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이 되어 바람이 불지 않아도 잎은 저절로 떨어지고 사람 없는 빈 산에 꽃은 붉게 피어 있다. -고문진보
* 국화는 꽃 중에서도 세속을 떠나 숨어서 사는 은둔자와도 같다. 모란은 부자나 귀인과 같이 화려하고 아름답다. 연꽃은 학덕이 높은 군자와 같다. -고문진보
*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늙은 것을 잊게 된다. 부와 귀 같은 것은 내게는 뜬구름같은 것이다. -고문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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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도 또 명년도 언제나 변함없는 웃음 즐겁고, 웃음 속에서 날을 보내고 봄바람 가을 달도 그저 등한히 보냈으나 그것도 잠깐, 지금은 이렇게 변한 신세가 되었구나. -고문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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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심을 때에는 마치 자식을 기르듯이 조심조심해야 하지만, 한 번 심어 두면 마치 버린 것처럼 그대로 두어야 한다. 이것이 나무를 키우는 비결이다. -고문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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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唐)나라 태종(太宗)은 칠덕무(七德舞)를 그림으로 그려서 후세를 경계했다. 이것은 왕업이라는 것인가 하는 것을 자손에게 교시하기 위해서였다. -고문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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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낮에도 사립문을 닫고 있으니 오는 손님도 끊기고 한가로이 빈방에 혼자 앉아서 세상의 쓸데없는 상념을 끊는다. -고문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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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자. 논과 밭이 장차 잡초가 우거지려 하느니 어찌 돌아가지 않으랴. -고문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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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한 자는 오래 살고, 뾰족하고 날카로운 자는 일찍 죽는다. 가령 붓은 날카롭고 뾰족하다. 따라서 빨리 못쓰게 된다. 벼루는 둔한 것이라 오래오래 쓸 수가 있다. -고문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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뜰 안에 있는 작은 샛길은 거칠어지고 소나무와 국화는 아직도 남았구나. 어린 아들을 이끌고 방으로 들어가니 술이 술통에 가득 차 있다. -고문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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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사라고 하는 명검을 둔한 못 쓰는 칼이라 하고 납으로 만든 둔한 칼을 날카로운 칼이라 말하고 있다. 어진 자를 어리석은 자라 하고 어리석은 자를 어진 자라고 대우하는 그릇된 세상을 말함. -고문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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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말아라. 오늘 공부하지 않으면서 내일이 있다고. -고문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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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도도하게 흘러서 옛날이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다. 그러나 그사이에 한(漢) 나라가 망하고 초(楚)나라가 일어났다. 그 초 나라도 또한 망하고 모두가 묘지로 변했구나. -고문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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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즐거움이란 음악과 미인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고문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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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온공(司馬溫公)의 자(字)가 군실(君實)이다. 인망이 높아 아이들도 군실이라는 이름을 알고 있었고 하인이나 종들까지도 그 이름을 알고 있었다. -고문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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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미(四美), 즉 상쾌한 아침과 아름다운 경치, 이를 칭찬하는 상심(賞心)과 이를 즐기는 음악이 갖추어져 있고, 여기에 현주(賢主)와 가빈(嘉賓)이라는 얻기 어려운 두 개가 갖추어졌다. 잔치 자리로서는 이 이상이 있을 수가 없다는 말. -고문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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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란 높다고 해서 명산이 되는 것이 아니다. 그곳에 신선이 살고 있어서 명산이다. 물은 깊다고 영(靈)한 것이 아니다. 그곳에 용이 살고 있어서 신비롭고 영험(靈驗)한 것이다. -고문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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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속인들은 내게 어째서 이런 벽산에 살고 있느냐고 묻는다. 나는 웃으면서 대답하지 않지만, 마음은 편안하고 한가롭다. -고문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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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명이 긴 사람이나 짧은 사람이나 모두가 자연의 변화에 따라서 언젠가는 최후의 시기를 만나 수명을 다하는 것이다. -고문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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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취해 곤드레만드레 되어 넘어진다. 마치 옥(玉)의 산이 스스로 무너지는 것 같다. 누군가가 밀어서 넘어진 것은 아니다. -고문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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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취해서 얻은 그 즐거움, 그 재미, 그 좋은 기분을 술 취하지 않고 깨어 있는 사람에게 말해도 소용없는 일이다. 아무리 말해도 그 묘미는 결코 알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고문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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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년이나 걸려 칼을 갈아서, 서릿발 같은 이 칼을 언제인가 시험해 보려고 했으나 아직 시험하지 못하고 있다. 이 검객의 의기는 다년간 학문을 쌓아서 지금까지 아직 세상에 물어보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운 사람의 심정을 비유한 것이라 한다. -고문진보
