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자료

장자 제17편 추수(秋水)

외통 2023. 5. 25. 09:51

글 찾기 ( 아래 목록 크릭 또는 왼쪽 분류목록 클릭)

외통궤적 외통인생 외통넋두리 외통프리즘 외통묵상 외통나들이 외통논어
외통인생론노트 외통역인생론 시두례 글두레 고사성어 탈무드 질병과 건강
생로병사비밀 회화그림 사진그래픽 조각조형 음악소리 자연경관 자연현상
영상종합 마술요술 연예체육 사적跡蹟迹 일반자료 생활 컴퓨터
장자, 제17편 추수(秋水)

가을이 되면 물이 불어난 모든 냇물이 황하로 흘러드는데, 그 물줄기의 호대(浩大) 함이란 양쪽 물가의 거리가 반대쪽에 있는 소나 말을 구별할 수 없을 정도이다. 그리하여 황하의 신인 하백은 흔연히 기뻐하면서, 천하의 아름다움이 모두 자기에게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 흐름을 따라 동쪽으로 북해에 이르러 동쪽을 바라보니 물의 끝이 보이지 않았다. 이에 하백은 탄식하면서 말하였다.

“속담에 백 가지 도리를 들으면 자기만 한 사람이 없다고 생각한다던데, 바로 나를 두고 한 말 같소이다. 또 나는 일찍이 공자의 넓은 학식을 낮게 평가하고, 백이의 절의를 가볍게 여기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이제까지 나는 그 말을 믿지 않고 있었소. 지금 당신의 무궁한 모습을 보니 내가 당신의 문하로 찾아오지 않았다면 위태로웠을 것이오. 오랫동안 도를 깨달은 사람들의 비웃음거리가 될 뻔하였소.˝

공자가 광이라는 곳에 갔을 때, 송나라 사람들이 그를 몇 겹으로 포위하고 해치려 했으나, 그는 거문고를 타며 노래하기를 그치지 않았다.

자로가 들어와 공자를 보고 말하였다.

˝선생님 어찌 이리 좋아하십니까?˝

˝자로야! 나는 이제껏 곤궁함을 꺼린 지 오래되었지만, 그것을 면치 못한 것은 필시 운명일 것이니라, 뜻대로 되기를 바란 지 오래되었지만, 그대로 되지 않은 것은 시세일 것이니라. 요, 순 시대에는 천하에 곤궁한 사람이 없었다고 하지만, 그것은 모든 사람이 지혜가 있어 그랬던 것은 아니었지. 걸 과 주의 시대에는 천하에 뜻대로 되는 사람이란 없었지만, 그 역시 모든 사람이 지혜가 없었기에 그랬던 것이 아니었지. 시세가 마침 그러했기 때문이었느니라. 물속을 다니면서 교룡(蛟龍)이나 용을 피하지 않는 것은 어부의 용기이고, 뭍에 다니면서도 코뿔소나 호랑이를 피하지 않는 것은 사냥꾼들의 용기이다. 흰 칼날이 눈앞에서 번쩍여도 죽음을 삶과 같이 여기는 것을 알고, 뜻대로 되자면 시세를 만나야 한다는 것도 알며, 큰 어려움을 당하여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성인의 용기이다. 자로야! 잠자코 있거라. 나는 운명의 지배를 받는 것이니라.˝

얼마 후 무장한 군사를 이끌고 온 장수가 사죄하며 말했다.

˝저희는 선생이 양호인 줄 알고 포위했던 것입니다. 이제 사과를 드리고 물러가겠습니다.˝

장자가 복수에서 낚시하고 있는데 초나라 임금이 대부 두 명을 보내 말을 전했다.

˝바라건대 번거로우시겠지만, 나라의 정치를 맡아 주시기 바랍니다.˝

장자가 낚싯대를 든 채 돌아보지도 않고 말하였다.

˝듣자 하니 초나라에는 신령스러운 거북이 있는데 죽은 지 이미 2천 년이 지났다고 하더이다. 임금은 이것을 비단에 싸서 상자에 넣어 묘당에 그것을 모셔 놓았다는데, 이 거북으로 말하자면, 죽어서 뼈만 남기어 존귀하게 되고 싶어 하겠소, 아니면 살아서 진흙 속에서 꼬리를 끌고 다니고 싶어 하겠소?˝

˝그야 살아서 진흙 속에서 꼬리를 끌고 다니고 싶어 하겠죠.˝

˝그렇다면 가시오! 나는 진흙 속에서 꼬리를 끌고 다니며 살 터이니.˝

장자가 혜자와 함께 호수의 다리 위에서 거니는데, 장자가 말했다.

˝피라미가 나와서 유유히 헤엄치고 있군. 이것이 바로 피라미의 즐거움인 게지.˝

혜자가 말했다.

˝자네는 물고기도 아니면서 어찌 물고기의 즐거움을 아는가?˝

˝자네는 내가 아닌데 어떻게 내가 물고기의 즐거움을 모르리라는 것을 아는가?˝

˝내가 자네가 아니니 자네를 알지 못한다면, 자네도 물고기가 아니니 자네가 물고기의 즐거움을 알지 못한다는 것은 틀림없는 일이 아닌가!˝

˝이야기를 처음으로 돌려 보세 · 자네가 내가 어떻게 물고기의 즐거움을 알겠나 하고 물은 것은 이미 자네는 내가 물고기의 즐거움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지. 그래서 나에게 그런 질문을 했던 것이니, 나는 호숫가에서 물고기와 일체가 되었기에 그들의 즐거움을 알고 있었던 것이네.˝

/시 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