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제

외통넋두리 2008. 11. 29.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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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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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에선

8층 높이의 유혹이 걱정

 

걸을 때는

차바퀴가 부를까 걱정

 

노심초사

아내의 그림자가 된다.

 

 

사람도 죽이고 암도 죽이고,

그러다가 암만 죽으면

병원이 병고쳤다 하고,

 

그러다가 사람이 죽으면

사람의 수명이라 하고,

 

땅 짚고 헤엄치는 수술

내 말 못하고

어금니만 아프다.

 

둘 중의 하나,

방사선치료를 받을 거라더니

의사는 말을 먹고,

 

슬며시 약물치료로 다스린다.

아마도 의사들의 의견이

그렇게 모아졌나보다.

 

 

그런데, 지금

나는 다른 쪽의 치료에

더 관심을 갖게 되니

이것이

얄팍한 인심인가보다.

 

 

이 길을 가면

저 길이 좋아 보이고

저 길을 가면

이 길이 좋아 보이는,

 

암 치료의 길은

두 가지를 동시에 할 수 없으니

이를

아내의 운명을

제비 뽑은 것이라고 할까?

 

허긴

귀한 사람이

다른 이의 삶을 제비 뽑듯 해서

치료하는,

 

한계안의 사람에게 아내를 맡긴,

내가 길을 택한 것이니

누구보고 한탄 하랴!

 

 

간호사가 전해 주는

예상증후를 보고

떨고 있는 아내에게

내 위로의 말은 없다.

 

단지

옆에서 지켜만 볼 뿐이다.

 

 

베란다 가까이만 가도

가슴이 내려앉고

 

부엌으로 머리만 돌려도

조여드는 몸,

 

 

아내의 마음은

한 치 앞을

장담 할 수 없다.

 

 

이런 주사를 맞고 아내도 죽고

암도 죽고 나도 죽는

길에서,

 

요행으로 아내만 살고

암도 죽고 나도 죽는다면

참으로 좋으련만,

 

 

병마는 이미 아내의 키를 넘어서

기승을 부리니

죽고만 싶은 아내를

내 달랠 길 없어서

내가 오히려 외롭다.

 

이렇게 힘든 삶인데.

벗어날 기약이 없이

길만 가는 삶인데,

그래서 아내가 더 애처롭다.

 

일본에서 공수해온 야채도

시골에서 보내온 어성초도

시장에서 사온 시래기 무 총도

돈 덩이 상황버섯도

그대로 있는데

 

또 먹을 약, 한 보따리.

 

바라보는 아내 눈과

내 눈은 오늘도 마주치지 않네.

아내는 늘 먼 산,

나는 아내의 발끝,

 

옮기는 곳이 방이면 안도

옮기는 곳이 밖이면 초조

내 마음도

암으로 정복되어간다.

 

방마다 초인종을 달아놓고

방마다 자리를 마련하고

이 방 저 방 다니며

마루 헤매고,

아내는 지겨운 삶이다.

 

 

머리를 벽에 부딪고

내장을 훑는 구토가

번갈아 닥치는 오늘.

 

앞으로 이런 날이

끊이지 않을 것을.

 

이것이 진정한 삶의 모습으로

나의 감추어진 모습으로

다가온다.

 

식구는 우굴 거려도

쥐 죽은 헛간처럼 고요한데

아내의 울부짖음만

천정을 뚫는다.

 

주사를 맞고 나오는 날은

그런대로 먹고 마셨는데

오늘은 식음 전폐,

아내의 삶은 하루가

일생이다.

 

오늘을 잘 사는 것이

아내의 가장 큰 희망이다.

 

내가

창문 밖을 내려 본다.

 

뛰어내리고 싶다.

 

 

아내가 또

구역질을 한다.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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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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