 -김용호

* 멀고 서먹한 당신의 눈매가/ 나의 별이 될 줄은 몰랐다 -편지 4 -김초헤

* 우리 마음은 자주/ 바다를 떠나온 갈매기 같은/ 향수에 젖어 -여름 나그네 -홍윤숙

* 품어 안고 쓰러질 수 있는 것은/ 적개심뿐이다 -바람 5 -강계순

* 그리움을 버리려/ 더 그리운 곳으로 떠난/ 그대여 거침없이 부르며 오라 -하산기 -강경화

* 쓰러져 눕는 바람 한 자락도/ 한 개씩의 파편을 숨기고 있다 -사랑이여 -강계순

* 나는 별들의 성그레 한 주시 속에/ 조건 없이 주어 버린 마음을 안타깝게 생각하지 않고/ 없듯이 는 말고/ 잊기 위해 애쓰며 이제는 기대해도 될/ 아름다운 인연을 위해/ 서로를 위해 기도하렵니다 -석별 -김용호

* 누가 저토록 크낙한 이름을 외치며 떠나가는가/ 다가설 수도 물러날 수도 없는 거리를 두고/ 끝없이 마지막이라고 말하면서 떠나가는가/ 오신 곳이 어딘지 모르는 -철길 -문정희

* 나는 안다/ 내 문 앞에 그가 늘 기대어 있는걸 -로망스 -황인숙

詩語 모음 24

* 소설 같은 공백이 조립된 순간/ 펜대를 움직이며 대상 없는 사연을 써 내려가는 내 모습을/ 누구에게 인가 보여 주고 싶다 -대상 없는 사연 -김용호

* 어디로 가는 것일까?/ 저마다 바이블을 옆구리에 낀 채/ 생사의 현기증을 아프도록 베어 물며/ 우리는 모두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간이역 -김명리

* 그러면 가을 너는 남아/ 또 다른 타관의 빈 가슴을 적시 우리라 -가을이 왔다 -문정희

* 네가 내 옆에 있으면/ 나는 네 빈자리 같다 -빈자리 -김선영

* 종이 한 장 잘못 끼어/ 벽이 되고 담이 되어 -해를 보내며 -안혜초

* 떠나보내며/ 어쩌면 외로울지 모르는 나의 그대여/ 나는 새 가되 그때 만나자 -사랑굿 21 -김초혜

* 약속도 없이 태어난 우리/ 약속 하나 지키며 가는 것/ 그것은 참으로 외롭지 않은 일입니다 -편지 -문정희

* 우수수 우수수 혼자서/ 마르는 풀잎이 제 몸입니다 -겨울 풀잎 -노향림

* 시시하고 미미하고/ 지지하고 데데한 비극이다/ 하지만 어쨌든 이 물을/ 건너갈 수밖에 없다/ 맞은 편에서 병신 같은 죽음이 날 기다리고 있다 할지라도 -비극 -최승자

詩語 모음 25

* 오 마침내 아름답게 번득이는 한 촉의 화살 되어/ 바람을 가르고/ 곧바로 그대에게로 가는 속력이 되었네 -대장간에서 -강계순

* 집을 생각하는 나그네들은 잠이 깊건만/ 집을 생각하지 않는 나그네들은 잠을 잊었다 -여수 -홍윤숙

* 이대로/ 시간이 못을 박아 주면/ 이 마음 영 이처럼 있겠지/ 인생은 하나의 참회 -낙엽은 쌓여라 -김남조

* 얼면서 커 가는 질긴 꿈/ 하나 지키기 위하여 까마득히 먼 뿌리에/ 전신으로 기대고 있었음을 -동반7 -강계순

* 어느 만큼 가다 보면/ 낯선 신발 하나로/ 우리의 길이 떠돌고 있는 것이/ 보이지 않으랴 -물 위쪽의 신발 -김승희

* 아무도 보태 주지 않아도/ 외로운 생리인 듯/ 그리움이 차면 달이 뜬다 -겨울 연가 - 신달자

* 언젠가는/ 모두가 쓸쓸히 부서져 갈/ 한 잎의 외로운 혼임을/ 바다여 당신은 알고 있는가? -바다여 당신은 -이해인

* 기억하리라/ 암 암 밤중에/ 한 개비 성냥 끝을 그어 댄 사람 -고별 -김남조

* 스스로 열쇠가 된 사람들이/ 제 몸을 비틀면서 겪는/ 사랑의 금빛 통증/ 나를 가두고 있는 문들이/ 내 몸의 열쇠로 환히 열리고 있다 -열쇠를 찾아가지 않는 이유 -백미혜

詩語 모음 26

* 오랜 아픔의 장소인 가슴이여 묻노니/ 그대 어느 때부터인지/ 가만히 누르면 손끝에 울려오는 소리/ 영원히 잃어버린 첫눈 내리는 소리 -오랜 아픔의 장소인 가슴이여 -배경란

* 흔드는 손을 알고 있다/ 우리가 어느 날 바다를 떠나 올 때/ 새벽의 여명이나 낙향의 노을을/ 우리가 모두 뿌리 없이 흘러가는 물결이며/ 시시로 부서져 가는 물거품임을/ 서로는 아는 것이다 -바다를 위한 메모 -홍윤숙

