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들강아지가 여울물을 치고 놀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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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는 하품하여 매봉산 흔들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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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렁 지른 바람결이 찔레꽃 향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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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가 캐온 달래 김칫국 맛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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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덩이 헐어 꺼낸 감자 씨눈 땄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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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에 되새기는 잊힌 봄 아른아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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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이 에워싼 온마을 에워 울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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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 따라가 잡으려 마냥 허둥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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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당에 비름나물 점심상 차릴 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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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와 미역냉국 맞아 입을 다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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숟가락 드니 끈적인 손등 뽀송뽀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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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에 새기는 잊힌 여름 아른아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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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 홀로 노랑 들판 지킬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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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통 소리 들으며 벼 이삭 숙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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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락모락 저녁연기 굴뚝 내 풍기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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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잎 치댄 살진 미꾸리국 먹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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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댕이’ 놓칠세라 두 손 힘주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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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에 새기는 잊힌 가을 아른아른.
. 나뭇가지 비친 창문 밝아 눈부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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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드름이 태 치면 까치울음 들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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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주콩 삶는 내 파란 하늘 넓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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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치미 국물 마시고 고드름 줍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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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은 손 비비며 화롯가에 달려갔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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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에 새기는 잊힌 겨울 아른아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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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