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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가지의 하루

외통 2023. 6. 27.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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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가지의 하루

내 이름은 바가지이다. 나의 성별은 호적에도 신체적 구조도 여성으로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거의 남자 이상을 달린다.

내 나이 18살. 참 기분이 나쁜 나이다.

어느새 아침이 밝았다. 자칭 바가지의 주인 부부가 날 깨운다.

누가 바가지 아니라고. 날 벅벅 긁어댄다.

덕분에 나. 바가지의 속살이 1mm 더 얇아졌다. 제기날. ᅳᅳ^

밥을 먹으라고 한다. 아침부터 긁힌 속살이 아려서 바가지 금 가는 소리가 났다. 제기랄. ᅳᅳ^

주인 부부가 날 아려본다. 거참. 말도 못 하게 하네.

난 바가지다. 주인네 부부는 나더러 집에서 새는 바가지라고 한다. 덕분에 밖에서도 샐 거란 오해를 받는다. 아닌데.

난 밖에 나가면 나가는 순간부터 셀로판테이프로 꼭꼭 새는 곳을 막는다. 정말이지 내 나이 18이 되기 전엔 테이프로 붙이는 걸 귀찮아했다. 그렇지만 요샌 거의 꼭꼭 막는다. 거참.

바가지라고 무식하게만 살 수 없다. 나는 바가지여도 공부한다. 학교에 갔다.

친구란 놈들이 내가 바가지란 걸 알고 내 속을 벅벅 긁어댄다. 여기서 삐지면 정말 바가지는 깨지고 만다. 어쩔 수 없다.

속은 금 가고 있지만 겉은 금 가는 것을 삼간다. 예전엔 이렇게 살지 않았는데. 점점 세상과 타협하는 생각이 든다. 쳇. 기분 나빠.

막말로 이 세상의 수많은 바가지 중의 하나인. 물론 급이 다르지만. 그 내가 사라진다 한들. 어느 누가 슬퍼하리오.

오늘도 나. 바가지는 그런 생각에 또다시 침울해진다. 그렇지만 곧 밝아진다. 왜냐면. 머 전부터 알고 있었으니까.

집에 가니까. 테이프가 헐거워졌다.

바꿀까 하다가. 요새 경기도 어렵고 하니. 테이프값 아끼는 차원에서 내버려 뒀다.

끝내 집에 도착하는 그 순간. 테이프가 찢어졌고. 집에선 오늘 하루도 새는 바가지로 지내야겠다.

정말 다음부터는 집에서도 셀로판테이프를 붙여야지. 주인네 부부가 또 뭐라고 한다.

오늘 바가지. 엄청 금 간다. 벌써 얼마를. 견뎌 왔던가. 바가지는 이렇게 살아야 한단 말이던가.

밥을 먹는데. 주인 부부가. 또 속을 긁어대길래. 제대로 바가지가 깨져버렸다.

이런. 이런걸. 자아 폭발이라고 하나?

하여튼 우리의 바가지. 본 성격이 나오고 말았다. 헉.

조각조각 난 바가지가 울부짖는다.

날. 내버려 둬. 붙이지 마. 그대로. 내 버려둬.

바가지의 하루. 일생은 그렇게 끝났다.

/문학과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