* 다만 우리가 끝났을 때야/ 우리 삶의 밑 둥우리에서/ 새아기 울리는 힘을 볼 것이네 -서울 사랑 -고정희

* 물러나서 보이지 않는 곳까지/ 기차는 나를 끌어다 줄 것이고/ 나는 가차 없이 일어나 걸으며/ 부푼 햇살 속으로 흔적 없이 섞이어 해어질 것이다 -기차를 타고 -정두리

* 아이/ 다른 일은 모두 끝내고 지금은 슬픔에/ 내가 바쁩니다 -별후 -김남조

* 사랑과 눈물과 절망은 뒤에 처져서/ 더 충실히 절망케 하라 -새벽 산책 -신달자

* 텅 빈/ 공간 양면에 가죽옷 입고/ 개미허리 같은 가냘픈 허리를 가진 너/ 각양각색 소리의 조화를 만들어 내는 너는/ 마술사 아닌 소리사 -장구 -김영아

* 아름다운 꿈과 소망이 있는 한/ 너는 금전적으로 계산할 수 없는 행운의 여신이/ 너를 행복하게 할 거라는 확신하고 살아라 -자신에게 주는 말 2 -김용호

詩語 모음 27

* 언덕 밑에 살포시 내려앉은 햇살/ 작은 연못에 향긋한 아침 향기 -시골 풍경 -오세철

* 꺾어 버린 꽃잎을 감추고/ 검게 탄 순정을 가리고/ 가슴 빈 황제들을 위해/ 오늘도 검은색의 융을 친다 -밤 색시 -선미숙

* 아름다운 세상을 눈물 나게 하는 눈물/ 나는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그대 -정두리

* 마지막이라 하지 않고는/ 산다고 할 수 있는 모든 행동을 할 수가 없다 -소곡 -김초혜

* 어디선가 조용히 끄덕이며 문을 닫는 내가 있다/ 쓸쓸한 눈매로 잠잠히 지켜보는 당신이 있다 -누군가 이 겨울에 -홍윤숙

* 인간이라는 가난한 이름에/ 고독도 과해서 못 가진 이름에/ 울면서 눈감고 입술 대는 밤 -가난한 이름에게 -김남조

* 네가 내게로 오는 거리와/ 내가 네게로 가는 거리가 다르듯/ 내가 네 곁에 머물다 돌아서는 시간과/ 네가 내게서 떠나가는 시간이 같지 않다 -속 벽암록 14 -신동춘

* 기도는 내 음악/ 가슴 한복판에 꽂아 놓은/ 사랑은 단 하나의 성스러운 깃발 -민들레의 영토 -이해인

* 나이 삼십이 넘으니/ 이제 보이는 것 모두가/ 재개봉관 같아/ 사랑도 미움도 번뇌마저도 -재개봉관 -김승희

詩語 모음 28

* 우비 잃어 내 가슴 젖는 날은/ 젖은 그대로 너의 꿈속 지루한 장마로나 가리 -폭우 -김명리

* 네 그림자를 밟는 거리쯤에서/ 오래 너를 바라보고 싶-꽃 -신달자

* 날이 저물어 가듯/ 나의 사랑도 저물어 간다/ 사람의 영혼은/ 첫날부터 혼자이던 것/ 사랑도 혼자인 것 -저무는 날에 -김남조

* 찬비에 젖은 꽃잎이거나/ 마른 잎새거나 모두/ 제 무게만큼 지는 소리와 흔적이 있음을 -해남 연서 -김경미

* 사랑이 떠난 후에/ 알게 모르게 허물어진 몸 -조각 달 -유안진

* 견뎌 낸 슬픔도 지나고/ 못 견딘 슬픔도 지나고/ 모두 물처럼 흘러갔는데 -이 바람 속에 -김남조

* 세상에서 가장 고운 것은/ 하얀 반창고를 만신창이로/ 붙인 내 사랑 -내가 찾는 별은 -김승희

* 삶은 차례를 잇는 해후/ 이별 또한 해후/ 오늘은 이별과 만나고 있다/ 전혀 말도 없기롱/ 첫 만남이다 -연금술 -김남조

* 인연/ 비록 엇갈린 길목이었다 해도/ 걷고 걷다가 가랑잎으로 누우리라 -남산 길 -유안진

詩語 모음 29

* 창가에 흐르는 빗물은 내 맘속에 눈물인가/ 은행 이파리 팔랑 날아와/ 창가에 부딪힌다/ 이 비 그치고 나면/ 추위가 이 도심을 찾아 들겠지 -삶 -김영아

* 아픔을 안고 숨져 간 커피색 낙엽/ 위로 치적 비가 내린다. -겨울비 -오세철

* 누울 곳 없는 바람이/ 앙상한 가지 끝에/ 휘파람만 걸어 놓고 지나간다 -만추 -선미숙

* 매일매일 나를 운 지 십수 년/ 저런 세상 것까지 이 세상에서 다 울어 버린대도/ 눈물은 또 그리움일 것인가? -사랑굿 159 -김초혜

* 다 쏟아내고 형체도 없이 맑은 향기로/ 운명으로 서로의 살 속에/ 스며 가는 한 방울의 물 -한 방울의 물 -신달자

* 아아/ 까맣게 잊고 싶은 내 모든 것을/ 잊어버리기 위하여 거리를 헤맨다 -건망증 -유안진

* 당신을 나의 누구라고 말하리/ 나를 누구라고 당신은 말하리/ 마주 불러 볼 정다운 이름도 없이/ 잠시 만난 우리 오랜 이별 앞에 섰다 -후조 -김남조