아직 소년이라 하지만 언제까지 소년일 수 있는가. 세상은 변하는 것이 아닌가. 어제까지 바다였던 곳이 오늘은 뽕밭으로 변하는 것인 것을. -고문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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얻고 잃는 것 같은 것은 일체 잊고 있다. -고문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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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조(靈鳥)인 난 새나 봉은 그 위세를 잃고 숨어버리고 그 대신 악조(惡鳥)인 솔개나 올빼미는 내 세상이라 하고 하늘을 날아다니면서 노닐고 있다. 고매하고 덕이 높은 어진 선비는 모함을 받아 물러나게 되고 악인이 판을 치는 세상을 비유. -고문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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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친구 관계는 한 번 손바닥을 뒤집었다고 생각하면 구름으로 되고, 또 한 번 손바닥을 뒤집었다고 생각하면 곧 비가 되는 것처럼 반복무상한 것이다. 이런 경박한 일, 일일이 말할 필요도 없다. -고문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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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처럼 아름다운 얼굴도 지금은 쓸쓸해 눈물만 흘러 난간에 떨어지는데, 하얀 배꽃 한 가지가 봄비에 젖어 가련하기만 하다. 현종(玄宗) 황제를 이별한 양귀비의 모습. -고문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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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은 늪에 있는 용이 구름과 비를 얻으면 하늘에 오르는 것처럼 한 번 세력을 얻으면 결코 범인이 사는 거리에 묻혀 있을 자가 아니다. -고문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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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멀리 전쟁터로 떠나감을 당하여 이 표(表)의 글을 쓰려니 눈물과 울음이 나와서 뭐라고 말씀을 올려야 할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고문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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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란 아무리 오래 살아도 백 년이나 살 수는 없다. 이런 짧은 인생에 있어서 우리는 항상 천년 뒤의 일까지 걱정을 잠시도 잊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 -고문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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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는 관중과 포숙이 가난했을 때 서로 사귀어서 평생을 간 것을 보지 못했는가. 하지만 지금 사람들은 그런 사귐 같은 것을 마치 흙처럼 버리고 있다. 관포지교(管鮑之交). -고문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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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을 키우기만 하고 학문의 도를 가르치지 않는 것은 어버이의 잘못이 되고 제자를 훈도하면서 엄하지 못한 것은 스승 된 자의 게으른 정(情)이다. -고문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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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자네 종일 술에 취해 보게. 아무리 마시고 싶어도 죽으면 그만인 것을 유령(劉伶)의 무덤까지는 술은 따라서 가지 못했네. 옛날 진(晋) 나라의 유령(劉伶)이라는 술을 좋아하는 호주가는 외출할 때는 항상 괭이를 들고 다녔다. 그는 항상 말하기를 내가 술에 취해 죽게 되거든 그곳에 묻어 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유령의 묘에까지는 술이 부어지지 않았다는 고사. -고문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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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도 금년도 꽃은 항상 아름다운 그대로 피고 있는데 세세연년 사람은 같지 않구나. -고문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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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에서 그윽이 살아가니 농사짓는 사람이 찾아온다. 서로 만나서 쓸데없는 말은 하지 않고, ´단지 뽕이 자랐다. 삼이 컸다´라는 말만 한다. -고문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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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미인의 눈썹이 아무리 아름답다고 한들 그 얼마나 오래 갈 것인가, 잠깐에 백발이 되어 흐트러진 실 같은 머리털이 될 것을. -고문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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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람은 옛날 그때의 달을 볼 수가 없지만 지금 저 하늘에 떠 있는 달은 옛날 사람도 비추어 왔을 것이다. 인생은 한정이 있지만, 천지는 유구하다. -고문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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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부(富)하게 하려면 좋은 논밭을 살 필요가 없다. 천 종(千鐘)이나 되는 많은 곡식이 책 속에 들어 있다. -고문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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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가을의 신선한 바람이 들에도 언덕에도 불어오고 있다. 이제 등불 가까이 앉아 책을 읽을 때로다. 등화가친(燈火可親)의 출처. -고문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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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은 평소의 해이함에서 일어나는 것이고 화근은 생각하지 않는 방심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고문진보
/-시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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