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

외통프리즘 2008. 6. 28.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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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0.001227 두 얼굴

 

키 큰 벚나무를 울 삼아서 아늑히 자리 잡은 교장사택은 뒤로 텃밭을 지고 오른쪽으로도 조각 밭을 끼고  왼 쪽으로는 '면소面所'를 끼고 앞으로는 넓은 운동장을 내 마당으로 할 수 있는 동쪽을 바라본 집이다.


이 집을 지키는 '스스끼'교장선생님의 일과는 학교와 관계있는 일 뿐이다. 그럴 것이 당연하게 생각되지만 세월을 넘긴 지금 생각하면 신선 같고 수도자 같이 생활한 분이셨다.


비록 군국주의의 첨병으로 내딛은 길일망정 어린 우리의 눈에 비친 그의 고고함은 여러 가지 이유의 외적 상황들을 극복하고 남아서, 그 풍기는 향이 짙었다. 각별하게 나무를 매만지고 사랑했다. 자연의 경외를 유달리 강조하는, 지성적이고 의지로 뭉쳐진 차돌 같은 분이셨다. 잘 다듬어진 체격과 용모조차 그 성격을 잘 나타내고 있다. 깡마르고 자그마한 키에다가 콧수염을 붙인 전형적인 일본 토박이 순수 형이다. 콧수염은 군림의 상징인가, 무리의 특성인가, 아니면 개인의 기호인가? 이 의문은 당시의 유행을 인정한다 해도 조금은 달리 토를 달고 싶다. 


우리의 두발문화를 이해하는 쪽으로 가기 때문이다. 머리는 수염과 함께 물려받은 것이라는 생각을 극단적으로 찬성하려는 것이 아니고 왜 일부만 남겨서 그 모양을 하나의 예술품 모양으로 가꾸고 손질하는, 그 심산을 알 수 없다는 뜻이다.


즉 수염은 아무나 다듬고 가꿀 수 없는 사치의 일부이기 때문에 이 작은 사치가 인간의 내면을 호도 하는 것으로 드러나는 것 같아서 역겹다. 달리, 생리적 효용으로 다듬는다면 아랫수염도 함께 기르거나 다듬어야 할 터인데 그렇지 않았으니 아직 아리송하다.  마치 애완동물을 기르는 이에게 무엇 때문에 수고스럽게 짐승을 기르느냐는 물음과 흡사하게 되니 할 말이 없어진다.


이렇게, 아직도 내가 이해하지 못한 콧수염을 정교하게 다듬어서 교장선생으로써 스스로 위엄을 갖추려고 했다고 , 지금 생각한다면 그  생각은  적중했다 하겠다. 예의 바르고 상냥하고 꼿꼿한 선생님의 이미지가 오늘에 이르기까지 지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검도에 조예가 깊은 선생님의 경세철학이 모든 이의 귀감으로 굳어지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것이 이상하다.


헌데 이 콧수염만은 나를 교장선생님의 틀 안으로 집어넣고 싶은데도 불구하고 그림자처럼 뇌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있으니 후임으로 오신 '우에다' 교장선생님이다. 전쟁말기에 부임한 선생님은 우리가 낯익혀온 '스스끼' 교장 선생님의 인상을 더욱 확실하게 하는 대조적 용모를 지니고 있었다.


콧수염도 없고 머리는 아예 중머리처럼 반짝였으며 체구가 커서 일본 사람 같지 않은 풍모를 갖추어서 놀랐다. 전쟁을 치르는 나라의 사람답지 않게 기름지고 둔하고 굼뜬 것 같았다. 수염의 필요성은 이 시점에 더욱 필요하련만 새파랗게 싹싹 밀고 조회에 나오는걸 보면 사람도 개성 따라서 외모를 만드는구나 하는 생각을 이제 하게 된다.


이렇게 보아야 속이 편할 것 같다. 만약 수염이 있느냐 없느냐가 전쟁의 승패를 점지하는 전초의 단서로 본다면 우에다 교장선생님이 부임할 즈음에 이미 수염도 달 수 없는 긴박한 동원태세를 말하는 것으로 돼야하기 때문이다.


수염은 위엄의 상징으로 우리조상들의 사랑을 받던 신체의 일부였다. 전쟁으로 인해서 그 작은 콧수염마저 지키지 못하고 말았을 ‘스스끼’ 교장선생님의 풍모가 안쓰럽다. 선생님은 수염을 사수하여 덕성의 상징으로, 만인의 사표로 꿋꿋이 이어 가셨으리라고 믿고 싶다.


뒤늦게 새겨 본다.


어려운 농촌의 보잘것없는 문화적 취약점을 고려해서 우리 꼬마들에게 교장선생님의 집에 딸린 목욕탕을 빌려주시던 자상한 분에게 그 때의 고마움을 한 세대가 지난 지금 감사드립니다.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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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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