* 이 넓은 세상에서/ 한 사람도 고독한 남자를 만나지 못해/ 나 쓰일 모 없이 살다 갑니다/ 이 넓은 세상에서 한 사람도 고독한 여인을 만나지 못해/ 당신도 쓰일 모 없이 살다 갑니까 -가난한 이름에게 - 김남조

* 전생의 업을 다 씻지 못해/ 돈 번 사람 돈으로 갚고/ 힘센 사람 힘으로 갚아라/ 나는 아무것도 가진 것 없으니/ 눈물로나 갚아야지 -죄 -선미숙

詩語 모음 30

* 떠나자/ 퇴색됨의 서글픔 안고/ 떨어진 낙엽 달래러 -가을 여행 -선미숙

* 남쪽에서 다가올 향훈 속에/ 껍질로 사 매여 있는 속살을 움직이는 그대가/ 살아 있는 소중한 생명이라면/ 몸을 비벼 껍질을 째고/ 새 삶을 추구 할 수 있도록/ 그대 원하는 몸짓에/ 이 몸 거저 맡기겠습니다. -흙 -김용호

* 그대를 이렇게 바라보기만 해도 좋은걸/ 아직 고개도 돌리지 않았는데/ 그저 한정 없이 바라만 보고 싶은 내 마음을/ 그대는 아는지? -아쉬움 김용호

* 형태도 없는 황홀한 사랑을 받았기에/ 내게 더욱더 그러하나 봅니다/ 그대는 나의 등대였고/ 그대의 나의 샛별입니다 -그리움 2 -김용호

* 그러나/ 모든 기억하는 자들의 머리 위로/ 밤은 오고 나는 나의 별에 잠시 걸터앉아/ 흘러온 길과 흘러갈 길을 바라본다 -시간 위에 몸 띄우고 -최승자

* 만 리 밖에서 기다리는 그대여/ 저 불 지난 뒤에/ 흐르는 물로 만나자 -우리가 물이 되어 -강은교

* 겨울밤 우는 추위에/ 기나긴 말 없는 어둠은 시작되도다 -어떤 겨울밤 - 배경란

* 살아온 만큼만 기다리기로 해요/ 세월이 그냥 지나치기로서니/ 흙에 심은 뿌리 죽는 법 보았나요? -박흥숙전 -고정희

* 꿈에도 보듬지 못하는 우리 사랑/ 그대여 어느 길로 들어야 마주칠 것인가?/ 그대여 자꾸 작아지고 있다/ 우리의 저울대는 기울고 기울어/ 이제는 수평을 이룰 수는 없는 것인가/ 바라볼 수 없는 나의 임에 이어 -비가 -신달자

詩語 모음 31

* 내 마음 왜 이러느냐/ 한 줄기 바람에도 꽃보다 예민하게 뒤집히고/ 끊임없이 이는 아황빛 먼지처럼 사로잡히니 -내 마음 왜 이러느냐 -배경란

* 어머니/ 일출의 바다는 또한/ 일몰의 바다임을 기억하고 싶습니다/ 임이 오실 그 바다에서/ 당신을 만나겠지요 -편지 -이해인

* 사랑은 착각일까?/ 야망도 허깨빌까/ 눈물 안경 쓰고 보면/ 사는 죄 죄다 허깨비 노름 -허깨비 -유안진

* 그의 속마음이/ 하찮은 부분에서도 빛나고 있는 전시장에서 보면/ 되돌릴 것은 내 그림자뿐이다 -소품 -정두리

* 사랑이 나로 눈멀게 하는 밤엔/ 세상은 오직 한 빛깔/ 면사포 부신 눈빛/ 이 꿈결에서는 천벌 받을 일마저도/ 축복받아 마땅할지라 -눈 내리는 밤 -유안진

* 둘은 서로 맹렬하게/ 병을 옮기는 입맞춤을 나누며/ 그것을 사랑이라고/ 혹은 운명이라고 부르고 있구나 -꿈꾸는 병 -김승희

* 쌓아 버린 육신의 기름 덩어리/ 억지 육수로 뽑아내며/ 도심 속의 낙원 위를/ 허무가 달린다 -또 다른 풍경 -선미숙

* 너무 행복한 웃음에도/ 너무 기막힌 슬픔에도/ 파도는 쉼 없이 춤을 춘다. -파도 -선미숙

* 치악산 껴안고 몸부림하는 저 안개/ 온밤 내내 어두워도 부족한 아쉬움인가 -원주 땅 -오세철

詩語 모음 32

* 입술 깨물며 삭이는 운명/ 잊고자 눈감아 돌아서면/ 무성한 그리움 -비밀의 꽃 -오세철

* 어느 날 갑자기 백발과 동무해서/ 콧잔등에 날렵하게 앉아 나와 친구 하잔다 -돋보기 -김영아

* 소녀야 오늘 밤은 어디서 잠을 잘라느냐?/ 회색 가면 화장 긴 머리 가발 벗어버리고/ 솜털 보송한 홍안 얼굴 세라복/ 교문으로 가야지 않겠니? -소녀의 방황 -김영아

