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된 상태인데 곰팡이를 죽이려면 독한 주사를 맞아야 하고 이때 혈압이 떨어지면서 잘 못 되는 수도 있다. 이때 인공호흡, 산소공급, 강제 연명을 시켜야 하고 인공호흡 때 갈비뼈도 부러지고 잘못되는 결과가 올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이에 대한 서약을 받아야 한다. 가정에 따라서는 안 하는 수도 있다. 비용을 들여서 해보았자 몇 개월 살 수 없는 것이 자명하므로 가족이 의논해서 강제 산소 공급할 것인지 아니면 편안하게 운명하게 할 것인지를 의논해서 연락해 달라'고 합니다. '저의 의견은 돈이 들더라도, 며칠밖에 더 살 수 없다고 하더라도, 강제 수단을 마다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형제분들의 의견을 알고 싶습니다."
인천 처형에게 전화하는 내 목소리가 끊겼다 이어졌다 해서 몇 번이고 되묻곤 하는 처형의 목소리지만 그 말조차 제대로 들리질 않았다. 내 의지대로 일방적으로 흘렸을 뿐이다.
비장한 각오가 필요하지만 내겐 그럴 힘이 없다. 세상 모든 게 허망하고, 더군다나 돈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 모조리 다 써도 좋고 알거지가 되어도 좋다. 다만 아내만 숨 쉬고 있다면….
많은 이가 아쉬운 삶을 살아갑니다. 한을 품고 살아갑니다.
뉘라서 남의 삶을 저울 질 할 수 있겠습니까. 만, 이들에게도 거친 숨결이 감미로운 향기로, 눈가에 어린 물기가 세상을 굴절시켰던, 한 때가 있었을 것입니다.
삶의 진수인 고통이야말로 본연의 내 모습이니 참아 안고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