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칠레의 시인 파블로 네루다는 사회 참여적이고 민중 지향적인 시를 썼다. 그의 시는 어렵게 사는 노동자와 농민들의 어두운 마음을 밝히는 불꽃이었다. 독재정권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탄압을 받아 이탈리아에 망명해 있을 무렵 이탈리아는 칠레와의 외교 관계를 고려해 네루다를 추방하려 했지만, 그의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열렬한 반대에 부딪혀 추방을 포기해야 할 정도였다.
1973년 9월 11일 피노체트를 중심으로 한 칠레 군부는 대통령궁을 공중 폭격함으로써 군사 쿠데타를 일으켰다. 심장병을 앓고 있던 일흔 살의 네루다는 라디오를 통해 쿠데타 소식과 대통령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는 낙담하여 병세가 급격히 나빠지고 말았다.
며칠 뒤 네루다는 침대에 누운 채로 쿠데타를 비판하는 글을 구술하고 아내에게 받아쓰게 했다. 그런데 글을 마무리하기도 전에 네루다는 창 너머로 무장한 군인들이 자신의 바닷가 집으로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군인들이 그의 가택을 수색하기 위해 오는 것이었다. 부인이 받아 적던 종이를 급히 감추자마자 장교 한 명이 침실로 들어왔다.
“잠시 집안을 수색하겠습니다.”
네루다는 불쑥 장교에게 말을 건넸다.
“당신들에게 위험한 것이라고는 이 방에 단 하나밖에 없네.”
순간 장교는 깜짝 놀라며 권총을 빼들었다.
“그게 뭡니까?”
네루다는 단 한마디로 대답했다.
“시라네.” / 좋은 생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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