* 사는 게 서럽고 버거울 때마다/ 마른 삭정이 같은 가슴에서 한 사람을 생각한다 -해빙 -김영아

* 따라오지 마라/ 따라오지 마라/ 내 꿈의 집엔 네 자리가 없다 -어둠의 노래 -신달자

* 나는 끝낼 수 없는/ 한 장의 편지를 이 밤에 쓴다 -편지 -홍윤숙

* 해어지는 연습 없이 사랑했는데/ 너와 내가 목메어 돌아서는 길목/ 이별은 기도의 출발 -이별 소곡 -이해인

* 숱한 남성을 짝사랑한 후에/ 가을 수풀 되어 버린 내 머리 터럭/ 흙먼지 날리는 사막 같은 가슴/ 그 어디쯤서 그대는 발견되었는가? -청년 그리스도께 -유안진

* 하나의 아름다움이 익어 가기 위해서는/ 하나의 슬픔이 시작되어야 하리/ 하나의 아름다움이 익어 가기 위해서는/ 하나의 그리움이 시작되어야 하리 -미완성을 위한 연가 -김승희

詩語 모음 33

* 혼자 흘러와 혼자 무너지는 종소리처럼/ 온몸이 깨어져도 흔적조차 없는 이 대낮을 -고독 -문정희

* 어디에 있느냐 나쁜 사람아/ 이 마음은 바늘과 실로 기워 낼 재간이 없구나 -바느질 -유안진

* 견디고 견딘 그 나머지의 피곤/ 오늘은 안식을 불러 주시고 편안한 긴 잠에/ 사랑도 쉬게 하옵소서 아베마리아 -사랑도 쉬게 -김남조

* 백지 한 장 보냅니다/ 열흘 밤 열흘 낮을 마주하던 백지/ 점 하나 찍지 못한 이 마음 보냅니다 -편지 -신달자

* 아침 태양은/ 머슴아이 계집아이 머리 쓰다듬다가/ 쉬엄쉬엄 논둑을 걷는다 -원주 땅 -오세철

* 하늘이 흰머리라도 잘라 내는지/ 종일 싸락눈만 흩날리고/ 일흔 넘은 외상쟁이 할머니/ 또 빈손으로 염색하고 갔을 뿐/ 벌써 일주일째 빗도 가위도 솜씨도/ 모두 녹이 나겠네 -늙은 미용사의 하루 -김경미

* 살아 보고 싶어라/ 무엇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무것도 아니 되기 위하여 -동상 -유안진

* 떠난다는 말은 사랑한다는 말보다 더 친하다/ 떠난다는 말은 떠나지 않아도/ 마음을 가르는 칼인 그것을 안다 -탈출의 노래 -신달자

* 여인이여/ 우리 생애에서 가장 쓸쓸한 시간이 언제 올지 모른다/ 씻은 구슬 같은 마음 밭에/ 하나의 사랑만이 있는 대로의 깊이로 길들인다면/ 그 사랑을 누구에게 주겠는가? -마지막 장미 -김남조

詩語 모음 34

* 누구에게나 한때는 춥고 어두웠다/ 빈 내장을 흔드는 바람 소리와 빈혈과/ 아무것도 내 그것은 아니었다/ 대개 잘 흐르는 강가 음악실/ 구석 자리마저도 -어린 시절 -구순희

* 저희는/ 그 무엇이고자 하나이다/ 날마다 헛된 이름 아래 사라져 가면서도/ 이처럼 아름답게 설레며/ 그것이 영원히 헛되지 않기를 바라느니 -기도문 2 -강경화

* 절벽엔들 꽃을 못 피우랴/ 강물 위인들 걷지 못하랴?/ 문득 깨어나 스물다섯이면/ 쓰다만 편지인들 다시 못쓰랴? -비망록 -김경미

* 여인들이 어울리는 감미로운 낭만이/ 흐르는 백사장에 모래가 발목을 붙들 듯한/ 꼭 그런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간이역에서 기적 소리 울리고 떠나는/ 기차같이 못내 아쉬움을 남기고 떠난/ 어떤 이별로 인해 비대해진/ 아픔을 견디면 살아 본 적도 있습니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김용호

