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에 떼밀렸는지 나의 어깨를 짚은 채 그대로 퍽 쓰러진다.
그 바람에 나의 몸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피어 흐드러진 동백꽃 속으로 푹 묻혀 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그만 아찔하였다. /김유정 <동백꽃> 중에서-
<해설>
지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사랑의 느낌은 밀려 와 있곤 하는 거지요. 주는 감자를 거절했다는 이유로 점순이에게 괴롭힘을 당하다 못해 그만 점순이네 수탉을 죽이고 말았는데요. ˝점순이가 염려 마라!˝하더니 내 어깨를 짚고 쓰러지는 장면입니다. 점순이의 영악스러운 사랑의 표현에 반해, 그저 우직하기만 한 나의 표정에서 김유정(1908-1937) 특유의 해학을 읽는 사람들이 많지요. 나는 과연 동백꽃(생각 나무의 꽃) 알싸한 향기의 의미를 몰랐을까요? 어떻든 알 듯 모를 듯 사랑의 감정에 눈떠 가는 젊음의 모습이 상큼하지 않습니까? / 소설가 박덕규 -시 마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