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2

외통궤적 2008. 10. 2.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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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기도 어려울뿐더러 대중없이 기다려야하는 택시는 버스보다는 돈이 꽤 더 드니 우리에게 조금은 겨운 이동수단이다. 또 좁은 골목을 누비고 다니면서 먼지내는 꼴도 그렇고, 번번이 비껴서야하니 짜증나는 것도 그렇다. 더구나 울려대는 경적은 아예 귀를 막아야 할 판이니 자동차는 내가 필요한 때는 있었으면 좋겠고 내가 걸어 다닐 때면 깡그리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솔직한 십경이다. 그러나 이는 넋두리다.

 

모두 내 형편에 따른 생각일 뿐이어서, 감정을 속일 수 없지만 따지기 전에 입장을 바꾸면 되련만 그게 어려워서 좁쌀이 되어있다. 그런데 그 비좁은 골목을 누비면서 자가용승용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이 있으니 여기 빈민촌에선 색다르게 보이고 심한 거부감도 느끼게 하는데, 특히 아침 출근 때에는 좁은 골목을 온통 차지하고서 사람들을 빈틈없는 길 가로 몰아가면서 먼지를 씌워 뭇사람들의 눈꼴을 사납게 하는 대목에선 더욱 그렇다.

 

조금만 생각해보자. 자가용차를 가질 것이라면 그만한 도로여건이 마련된 동네로 이사를 가든지, 아니면 아예 차를 갖지 말든지 할 것이지 어느 누구의 비위라도 역하게 뒤틀어 보고싶은 사람처럼, 걸맞지 않게 구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배경의 사람들일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도로를 빽빽이 메워 올라가는 사람들을 비껴달라고 빵빵거리며 올라가는 검은색 차는 자국이 나는 눈총알이라면 아마도 하루를 견디지 못하고 벌집이 되었거나 그 열기에 녹아서 형체가 없게 되었을 것이다. 그랬으면 좋겠단 생각이 든다.

 

유독 그 한 대의 차만이 아침 시간에 도도히 밀어붙이는 데는 아주 질색이지만 그것은 각자의 속마음뿐이고 어디다가 하소할 곳은 없다. 헌데, 그 사람이 내가 아는 사람일 때, 더군다나 그의 지난날을 잘 알고 있을 때 더욱 괴롭다.

 

아는 체 하자니 첫 대화야 이럭저럭 오가겠지마는 그 대화는 몇 마디 오가다가 그만 그치고 말 것이니 아예 모르는 체 하는 것이 속 편할 것 같아서, 그 차가 올 때면 언제나 눈을 판다. 그것이 잘하는 짓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마치 내가 그에게 무엇이나 바라고 접근하는가 여길까보아 지레짐작으로 그 근원을 없애려는 심사다. 혹시라도 내가 대등한 조건을 갖추었더라면 그렇진 않았을 것이란 생각은 들지만 그렇지 못하여 어중되다

 

자동차는 내게는 먼 나라 일이다. 그 생김새도 새까만 것이었고 우리 동네에서 유일하게 자가용으로 출근하는 그를 보고 많은 것을 느끼면서 여러 가지를 생각해본다. 

 

과연 나는 언제쯤 저런 차를 타고 출퇴근을 할 수 있을까? 시뿌연 하늘은 해를 가리고, 도로는 광란의 자동차 질주로 먼지만 자욱한데, 걸음이 발에 채여 발 놓을 자리를 놓쳐 더듬는다. 이것이 나다.  그런데, 그는 운이 좋아서 의원회관에 출근하는데 나는 그보다 앞서서 설쳐댔건만 운이 없어서 그만 말 탄 이가 달리다가 도중에 말과 함께 넘어지는데, 혼자 떨어지는 게 아니라 그 경주가 몽땅 몰수당했으니 작은 끄나풀조차 놓치고 이렇게 운 탄 사람을 부러워하는, 낙마자비가 되더니 뿔뿔이 다 헤쳐서 제갈 길을 가고 있는 것인데 거기에 무슨 한을 담아서 두겠나 싶어서 이렇게 하늘을 올려보고 외면한다.

 

나는 그래서 오뚝이가 되지 않으면 저런 차를 가질 수 없다는 생각을 해본다.필시 내가 차를 갖는다면 반드시 넓은 차도가 있고 차고가 있는 집을 마련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다. 70년대를 바라보는 야무진 꿈이다. 나를 내신 절대자를 믿어 의심 없이 따른다면 반드시 이룩될 것이다.

 

아귀다툼의 아침 버스는 생활의 현장이니 이를 외면하고는 저런 검은 승용차는 어림없을 것이란, 착히 야들야들한 생각을 갖는 풋내기 서울내기의 넋두리인 것이다.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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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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