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나는 이따금 근처 고깃집에서 삼겹살을 사 먹는다. 취업 준비 때문에 도서관에서 공부하느라 분식집에서 대충 끼니를 때우는 남편이 안쓰러워서다. 그래서 항상 삼겹살 3인분 정도 시키면 나는 상추며 깻잎, 밑반찬과 밥으로 배를 채우고, 고기는 모두 남편 접시에 담아 주곤 했다.
며칠 전 시부모님이 오셔서 단골 고깃집으로 모셨다. 자리를 잡고 앉자마자 남편이 대뜸
˝삼겹살 삼 인분 주세요˝
하는 것이었다. 고기를 좋아하시는 어머님과 아버님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내가 당황해하며 물었다.
˝ 어머님 아버님까지 네 사람인데 3인분을 시키면 어떡해?˝
뒤이은 남편의 말이 걸작이었다. 나랑 둘이 3인분을 먹을 때마다 너무 배가 불렀지만 아까워 억지로 다 먹었단다. 그러니 네 명이 3인분 정도면 충분할 것 같다나? 공부하느라 애쓰는 남편이 안쓰러워 그 먹고 싶은 걸 꾹 참았던 내 마음을 몰라주다니.
그날 밤, 시부모님 가신 뒤 남편이 야속해 끝내 울고 말았다. 영문 모르는 남편은 어리둥절하다고 할 뿐.
그리고 오늘, 남편이 고기 생각이 난다기에 그 고깃집에 갔다. 언제나처럼 3인분을 시켰고 오늘은 내 양껏 먹었다. 그러자 남편은 뭔가 부족한 눈치였다.
˝ 오늘 고기를 좀 적게 줬나?˝
˝흥! 지금껏 자기 많이 먹으라고 나는 반찬만 먹은 것도 몰랐지? 그래도 3인분이 많아?˝
그제야 그날 밤 내 눈물의 의미를 안 남편. 한참 껄껄 소리내 웃더니 내 귀에 속삭였다.
˝여보, 사랑해!˝ /하이얀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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