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바가지이다.
나의 성별은 호적에도 신체적 구조도 여성으로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거의 남자 이상을 달린다.
내 나이 18살.
참 기분이 나쁜 나이다.
어느새 아침이 밝았다.
자칭 바가지의 주인 부부가 날 깨운다.
누가 바가지 아니라고.
날 벅벅 긁어댄다.
덕분에 나. 바가지의 속살이 1mm 더 얇아졌다.
제기날. ᅳᅳ^
밥을 먹으라고 한다.
아침부터 긁힌 속살이 아려서 바가지 금 가는 소리가 났다.
제기랄. ᅳᅳ^
주인 부부가 날 아려본다.
거참.
말도 못 하게 하네.
난 바가지다.
주인네 부부는 나더러 집에서 새는 바가지라고 한다.
덕분에 밖에서도 샐 거란 오해를 받는다.
아닌데.
난 밖에 나가면 나가는 순간부터 셀로판테이프로 꼭꼭 새는 곳을 막는다.
정말이지 내 나이 18이 되기 전엔 테이프로 붙이는 걸 귀찮아했다.
그렇지만 요샌 거의 꼭꼭 막는다.
거참.
바가지라고 무식하게만 살 수 없다.
나는 바가지여도 공부한다.
학교에 갔다.
친구란 놈들이 내가 바가지란 걸 알고 내 속을 벅벅 긁어댄다.
여기서 삐지면 정말 바가지는 깨지고 만다.
어쩔 수 없다.
속은 금 가고 있지만 겉은 금 가는 것을 삼간다.
예전엔 이렇게 살지 않았는데.
점점 세상과 타협하는 생각이 든다.
쳇.
기분 나빠.
막말로 이 세상의 수많은 바가지 중의 하나인.
물론 급이 다르지만. 그
내가 사라진다 한들.
어느 누가 슬퍼하리오.
오늘도 나. 바가지는 그런 생각에 또다시 침울해진다.
그렇지만 곧 밝아진다.
왜냐면.
머 전부터 알고 있었으니까.
집에 가니까.
테이프가 헐거워졌다.
바꿀까 하다가.
요새 경기도 어렵고 하니.
테이프값 아끼는 차원에서 내버려 뒀다.
끝내 집에 도착하는 그 순간.
테이프가 찢어졌고.
집에선 오늘 하루도 새는 바가지로 지내야겠다.
정말 다음부터는 집에서도 셀로판테이프를 붙여야지.
주인네 부부가 또 뭐라고 한다.
오늘 바가지.
엄청 금 간다.
벌써 얼마를.
견뎌 왔던가.
바가지는 이렇게 살아야 한단 말이던가.
밥을 먹는데.
주인 부부가.
또 속을 긁어대길래.
제대로 바가지가 깨져버렸다.
이런.
이런걸. 자아 폭발이라고 하나?
하여튼 우리의 바가지.
본 성격이 나오고 말았다.
헉.
조각조각 난 바가지가 울부짖는다.
날.
내버려 둬.
붙이지 마.
그대로.
내 버려둬.
바가지의 하루. 일생은 그렇게 끝났다.
/문학과 사람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