* 내가 여는 만큼 더 앞서 너는 열리고/ 내가 가는 만큼 더 앞서 너는 깊어지니/ 그대여 우리의 바닥은 우리 가슴 안에 있다 -늪 -신달자

* 내 안에는/ 세계 지도보다도 더 많은 길이 있어 -악몽 -문정희

* 두 팔에 집채같은 밤을 함께 안아요/ 어디서나 우리들의 언어는 빛이었어요 -사는 법 6 -홍윤숙

* 날마다 사랑함은 날마다 죽는 일임을/ 이 또한 적어 두게 해 다오 -밤 편지 -김남조

詩語 모음 35

* 사랑이란 글자가 아직도 주어가 되느냐?/ 자리를 바꾸어 놓아도 목적어가 되느냐? -추위 -유안진

* 한 서너 번 산부인과에 가본 여인들은 알 것이다/ 우리들의 옷이 결국 무엇이었던가를 -산부인과 -김윤희

* 그래도 나는 못 버린다/ 먼지뿐인 사랑 모래뿐인 시 -애가 -김명리

* 가출할까/ 출가를 할까/ 이것은 나의 영원한 주제다 -평화일기2 -김승희

* 미처 사랑까지 못 가서 꺼지는/ 용기 없는 바람 무늬/ 그처럼 -물거품 -유안진

* 고통이여 그대와 나는 부부가 되고 싶습니다/ 이러한 그대와 나이기에/ 산다는 것은 자꾸만/ 범죄의 욕망을 닮아 가지 않습니까 -시계 풀의 편지 2 -김승희

* 눈 오는 구석에 홀로 서/ 눈과 함께 녹아 그대/ 가슴에 내 모습을 새기고 싶다 -눈 -김초혜

* 창문을 여시고 그대는/ 내 가슴에 손을 넣어/ 물을 퍼내셨습니다/ 도망하고 싶어 집을 나서면/ 그대는 어느 곁에 슬며시 다가와 창문을 여시고/ 내 가슴 속 물을 길어 가셨습니다 -사랑에 관하여 -김혜순

* 나의 눈물이/ 그대의 눈물을 마시고/ 나의 슬픔이/ 그대의 슬픔/ 모질게 짓밟아라 -행자의 노래 -김윤희

詩語 모음 36

* 아/ 한목에 그대를 다 품을 수 있는/ 씨앗으로 남고 싶습니다 -그대 -정두리

* 사랑이 떠난 후에/ 알게 모르게 허물어진 몸 -조각 달 -유안진

* 내 육체와 정신의 어느 틈서리에/ 펄럭이며 피어나는 이 불씨는 무엇인가? -애가 -김남조

* 내가 그 누구의 굳은살을 뚫고/ 파릇이 돋아날 것만 같아요 -돌아오는 길 - 황인숙

* 나는 마음 착한 소녀처럼/ 인내라는 험준한 여인을 섬겨 왔습니다 -하나의 약속을 -홍윤숙

* 사랑에도 꿈에도/ 난 늘 낙제하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삶은 한층 눈부시고/ 내 것이 아닌 연인을 바라볼 때처럼/ 울고 싶도록 더욱 다가들고만 싶은가? -낙오 -김승희

* 너는 내게 있어/ 흐르는 물이 아니었다/ 소용돌이였다/ 그래서 나는 네가 좋다 -시간2 -문정희

* 짙은 외로움의 멍울이 가슴께까지/ 바다 빛으로 물들어 가는 / 내 마음의 깨울 수 없는 들녘 -내 마음 들녘 -노향림

* 그대를 조금씩 단념하면서/ 적막을 보태어 살다가 보면/ 설움도 나를 놓아주리니 -사랑굿 111 -김초혜

詩語 모음 37

* 누구를 사랑한 일도 없는데/ 봄이면 꼭 실연을 당한 것만 같아/ 정말 두려운 건 삶이란 꼭 언제나/ 반듯이 어제의 무덤 위에서/ 살기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지 -재개발 지역에서 -김승희

* 한 마리쯤/ 쥐도 새도 모르게 처치할 수도 있다/ 쥐가 새가 다 안다고 하여도/ 그까짓 것쯤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신생대에 속한 사람 -김승희

* 오래 기다린 목소리끼리/ 가장 따뜻한 빛으로/ 하나를 이루고/ 불신이 없는 풀의 이름으로 만나/ 우리는 강물처럼 흐르며 가자 -이제 우리는 -구순희

* 야윈 어깨 위에/ 야윈 어깨 위에/ 한 장 가랑잎 같은 당신의 손길을 얹어 주소서 -가을의 기도 -홍윤숙

* 우리에게 하기 어려운 말이 생긴 것은/ 아무래도 정직하지 않다고 함을 뜻하는 것일 거다 -봉함 엽서 -정두리

* 삶의 여정이 너무 힘들어/ 사슬 같은 인연들을 잘라 내고/ 적토마 타고 떠나고 싶다/ 질기디질긴 질경이 같은 삶은/ 내 끝없는 노력과 눈물을 바쳐도/ 대답이 없으므로 -도피 -김영아

* 한 해가 다 가는 여기쯤/ 지난날들을 주름잡아 놓고/ 다사다난했던 기억을 오색 구슬에 엮어/ 기억 저편에 묻어 두고 싶다 -그리움 -김영아

* 무질서한 사고와 잡념들이 묻힌/ 그저 불빛만이 스쳐 가는 검은 파도를/ 숨소리로 잠재운다. -꿈의 바다 -오세철

詩語 모음 38

* 우리가 뿌려 놓은 꿈들은/ 허공을 떠돌기에 더 소중하고/ 쉽게 잡히지 않기에/ 모두가 꿈을 꾼다 -허공 -선미숙

* 하루가 저물 듯/ 우리의 삶 이렇듯 저물어 갈지니/ 사랑하는 사람아/ 저무는 두 마음 노을로나 타올라 /그대와 섞이고 싶어 -연심 소묘 -신달자

