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볕을 받아 고아질 대로 고아진 마른 흙길 위를 허락도 없이 아버지 자전거로 달렸다.
더위는 적당히 식어 작은 바람에도 하천 둔치의 코스모스들이
몸서리를 치던 그 가을, 몸집 작은 내가 바퀴 큰 자전거에 기대어 숨 돌리며 쉬고 있을 때면 곡식들은 너도나도 구수한 냄새를 그 바람에 실어 보냈다.
눈 감고 구경하던 그 냄새가 좋았다. 곧 누렇게 시들 풀숲 사이로 꽃뱀 하나, 허락도 없이 먹이를 찾아 헤매고, 먹을 게 저렇게 지천인데 너도 배가 고프냐고, 자전거에 기댄 채 맥없이 꽃뱀을 지켜보았다. /황기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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