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레박

외통프리즘 2008. 6. 18. 11:40

글 찾기 ( 아래 목록 크릭 또는 왼쪽 분류목록 클릭)

외통궤적 외통인생 외통넋두리 외통프리즘 외통묵상 외통나들이 외통논어
외통인생론노트 외통역인생론 시두례 글두레 고사성어 탈무드 질병과 건강
생로병사비밀 회화그림 사진그래픽 조각조형 음악소리 자연경관 자연현상
영상종합 마술요술 연예체육 사적跡蹟迹 일반자료 생활 컴퓨터

두레박

1584.001108 두레박

박은 우리 조상들의 생활 속에서 널리 쓰였던 생활용구의 재료였다. 식생활에서는 고급 나물로 쓰이는가하면 다양한 탈을 만드는 재료로도 쓰여서 우리네 시골의 놀이문화에도 기여했다.

 

용구로서도 널리, 물동이에 띄워 놓은 물바가지, 쌀독에서 쌀만 퍼내는 쌀바가지, 씨앗을 담아서 매달아 놓는 ‘둠박’, 잡곡 독에서 됫박 구실을 하는 쪽박, 우물물을 퍼 올리는 두레박 등 무수히 많다. 또 동냥 쟁이 쪽박도 있으리라.

 

아무튼 박은 가볍고 연해서 다루기가 쉬울 뿐만 아니라 어디서나 잘 자랄 수 있는 일년초이니 얼마 전까지는 우리네 농촌에서는 집집마다 안 심는 집이 없었다.

 

농촌의 풍경을 잘 들어내는 정서적 넝쿨이고 이 박으로 인하여 흥부도 생겨났다. 다만 재질이 약해서 깨질 염려는 있으나 이 또한 해마다 생산되니 염려할 바 아니고, 오히려 바가지인심을 만들어서 이웃 간에 포근한 인정의 다리도 되었다.  그 중에서도 이따금 공용으로 쓰이는 두레박이 늘 말썽을 부리는데, 그 두레박 당번이 어떻게 하다가 내가 돼버렸다.

 

우리 집을 새로 지은 뒤에, 이웃이 어울러서 우리 마당에다 우물을 팠는데, 두레박이 우리 것은 늘 거기 있고 우리 것이 깨져서 새거나 하면 이웃은 자기네 두레박을 갖다 길고 그냥 가져가 버리니까 우리 집의 두레박만 달랑 남고, 우리 집에서 물을 길려면 어머니의 손길이 몇 번을 더 오르내려야 되는, 번거로움이 생긴다. 때문에 바쁜 시간은 동동거리며 애꿎은 두레박만 나무라신다.

 

이 때는 아버지의 손길이 필요하지만 저녁 늦게까지 오시지 않는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두레박이 물위에 떠서 넘어지지 않아서 애태울 때에 못이나 다른 쇠붙이를 달아서 한쪽으로 무게를 실어주어 두레박이 쉽게 넘어지게 하는 것이 고작이다. 어머니께서 대견해하시는 것이 좋았다. 그러나 내 솜씨가 고작이라서 부실하게 달았으니 얼마가지 않아서 또 떨어져 나간다.

 

떨어져 나갈 때마다 다시 이 일을 해댔다. 어머니는 이 일만은 나를 믿고 맡기셨다.

 

 

어느 날, 장터에서 돌아오신 아버지는 양철 두레박을 우물가에 내놓으시고 바가지 두레박은 그 길로 부셔서 아궁이에 넣었다.

 

내 소임은 없어지고 어머니의 애 닳는 모습도 볼 수 없었지만 도울 수 있는 내 작은 일거리를 두레박 아닌 두레 양철(?)이 앗아간 것 같아서 오랫동안은 그 ‘두레양철’이 미웠다.

 

두레박은 ‘두레박’이라야지 ‘두레양철’로는 우리 우물과 우리 농촌을 아름답게 말할 수 없어서, 아직 ‘두레박’일 수밖에 없는지 모르긴 하지만 나는 '두레박'으로만 우물을 그리고 싶다. /외통-

사용되는 열쇠는 항상 빛난다.(B.프랭크린)



'외통프리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물  (0) 2008.06.19
생고무  (0) 2008.06.18
정어리 배  (0) 2008.06.15
명멸  (0) 2008.06.14
확성기擴聲器  (1) 2008.06.13
Posted by 외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