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

외통인생 2008. 9. 20.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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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까다롭다며 이 일에는 근접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뚜렷한데, 그 무슨 뛰어난 재주라도 가진 사람만이 접할 수 있는 것처럼 여기는 이 일을 선뜻 자임한 것은 내 신념에 찬 오만일 수도 있지만 스스로를 믿고 시험해보려는 대담한 의도가 숨어 있는 것이 이유가 될법하다. 나아가 이 일을 추어내느냐 못하느냐가 내 앞가림 여부의 시금석이 되겠고, 그리하여 이 일의 성공을 발판 삼아 뛰어 오르고 싶은 야심이 숨어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 한 때 모셨던 국회의원이 의미심장하게 물어 올 때, 나는 서슴없이 정신적 일을 하고 싶다는 대답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아마도 이런 숨은 의도가 드러났지 안했나 한다. 그 것은 어릴 때 아버지께서 이른 말씀이 뼈 속에 녹아 있다가 용출(湧出)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흔들림 없는 내 지향(志向)은 선택의 기로에서나 방향설정에서 주저하거나 머뭇거릴 수 없게 했다. 취사선택을 단순히 하고 단호히 결정하게 되는 것도 그 때마다 아버지의 말씀을 떠올리며 그 길로, 그 길의 가까운 쪽으로 선택을 해 나갔기 때문이다.

 

이제 망설일 시간도 없고 서성거릴 짬도 없다. 시위를 떠난 살이고 던져진 주사위다. 준비랄 것은 그동안에 사 읽은 책이 고작이다. 누구로부터 한 마디의 조언도 받지 못했고 어디에서고 단 일분의 가르침도 못 받은 나로선 범할 수도 있는 오류(誤謬)의 두려움과, 피를 말릴 정신집중의 결과로나마 성취될 수도 있다는 흥분과 함께 성공적 미래에 대한 보람이 동시에 교차하여 몸부림쳤다.

 

고조되는 기압(氣壓)이 방안을 터칠 것처럼 팽만(膨滿)시킨 가운데 밤이 깊고 날이 새어갔다. 밟아보지 못한 밀림 속에 한 발을 내어 디딘 꼴이다. 더딘 행보가 계속 됐다. 회사의 전모(全貌)를 파악해야하는 나로선 이 일을 감당하는 것이 오히려 다행스럽지만 아무도 뒤를 맡을 사람이 없는 가운데 담당자는 나 없이 되는 일이 있는지 두고 보라는 듯이 이탈함으로써 나를 벼랑 끝에 몰아놓고 내 동정을 살피고 있다.

 

어쩌면 나를 몰아내기 위한 음모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미치면서 각오는 더욱 다져지지만, 백치의 내가 이 소름끼치는 함정에서 벗어나 우뚝 서려면 그에 따른 충분한 지식과 풍부한 경험이 있어야 하겠거늘 아직은 무지렁이에 다름없으니 난감하다. 한데도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내가 해결하고 말리란 다짐으로 닭이 울도록 불을 끌 수가 없다.

 

오금이 저리고 어깨가 무겁고 눈이 감기지만 식구를 한데 모으는 일이 이 일로 해서 풀릴 것이라는, 몇 겹의 먼 길이면서 그 길이 형극(荊棘)의 길일지라도 헤쳐 나가야 하는, 일념으로 한곳의 맺힘을 풀기 위해서 무수한 책장을 넘기며 풀어야하는 고통도 달게 받으며 끈기로 이어 가는 것이다. 모름지기 전임자는 자기에게 모든 것을 걸고 찾아 올 것이라고 생각하며 오만에 찬 파이프를 물고 있는지도 모른다.

 

헝클어진 사생활의 수습을 밑바닥에 깔고 일하는 정신활동에서 그 위에 공적 일을 펴놓으니 흔들리는 바탕 위에 공무는 출렁일 수박에 없는데, 이것을 극복하는 길만이 바탕을 수습하여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수습의 길을 거슬러 가고 있는 내 마음을 천지신명만은 알 것이다.

 

주야로 혼신의 힘을 다해 한해의 영업을 결산하는 결산서가 완성되었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죄이게 하고 떨게 하는 조정신고서도 마무리했다. 총회의 의사록도 만들었다. 모든 것은 지혜로 이어갔고 신념으로 마무리 지었다. 어떻게 될지를 걱정해야 소용이 없다. 백 층 이상의 거대한 건물을 설계하여 준공한 그 날의 그 사람의 기쁨인들 오늘 나의 이 기쁨에 견주지 못하리라!

 

전문적인 기관의 교육을 받고 수습(修習)기간을 제대로 거친 사람도 엄두를 내지 못하는 이 일에 감히 도전장을 내고 혼자의 힘으로 완성함은, 그것도 회사의 계획된 작품의 범주 안에서 쌓은 한 장 한 장의 벽돌 같은 숫자가 모아져서 난공불락의 요새와 같은 성채를 만든 보람에 자족(自足)한다. 만세라도 부르고 싶다.

 

어느 회사를 막론하고 '작품'의 한계를 벗지 못한 실정을 별 수 없이 따르는 고뇌도 함께 하고 있긴 하지만 그것은 이 일의 아주 끝머리나 가장자리의 걱정이니까 털어버리겠다.


작은 보람을 찾으려고 다락방에 의지한 채 매서운 겨울을 나며 남모르는 고통 속에서 뽑아낸 결산서는 세무조정계산서와 함께 세무당국에 탈 없이 심의 접수됐다.

 

미답(未踏)의 길을 걷는 것만 같았던 이 길은 생활인인 우리 모두가 전혀 새로운 길을 걷는 것만이 우리 삶의 전부가 아니듯, 나 또한 누군가가 간 길을 어름 하여 갔을 뿐인데, 함께 하는 사람 없이 홀로 걸어간 것이 조금은 다를 뿐이란 평범한 이치를 깨닫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조금은 멋 적었다.

 

누구든지 자기 일의 영역에서 만족 할 수 없는 것이 지금을 사는 사람들의 한결같은 생각이듯 나 또한 새 일을 만들어 이루고 싶은 충동을 느끼고 있다. 염원의 성취인가 이상의 실현인가를 따질 여유 없이 이번에는 회사의 합병절차의 피 합병법인의 입장에서 뛰어야하는 새로운 일이 닥치고 말았다. 경영자의 생각을, 의사결정을 거부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또 한 번 곤혹을 치른다.

 

역시 미숙(未熟)의 상태에서 모험과 결단을 요구하는 시련의 한 매듭이 내 앞에 맺힌다. 하늘을 볼 마음의 여유가 없던 내가 비로써 고개를 들어 태양을 바라본다. 어느 새 회사 울안 ‘석류나무의 매 마른 가지’에 물이 오르고 잎이 돋아 꽃이 피었으니 머지않아 빨간 열매를 맺을 것이 틀림없는데, 나는 아직 계절을 못 만나서 북풍 속에 꽃조차 피지 않는구나!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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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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