* 멎지 않는다/ 당신을 향한 나의 그리움 줄지 않는다/ 당신을 향한 나의 배고픔/ 우리가 시간의 허리를 동여맬 수 없는 까닭은/ 우리의 손목이 가는 탓이 아니라/ 나의 시간이 당신 없는 곳에서만 가고 있어서 -나의 시간은 -김명리

* 저처럼/ 종종걸음으로 나도/ 누군가를 찾아 나서고 싶다 -비 -황인숙

* 애인이여/ 그대 옆에 무심히 지나치는 사람/ 그대 옆에 무심히 떨어지는 낙엽/ 내 무엇으로 그와 바꾸랴? -거리에서 -신달자

* 세상에서 제일 추운 무덤가에/ 허리 구부리고 피어 있는 할미꽃의 둘레/ 이곳에 이르면 언어란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 꽃이란 이름은 또/ 얼마나 슬픈 벼랑인가? -할미꽃 -문정희

* 바람 불면 들풀처럼 낮게 누워요/ 아/ 그리고 혼만 깨어 혼만 깨어/ 이 겨울 도강을 해요 -사는 법 2 -홍윤숙

* 눈물은 눈에서 흐르는 게 아니었다/ 마음에서 흐르는 게 아니었다/ 눈물은 살이 녹아 몸 전체에서 흐르는 것이었다 -눈물 -신달자

詩語 모음 39

* 추억은 영원히 말할 게 못 된다/ 너와 말할 게 못 된다 -비밀의 노래 -신달자

* 네 이름에 이어진 건 여기 잠들어라/ 가을의 가슴 안에 쉬어라 -가을 잠 -김남조

* 그대 내게 오지 않음은/ 만남이 싫어 아니라/ 떠남을 두려워함인 것을 압니다 -사랑굿 1 -김초혜

* 나는 주로 사랑의 힘으로 살아가지만/ 때로는 미움의 힘으로도 더욱 잘 살아간다 -물을 찾아서 15 -김윤희

* 차라리 죄 하나/ 못 벗을 죄 하나 가슴에 짖고/ 마지막 목숨을 파계하는 꽃으로 질까? -파계 -홍윤숙

* 수많은 사랑 버린 뒤 사랑은 온다/ 수많은 믿음 버린 뒤 믿음은 온다 -사랑의 폭력 -천양희

* 사랑하는 게 어떤 가고 묻는 다정한 이어/ 확실하게 알지 못함으로써 생기는 오해의 덫/ 덫의 해만 없다면 야 사랑하는 거야 -해를 보내며 -안혜초

* 아름다움은 갈가리 찢어지고/ 나는 사는 것입니까/ 나는 견디고 있는 것입니까 -묵상 7 -천양희

* 떨어져 뒹구는 아픔 위에/ 짓밟혀야 하는 고통을 안고서 파라다이스를 향해/ 오늘도 붉은색의 가면을 쓴다 -밤 색시 -선미숙

詩語 모음 40

* 없어서 못 나누는 세상이 아니라/ 있고도 나눠 가지지 않는 세상/ 있어야 할 것이 없는 그는 누구인가? -불쌍한 시인의 최후 1 -김용호

* 오래 소식 전하지 못해 죄송했습니다/ 실낱처럼 가볍게 살고 싶어서였습니다/ 아무것에도 무게 지우지 않도록 -비망록 -김경미

* 이제 나/ 다신 너 없이 살기를 원치 않아/ 진실로 모든 잘못은/ 너를 돌려놓고 살려던 데서 빚어졌으니/ 네 이름은 고독 -고독 -김남조

* 죽어서도 떠나지 못하는/ 그리움의 질긴 밧줄 -평강공주 -강계순

* 남은 말이 있다/ 어느 얼음 진 최종의 날에까지/ 독 묻은 버섯처럼 곱고 슬프게 눈떠 있을/ 네게 못 다 준 목숨의 말 한마디 -남은 말 -김남조

* 하루살이처럼 불 속에 뛰어들거나/ 죽음인 줄 알면서 눈 딱 감고/ 열 옥의 거센 불에 몸을 던져 볼거나 -사랑 -신달자

* 만남이 이별이 되어서야 영원한 것을/ 잠시 왔다가 안개처럼 사라져도/ 이 땅에 남는 것은 사랑 한 줌 -사랑 한 줌 -김소엽

* 한 빛으로 모였다가/ 다시 흩어지더라도/ 지난 흔적으로 만나자 -이제 우리는 -구순희

* 우리 속마음 속사정도/ 때로는 이렇게 바꿔 타며 사는 건데-지하철을 타다가 -유안진

詩語 모음 41

* 너의 이름 부르면 길이 열린다/ 유일한 나의 삶은 사랑하는 것/ 죽는 것 -부활의 아침 -이해인

* 그대 증오 비정의 독이/ 저 비같이 나를 찌를지라도/ 다디단 사랑의 흰 젖같이 녹이리라 -비 -배경란

* 눈을 감으면 환히 떠오르는 이가 있습니다/ 꼭꼭 입을 다물어도/ 입안에 감도는 간절한 이름이 있습니다 -묵도 -유안진

* 이 슬픈 오른손으로/ 나 여기 살아 오늘/ 무엇을 더 적으랴 -이사하던 날 -김승희

* 갯벌의 부드러운 조직체 같은/ 닿아도 상처가 되지 않을/ 사랑할 사람 하나 만나기 위해/ 약속 없이 먼 길을 왔다가 못 만나고/ 정직한 아쉬움만 남겨두고/ 바람처럼 그냥 갑니다 -무작정 -김용호

