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씨개명

외통프리즘 2008. 6. 12.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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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씨개명

1557.001231 창씨개명

씨는 순 우리말의 씨앗인데 사람에게 붙일 때는 좀 달라지는 것 같다.  한 집의 계보를 나타내는 이름을 같은 소리인 씨(氏)로, 족(族)으로, 문(門)으로 조금은 넓어지긴 해도 여전히 종자의 뜻을 지니고 사용된다고 본다.

 

이 성씨가 우리 인간에게 붙여지기 시작한 것을 얘기하려면 나로선 더 공부하고 알아봐야 할 것이니 그럴 겨를은 없고, 그냥 아는 대로 뇌자.

 

역사상, 멸문지화(滅門之禍)를 입은 집은 은둔의 세월을 보내면서 종의 신분으로 전락하거나, 눈 속여가며 겨우 남의 성을 얻어 따르면서 화를 면해갔을 것이다. 역으로 무슨 짓을 했건 득세함으로써 또 새로운 씨명을 창출해내면서 빛을 발했다. 하다못해 본이라도 갈라서 따로나는, 권력 지향적인 성씨 우월(優越)시대가 있었다.

 

이렇게 해서보니 어느 성씨를 막론하고 그들의 시조는 하나같이 화려하고 출중했다. 그렇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퇴락하고 권력의 가장자리로 밀리면 몸부림친다. 신분의 상승을 도모하는 일도 있을 것이고 위장하여 남의 족보를 사들이는 일도 있었을 것같다.

 

종(種)으로서의 씨는 인간자체만으로서 순수 종(種)으로 다루어야 할 일이거늘 씨(氏)로서의 씨가 가부장적 가족 체계로 내려감으로서 이 종(種)으로서의 씨는 퇴색되고 외형적 권위의 주체인 남성만의 씨(氏)를 갖게 되어 순수 종의 의미인 씨족으로서의 의미를 희석시킨다.

 

또 성씨는 나무의 움과 같아서 어릴 때는 줄기에 매달려서 겨우 잎이나 몇 개 매달고 있지만 점점 그 가지가 커지면서 햇빛과 줄기에서 내 가지로 빨아들이는 양분을 다른 가지보다 많게 함으로써 다른 가지를 도태시키고 제 가지를 본줄기로 만들어 가는 속성도 있다.

 

뿌리는 하나이되 득세하는 쪽이 본 가지행세를 하는 것은 생물의 본령인가보다. 이런 관계로 해서 가지(枝)의 행세를 못하는, 곁가지로 밀려난 가지와 잎들은 스스로 본 가지를 포기하고 뿌리를 근거하여 멀리 떨어진 곳에서 땅위에 움을 내서 새로운 터전을 닦아나간다.

 

인간사는 동네를 떠나서 멀리 타향에서 본고장의 명예를 오손 시키지 않으면서 본고장에서는 할 수 없었던 생업으로 연명하며 훗날을 바라면서 세세 대대로 이어간다. 그들에게도 기회는 오게 마련이다. 허울의 씨족을 선호하는 사람은 변혁기일수록 부침이 심하여 희비가 엇갈린다.

 

몸부림 또한 극을 향해 치닫는다. '일제' 말기는 이들의 권력탐닉이 기회를 얻어 만끽하는 좋은 때였다. 이유야 어떻든 이질 문화가 동질화된 것처럼, 문화의 탈로써 쓰기를 고집하는 그들의 힘에 겨운 몸짓은 눈물겨운 비운의 몸부림이었다. 그러나 어느 때건 시류에 영합하는 분위기는 확 불어버릴 수 없는 일, 역시 창씨개명도 그럭저럭 시류의 중심부에서부터 서서히 시작되었다.

 

개명뿐 아니라 창씨조차 급류를 타기 시작하더니, 조선어 가르침의 철폐와 때를 같이하여 세찬 물결을 이루었다.

 

각 문중에서는 일대 소용돌이가 일었다. 환경에 재빨리 적응하여 비호 받는 층은 되도록 일본냄새가나는 씨명으로 성을 삼고 싶었고 이름도 그들의 문화에 깊이 영향 된 듯, 글자로 봐서는 전혀 분간할 수 없는 이름을 지었다.

 

이렇듯 성씨를 새로 짓는 방법도 갖가지다. 각 씨족은 그들 성의 뜻이 담기도록 하거나 아예 글자는 그대로 쓰면서 읽기만을 일본식으로 풀어 읽는 문중도 있는가하면 성은 할 수없이 갈되 본관만은 지키자는 문중 수구파도 있었다.

 

문중은 사분오열되고 사당은 내팽개쳐졌다. 그나마 본관을 창 씨로 한 선현들이 지혜롭다.

 

그 시대에 살았던 이는 이름도 두 개요 성도 두개인 이명동인(異名同人)의 이상한 사람들이었지만 세월이 지난 지금 그들이 서로 알아보는 방법의 하나가 이 두 가지 이름을 함께 혼용해서 부름으로써 변해버린 과거의 얼굴을 되찾아내는, 기막힌 사연을 요새의 젊은이가 알기나 하겠는지. /외통-

만물은 유전한다.(헤리클레이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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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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