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부모님은 유난히 부부 사이 정이 도타우셨습니다. 아침이면 항상 현관에 서서 뽀뽀하랴 포옹하랴 동생과 저는 남들이 본다고 투덜대곤 했지만, 아빠는 늘 그것이 생활이고 기쁨이라 하셨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두 딸 시집을 보내고 나면 손자들까지 꼭 아빠가 봐주겠노라고 약속하셨지요. 그러시던 아빠가 그렇게 사랑하고 그렇게 예뻐하는 아내와 두 딸을 두고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먼 곳으로 떠나 버리셨습니다.
평소 아주 건강하시던 분이 그즈음 유난히 피곤해하셨습니다. 이상하다 싶으면서도 잔병치레 한번 없이 워낙 건강하셨던 분이라 나이 때문에 그러시려니 생각하고 넘겨 버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무래도 검진이라도 받아 봐야겠다며 병원에 다녀오시던 그 길이 마지막이 될 줄은….
다녀오시는 차 안에서 피곤하다며 잠을 청하시며 아빠는 엄마에게 정말 이 세상에서 제일 멋진 모습으로 웃어 보이며 말씀하셨답니다. “난아, 그동안 미안하다.” 그리고는 “조금만 잘게” 하고 어머니 어깨에 머리를 기대셨답니다. 하지만 다시 깨어나지 않으셨지요.
그렇게 아무 준비 없이 아빠를 보내 드린 지 벌써 2년이 넘었습니다. 워낙 밝은 성격이시라 엄마의 가슴속 빈자리를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엄마는 밤이면 두 딸이 들을까 텔레비전 소리에 울음을 묻어오셨던 것입니다.
얼마 전 엄마 목에 두 개의 혹이 생겨났다는 이야기를 이모에게서 전해 들었습니다. 저희가 걱정할까 봐 알리지 않은 엄마가 너무 가엽고, 아빠 대신 엄마를 지켜 드리지 못한 것이 죄송했습니다. 검진 예약을 해 두고 기다리는 중입니다. 부디 아무것도 아닌 가벼운 것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엄마, 이제는 몰래몰래 울지 마세요. 어쩌면 엄마 목에 생긴 그 혹, 저희 몰래 삼킨 울음이 아닌가 싶어요. 엄마 이제 혼자 울지 마세요. 정말 슬퍼서 울고 싶을 때는 우리랑 같이 크게 울어요. 다시 울음 혹 같은 거 생기지 않게요. 아빠만큼은 잘할 수 없겠지만 저희 잘할게요.”/하이얀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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