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이면 누구나 자유롭게 자기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기에 긁적거려 본다.
내 평생에 이루어질 수 없을 북녘땅 밟아 보기, 더 곧이 말하면 고향 땅 흙을 만져보려는 남다른 가슴이 저려서 이렇게 생각되는지는 몰라도, 내 몹시 꼬인 마음이 도무지 풀리지 않는다.
대한민국 헌법 제3조.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
이 헌법 규정이 건국 이래 한 번도 바뀐 적이 없고 경과규정에 시행 일자를 따로 두지도 않았건만, 대한민국의 영토는 오로지 한반도 남쪽의 반 토막에만 색칠되어 그려지기 예사니, 나머지 반 토막 북녘은 중국 땅인지 러시아 영토인지, 코흘리개로부터 백발의 노인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지도의 남·북 색깔의 다름에 시비하는 이가 없다. 아예 북쪽 반쪽의 실효적 지배 집단을 명실상부하게 인정하여 우리 스스로 포기했는지 모를 일이다.
많은 관광지도 와 매체의 지면이나 영상에 드러나는 우리의 영토는 자주 한반도의 남쪽 반 토막만 그려지다 보니 제주도 보다 큰 섬으로 보일 것 같아서 마지못해 해안선 두 개를 이어서 아세아대륙에다 붙여 놓은 듯, 그네 발판을 두 개의 끈으로 달아서 어딘가에 매달아 놓은 것처럼, 지극히 어색한 우리나라 지도를 볼 때마다 가슴이 조인다. TV 일기예보 그림에도 거의 다 남쪽 땅만 그려놓고 만다.
60년을 오로지 꿈길에서만 헤매는 나 같은 사람은 눈요기도 할 수 없는, 영영 남의 나라 땅이 되어버렸다.
다행히 위성에서 보내온 구름사진으로나마 이 아쉬움을 달래는 나. 남몰래 포효(咆哮)의 흉내를 내고 있을 뿐이다.
인쇄용 잉크와 종이가 아까운지, 아니면 남북의 색을 같게 칠함으로써 우리 대한민국이 독립국으로서의 존재가 시각적으로라도 훼손이 된다고 봐서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국가 3요소의 하나인 영토 일부를 우리 스스로 포기하는 것 같은 아쉬움이 남는다는 것, 숨길 수 없다.
하긴 유엔에 남북이 따로 가입되어 있으니 다른 나라라고 여길 수 있겠지만 우리는 하나일 수밖에 없는, 남북의 이질적 요소를 극복해야 하는 민족이다. 이 당위성을 인정하여야 하고 겨레는 이를 염원한다. 그렇게 보아서 또 억울하다.
그러므로 확연하게 구획하지 않음으로써 우리나라의 위상이 흐려진다고 생각해서라면, 한반도 외곽선은 반드시 함께 선명하게 그려 넣음으로써 대한민국의 실효적 지배할 수 없는 영토 일부로써 남아 있는, 북쪽임을 누구나 인식하도록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어떤 지도는 마치 어린이들이 운동장에서 서로 쫓고 쫓기다가 잡힐 것 같은 아이가 제 주위에 동그라미를 재빨리 그려놓고, ‘여기 들어오면 도둑놈!!’ 하고 외쳐대(선언 하)는 것과 같아 안쓰럽다. 그러면서 북녘땅이 우리 한반도의 일부인 대한민국의 영토라고 하면 우리가 북쪽 사람이 되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쪽 지배를 받는 것처럼 될 것 같아서, 움츠려서 그린 것 같은 안타까움도 배 나온다.
내 것이다. 내 것이다. 하고 외치며 끊임없이 뇌어도 내 것이 될지 말지 한 세력권의 자장(磁場)에서 자력(磁力)을 약화한다면 종국에는 내 것이 될 수 없는 것은 자명한데, 어쩌자고 세대를 달리하는 모든 이가 그냥 안주하면서 남의 나라 땅으로 기정사실로 하는지 답답하다. 분명히 중국 땅도 아니고 러시아 땅도 아닌데 말이다.
비록 고향 땅을 밟아 볼 수는 없을지라도 눈길이라도 고향에 붙여보고 싶건만 그마저 안 되는 현실에서, 인터넷 ‘구글 지도’에 들어가 위성 타고 고향의 산하를 눈에 담아 오는 수밖에 없으니 그나마 작은 위안이 된다.
몰아쉬는 한숨에 호랑이인지 토끼인지, 반도의 그림마저 뿌옇게 어린다. /외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