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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 鄭澈과 기생 眞玉 이야기

잠 못 드는 가을밤 온갖 생각으로 뒤척일 그때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정철은 누운 채로 대답하니 문이 열리고 소리없이 들어서는 여인. 장옷으로 얼굴을 가린 여인의 방문에 정철은 놀랐지만, 그가 더욱 놀란 것은 장옷을 벗으니 드러나는 화용월태(花容月態), 꽃 같은 얼굴과 달 같은 자태의 미모이었다.

진옥이 말하기를

“천기 진옥이라 하옵고 일찍부터 대감의 성을 들었사오며 더욱이 대감의 글을 흠모해 왔습니다.” 정철이 다급히 묻는다

“그래? 내 글을 읽었다니 무엇을 읽었는고?”
진옥이
“제가 거문고를 타 올릴까요?”
하고는 읊기를.
居世不知世(거세부지세) 살면서도 세상을 모르겠고
戴天難見天(대천난견천) 하늘 아래 살면서도 하늘 보기 어렵구나
知心唯白髮(지심유백발) 내 마음을 아는 것은 오직 백발 너뿐인데
隨我又經年(수아우경년) 나를 따라 또 한 해 세월 넘는구나.

외롭고 쓸쓸한 귀양살이와 가는 세월의 무상함을 마음을 꿰뚤어 보는 詩였다. 眞玉을 만난 이후로 정철은 그녀의 샘솟는 鶴이 나는듯한 가야금의 선율 속에 어지러운 마음을 달래고 우울함을 잊을 수 있었다. 날이 갈수록 두 사람의 사랑은 익어갔고 드디어 정철은 그녀를 품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것이다.

조선의 풍류를 아는 대문호답게 그는 그녀에게 연애시 한 구절을 날린다.

權花樂府에 나오는 鄭松江 與眞玉 相酬答이란 詩이다.

“옥이 옥이라커늘 반옥(半玉)만 너겨떠니
이제야 보아하니 진옥(眞玉)일시 적실(的實)하다.
내게 살 송곳 잇던니 뚜러 볼가 하노라“

송강 정철(鄭澈)의 노래가 끝나자 가야금을 뜯던 진옥(眞玉)은 기다렸다는 듯이 응수하기를..

”철(鐵)이 철(鐵)이라 커늘 섭철(攝鐵)만 여겼더니
이제야 보아하니 정철(正鐵)일시 분명하다
내게 골풀무 잇던니 뇌겨 볼가 하노라.“

鄭鐵은 깜짝 놀랐다. 그녀의 즉석 和唱은 조선 제일의 시인 정철을 완전히 탄복시켰던 것이다. 정철의 시조에 字字句句 對句형식으로 서슴없이 불러대는 眞玉은 정녕 뛰어난 시인이었다. 두 사람의 은유적 표현 역시 뛰어나다.

반옥은 진짜 옥이 아니라 사람이 만든 人造玉이고 살송곳은 육(肉)송곳으로 남자의 성기를 은유하고 있는데, 眞玉은 그 뜻을 쉽게 알아차리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한 술 더 뜬다.

半玉에 대하여는 섭철(攝鐵)
眞玉에 대하여는 정철(正鐵)
살송곳에 대하여는 골풀무의 對句는 놀라운 기지와 재치와 해학이다.
攝鐵은 잡것이 섞인 순수하지 못한 쇠를 말하고
鄭鐵은 잡것이 섞이지 않은 순수한 鐵이며
골풀무는 불을 피우는데 바람을 불어넣는 풀무인데 남자의 성기를 녹여내 여자의 성기를 은유하고 있는 것이다.

기생 진옥은 시조집 권화악부(權花樂府)에 송강첩(松江妾)이라고만 기록되어 있는데 시조문헌 중에 누구의 妾이라고 기록되어 있는 것은 그녀가 유일하다.

眞玉도 妓女임에 틀림없는데 松江妾이라고 기록된 것은 송강 정철의 지위와 명성 때문일 것이다.

조선의 사회제도 속에서 양반의 축첩은 조금도 허물이 아니었는데 이런 기록이 더 많이 있을 수 있으련만 유독 松江妾이라는 기록은 眞玉에게서만 보인다. 그 누가 이들의 노래를 추잡한 시정잡배들이 오입질하기 위하여 妓生을 유혹하는 노래라고 할 수 있는가? 평소 흠모하던 대문장가인 정철을 향한 여인의 육체와 정신이 합일을 이루는 행위는 숭고한 사랑 행위 그 자체이었을 것이다.

선조 25년 임진왜란을 계기로 그해 5월 오랜 유배생활에서 풀려 다시 벼슬길에 나가게 되었을 때 마지막으로 松江을 보내는 자리에서 眞玉은 이렇게 표현하여 노래를 불렀다.

人間此夜離情多(인간차야이정다) 오늘 밤도 이별하는 사람이 많겠지요

落月蒼茫入遠波(낙월창망입원파) 밝은 달빛만 물 위에 지네

惜間今硝何處佰(석간금초하처백) 이 밤을 그대는 어디서 자렵니까?

旅窓空廳雲鴻過(여창공청운홍과) 나그네 창가에는 외로운 기러기 울음뿐이네.

부인 유씨는 한양으로 올라온 정철더러 眞玉을 데려 오도록 권하였다. 鄭澈 역시 眞玉에게 그 뜻을 물었으나 그녀는 끝내 거절하였고 江界에서 혼자 살며 짧은 동안의 정철과의 인연을 생각하며 지냈다고 한다. /글쓴이 : 閔在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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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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