* 우리/ 한 번쯤 바람이 되어/ 바람처럼 부서지고 싶었던 꿈을 보아요/ 처음 배운 사랑이에요/ 사랑의 미친 바람이에요/밤새는 줄 모르는 늦바람이에요 -11월의 바람 -홍윤숙

* 내가 너를 만나기 전에는/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다만 하나의 형체일 뿐 -너를 만나서 -김소엽

* 못내 춥고 그리운 날엔/ 사람 하나 지어 눈 맞춤 하리라 -눈사람 -유안진

* 우리는 무엇입니까?/ 늘 앞질러 사랑케 하실 힘/ 덜어내고도 몇 배로 다시 고이는 힘 -그대 -정두리

詩語 모음 42

* 죽음을 죽어 보고 싶게 하고/ 사랑을 사랑하게 하고/ 괴로움을 괴로워하게 하고/ 죄를 죄 되게 한 대신/ 젖은 눈을 한 번만 주십시오 - 편지 6 -김초혜

* 보이는 이 없어도/ 함부로 살아 버릴 수 없는/ 나의 삶을 확인하여/ 단추를 다는 이 시간 - 단추를 달 듯 -이해인

* 어쩌면 아버지 받침대를 잃고/ 담쟁이덩굴이 밑으로 자지러드는 건/ 그곳에 뿌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추락은 가벼워 -황인숙

* 긴 세월의 동안 곁 하여 주어서도/ 긴 세월의 끝까지 곁 하여 줄 것이어서도/ 아니다 지금 만났기 때문이다/ 네가 오지 않으면 내가 없기 때문이다 - 밀회 -신동춘

* 모두 나에게 숙제를 내주고 있다/ 이별하는 사람은 이별의 숙제를/ 미워하는 사람은 미움의 숙제를/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의 숙제를 - 평화 일기 4 -김승희

* 죄를 정화하며 사랑하는 지혜를/ 촛불은 알 거야/ 죄와 사랑이 피와 살처럼/ 짝지어진 사람의 숙명을/ 촛불은 민망히 여길 거야 -촛불 11 -김남조

* 그저 그의 기운이 다할 때를/ 그의 기분이 풀릴 때를/ 기다리면 되리라/ 내가 참아 내면 되리라 -소서 -정두리

* 사람은 사람을 기다릴 것이 아니요/ 사람은 사람을 기다리게 할 것도 아니옵니다 -기다리는 밤 -김남조

* 울고 사랑하고/ 불타오르고 한탄하는/ 아/ 인생은 위대한 예술 -파도를 보며 -유안진

詩語 모음 43

* 누가 저 어둠 뒤에 숨어/ 꽃들의 희망을 흙으로 덮고/ 다시 하얗게 바랜 새벽의 시체를 널고 있는가? -하지제 -홍윤숙

* 오늘은 어제보다 죽음이 한치 더 가까워도/ 평화로이 별을 보며 웃어 주는 마음 -별을 보며 -이해인

* 대답하지 말아라/ 사라지는 것을 사라지는 것으로 놓아 보내라/ 파도는 부서지고 안개는 녹는다/ 파도는 모래밭 이상을 올라오지 않는다 -바람의 대답이여 -김선영

* 구르기로 작정하면 한없이 굴러가지/ 육체는 흘러가도 마음은 흘러가지 못하며 –무제 1 -최승자

* 나는 이미 깊은 슬픔에 길들어/ 이제 그 없이는 그래요/ 나는 보석도 아무것도 아녜요 -보석의 노래 -문정희

* 나는 왜 끝내 겨울 눈밭에 허벅지 빠뜨리고/ 돌아가지 못하는 한 그루 포플러로 떨고 서 있는지 -겨울 포플러 -홍윤숙

* 사랑과 사랑 아닌 것을/ 눈물과 눈물 아닌 것을/ 절망과 절망 아닌 것을/ 거느리고 새벽길을 걷는다 -새벽 산책 -신달자

* 내 안의 반은 기다리고/ 다른 반은 늘 달려갔었지/ 다만 어느 쪽도 얻은 것이라곤 없다 -뜨거운 눈발 -김남조

詩語 모음 44

* 늘 불렀던 이름으로 부르지 말 것/ 친애하지 말 것 -새 주소 -문정희

* 신이 한 가지만을 주신다고 하면/ 나는 역시 한 남자를 갖겠다 -범부의 노래 3 -김남조

* 한 생애/ 잠시 타오르던 불꽃은 스러지고/ 주소도 모른 채 떠날 채비를 하듯/ 조용히 옷을 벗는 해안선을 보았네/ 잊는다는 일 하나만 보석으로 닦고 있다 -바다 앞에서 -문정희

