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일본에는 한 줄짜리 시를 쓰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먼 길을 여행하고 방랑하며 한 줄의 시를 썼다.
길에서 마주치는 풍경에 대해, 작은 사물에 대해, 벼룩과 이와 반딧불에 대해, 그리고 허수아비 뱃속에서 울고 있는 귀뚜라미와 물고기 눈에 어린 눈물에 대해….
한 줄의 시로 그들은 불가사의한 이 지상에서의 삶을 표현하고자 했다. 때로 그들에게는 한 줄도 너무 길었다.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시, 하이쿠 - 번개처럼, 우리 생에 파고드는 침묵의 언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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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아버지 얼굴에 앉은 파리를 쫓아 보냈네 - 이싸
* 높은 스님께서 가을 들판에서, 똥 누고 계신다 - 부손
* 이 숯도 한때는 흰 눈이 얹힌 나뭇가지였겠지 - 타다토모
* 반딧불을 쫓는 이들에게 반딧불이 불을 비춰 주네 - 오에마루
* 첫눈이여, 글자를 쓰면 사라지고 쓰면 사라지고 - 치요니
* 꽃잎 하나가 떨어지네. 어, 다시 올라가네. 나비였네! - 모리다케
* 내가 경전을 읽고 있는 사이, 이 나팔꽃은 최선을 다해 피었구나 - 쿄로쿠
* 나비가 날아가네. 마치 이 세상에 실망한 것처럼 - 이싸
* 첫눈이 내린다. 수선화 줄기가 휘어질 만큼 - 바쇼
* 사립문에 자물쇠 대신 달팽이를 얹어 놓았다 - 이싸
* 달에 손잡이를 매달면 얼마나 멋진 부채가 될까? - 소칸
* 내 그것으로 생각하면 우산 위의 눈도 가볍게 느껴지네 - 기가쿠
* 마음을 쉬고 보면 새들이 날아간 자국까지 보인다 - 사초
* 비가 내리는 날이면 허수아비도 사람처럼 보이네 - 세이비
* 새벽이 밝아오면 반딧불도 한낱 벌레일 뿐! - 아온
* 땔감으로 쓰려고 잘라다 놓은 나무에 싹이 돋았네 - 본초
* 옛날에 내가 떠난 집 아직도 그곳에 벚꽃이 피겠지? - 이싸
* 봄의 첫날, 나는 줄곧 가을의 끝을 생각하네 - 바쇼
* 늙은 개가 지렁이 울음소리를 진지하게 듣고 있네 - 이싸
* 저 나비, 무슨 꿈을 꾸길래 날개를 파닥거릴까? - 치요
* 이 미친 세상에서 미치지 않으려다 미쳐 버렸네 - 시메이
* 밤은 길고 나는 누워서 천년 후를 생각하네 - 시키
* 도둑이 들창에 걸린 달은 두고 갔구나 - 료칸
* 너무 울어 텅 비어 버렸는가, 이 매미 허물은 - 바쇼
* 얼마나 이상한 일인가, 벚꽃 아래 이렇게 살아있다는 것은! - 이싸
* 꺾어도 후회가 되고 꺾지 않아도 후회가 되는 제비꽃 - 나오조
/류시화 -한 줄도 너무 길다- 시 마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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