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여름 해운대로 피서를 갔다. 파라솔 하나 꽂기 힘들 정도로 북적대는 틈을 비집고 언니와 나는 바다에 뛰어들었다. 장난치며 놀다 어느새 깊은 곳까지 들어와 있는데 누군가가 내 어깨를 세게 ´툭´ 치는 거였다. 너무 아파 뒤돌아보니 한 할머니가 무척 난감한 표정으로 무언가를 찾고 계셨다.
˝ 할머니, 뭘 그렇게 찾으세요?˝ 내 말을 못 들었는지 할머니는 계속 물속을 휘저으셨다. 다시 한번 묻자 할머니는 울상이 되어 말씀하셨다. ˝아이고, 이를 어떡하나…. 우리 손자 신발을 잃어버렸어!˝
저 멀리 모래사장에서는 손자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흠뻑 젖은 채 하얀 운동화 한 짝을 끌어안고 울고 있었다. 파도가 거세게 몰아칠수록 할머니의 손은 더욱 바삐 움직였다. 이렇게 깊은 곳에서 허둥대다가는 큰일 날 것만 같아 할머니를 말렸지만 막무가내셨다. 언니와 나는 안 되겠다 싶어 할머니를 억지로 밖으로 모시고 나왔다. 그사이 이미 기진맥진한 할머니는 정신을 잃고 쓰러지셨다.
할머니는 30분쯤 지나서야 겨우 눈을 뜨셨는데, 제일 먼저 손자부터 찾으셨다. ˝괜찮으세요?˝ 엄마가 걱정스럽게 묻자 할머니가 어렵게 입을 여셨다.
˝ 자네들 볼 면목이 없어. 정말 미안하고 고맙네.˝ 할머니 볼에 눈물이 어렸다. ˝이놈이 내 손자요.˝ 할머니는 옆에 앉은 손자의 자그마한 손을 꼭 잡으셨다. ˝얘 엄마가 집 나갈 때 운동화 한 켤레 사 신겨 놓고 갔어요. 그 바람에 엄마 올 때까지 운동화 안 벗을 거라면서 잘 때도 신고 자는 신발이었는데…˝ 하고는 바닷물에 푹 젖은 운동화 한 짝을 손자 품에서 떼어 내셨다. 모두가 놀란 가운데 할머니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다.
손자가 엄마 기다린다며 밥도 안 먹고 아침부터 대문 앞에 쪼그리고 앉아 있더란다.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셨던 할머니는 손자를 잠시나마 즐겁게 해 주려고 이곳 바닷가를 찾으셨고 그러다 신발 한 짝을 잃어버린 거였다.
할머니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면서 몇 번이고 고맙다고 말씀하셨다. 우리 가족은 손자에게 똑같은 신발을 사 주면 안 될까 생각도 했지만, 어머니를 그리는 아이에게 새 운동화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어 그냥 있었다. 할머니의 뒷모습을 보며 가족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가정은 그릇과도 같아 깨지면 서로를 다치게 한다는 것도./하이얀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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