* 바람이여/ 옷섶에 숨어 대신 울어 준 고달픔 멎어라/ 내 몸 일으켜 기어이 맞을 신비한 기쁨/ 오늘은 당도하리니 -바람에게 -신달자

* 내 푸르른 닢 아프게/ 다 지우고 떠나갔다 -겨울나무 -신달자

* 진실로 아름다운 것은 언제나 죄/ 곁에 있는 것 같은 내 믿음 철없고/ 아직은 피 더운 나인가요 -차를 마시며 -유안진

* 반은 하늘의 뜻이고/ 반의반은 저의 탓이고/ 그 나머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라 -싸락눈 -김명리

* 서로가 사랑했고 서로가 배반했다/ 비로서 들리는 가슴 안 강물 소리/ 강가에는 함께 서도 이별할 수밖에 없다 -강물 소리 -유안진

* 오 친구여/ 오랫동안 어둠으로 무거운 친구여/ 내가 오늘 내 어둠 속으로 순순히 돌아와 보니/ 우리 어둠은 사랑이 되는구나/ 우리 어둠은 구원이 되는구나/ 공평하여라 어둠의 진리 -서울 사랑 -고정해

詩語 모음 45

* 계단은/ 올라가는 것이거나 내려가는 것이지만/ 어느 쪽으로 가야만 피난이 되는지/ 알 수 없을 때 -피난 계단 -김승희

* 기막힌 사랑이란/ 기막힌 죽음에서만 태어나는가? -겨울연가 -유안진

* 가려 주고 숨겨 주던 이 살을 태우면/ 그 이름만 남을 거야/ 온몸에 옹이 맺힌 그대의 이름만 –사리 -유안진

* 오늘 내 영혼을 당신에게 연다/ 마지막인 허락은 이래야만 함인 줄 알았기에 –오늘 -김남조

* 살아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요만큼의 외로움이야 그냥저냥/ 그런대로 참아 내는 것임을 -쓰지 않는 일기에서 29 - 안혜초

* 그대와 나는/ 내리내리 사랑하는 일만/ 남겨두어야 합니다 - 그대 -정두리

* 찾아간 슬픔은/ 나를 기다리지 않고 앞서 떠나고/ 비로소 혼자 남은 녹지 않은 나의 슬픔 -슬픔 -김윤희

* 그대 생각을 했건만/ 매운 해풍에 그 진실마저/ 눈물져 얼어 버리고 -겨울 바다 -김남조

* 어떤 욕망의 얼굴 가린 핏방울이/ 처음 우리를 만나게 했었든 간에/ 지금 너는 내 몸을 이루는/ 질퍽한 조직체 -난로 가에서 -백미혜

詩語 모음 46

* 그 사내는 왜 자꾸 떠나려 하는지/ 어디에고 뿌리 내리지 못하는지/ 떠나는 연습만으로 끝나는/ 그 사내를 볼 때마다/ 북풍의 언덕을 쳐다보면/ 오히려 내가 떠나고 싶다 –떠나는 연습 2 -구순희

* 응시의 눈물 한 방울 속엔/ 혁명이 없었을까/ 새벽이슬 한 방울 속에 우주가 휘어지듯/ 나는 그런 눈물로서 지나간 나를 확인하고 싶다 -80년대 -김승희

* 나는 반만 창을 열고 내다보리라/ 창 뒤에 숨어서 내다보리라/ 저 먼 타관의 가을 한때를 -북촌 정거장에서 -홍윤숙

* 내 불행의 원인 중 15는/ 신의 잘못이고/ 그 나머지 14%는 타인의 잘못이고/ 그 나머지 18%는 원인 모를 까닭이고/ 그 나머지 53%는 내가 불러들인 것이다 -내 생각에 -김용호

* 내 행복의 11%는 신의 성은이고/ 그 나머지 10%는 타인의 관심과 배려이고/ 그 나머지 16%는 원인 모를 행복이고/ 그 나머지 63%는 나의 욕구와 신념으로부터 얻어진다고 여겨진다 -내 생각에 -김용호

* 우리는 누구입니까?/ 빈 언덕의 자운영꽃 혼자 힘으로 일어설 수 없는/ 반짝이는 조약돌 이름을 얻지 못한/ 구석진 마음을 투명한 시냇물/ 일제히 흰 띠를 두르고/ 다가오는 첫눈입니다 -그대 -정두리

* 청춘은 우리 뒤에/ 조금씩 망설이며 멀어져갔고/ 인생은 차츰 차단한 광석으로 굳어져 갔다 -바다의 기억 -홍윤숙

詩語 모음 47

* 진실로 무엇을 더 바라리/ 마지막 시절에 꿈같은 처음으로 사람/ 하나의 그 항구에 나도 왔음을 -가을에 -김남조

* 하나의 슬픔과 헤어져서/ 또 하나의 슬픔을 만나기 위하여/ 길 떠나가네 -슬픔 -김윤희

* 너의 생명이 무엇이면 어떠리/ 너의 고향이 아무 데면 뭐 하나/ 죽어야 할 만치 슬픔이 있다는 점으로/ 넌 무작정 내 마음을 끈다 -무제 -김남조

* 너 흘러 세상의 꼭대기 닿거든/ 구만리 폭포수로 희게 돌아오거라 -서울을 위한 향두가 -고정해

/yong ho kim 엮음 -http://www.gudosesang.com -김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