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유

외통인생 2008. 12. 9.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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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말했다. 꽃은 지기 때문에 아름답다고. 지기 위해서 한껏 피는 꽃과 죽기위해서 열심히 사는 사람사이에는 아무런 인연이 없는데 사람은 꽃의 아름다움을 알고 찬탄한다. 하지만 사람이 사람을 찬탄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왜 그런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꽃끼리도 서로 시샘하기 때문에 더 화려하게 피려고 하는지는 모르지만 꽃은 수정을 위한 벌을 부르기 위해서이거나 더러는 곤충을 잡아먹기 위해서 핀다고 볼 때 반드시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닐성싶다. 그럼에도 우리는 꽃을 아름답다고 극찬한다.

새 생명의 탄생을 축복하는 자리에 꽃바구니가 들려가지만 그 꽃은 허리가 잘린 꽃이다. 지상의 모든 것의 값어치를 묻고 떠나가는 사람의 죽음 앞에 꽃송이가 놓이지만 목 잘린 꽃송이고 산더미 같은 화환은 곧 죽음과 함께 간다. 내게 아름답게 보임은 남에게 생의 마감이 되어서 다가온다. 이렇듯, 다른 종인 인간의 죽음 앞에 죽음의 꽃이 장식된다면 과연 아름다움은 어디에 머물고 있는지 답답하다.

사람의 기준으로 해석되는 ‘섭리’이긴 하지만 인간이 온전히 자기 삶만을 위해서 꽃을 꺾는 것이 아니라 치더라도 꽃을 말살하는 행위 그 것 또한 아름다움에서 멀어지는 행위다. 아름다움은 생명 그 자체인데 생명을 단절하고 아름다움의 의미를 부여함은 관리자로써는 과잉관리를 한 꼴이다. 사람이 세상의 모든 것을 장악하고 조정하면서 살아가지만 과연 그 꽃의 칭송이 온당한지를 생각하게 한다. 더욱이 아름답다는 꽃에 있어서 말이다. 많은 시인묵객들이 찬양하는 꽃의 일생을 그려본다면 어느 한 구석도 우리인간보다 쉽게 이루어진 꽃송이가 없을성싶은데, 사람은 기쁨을 얻기 위해서 한 생물의 일생을 송두리째 뽑아 말리고 만다.

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 동물의 뼈를 씹었고 살을 삼켰다. 또한 꽃을 피우기 위해 생동하는 푸성귀로 수없이 많은 나날을 즐겨 먹으면서 살았다. 아름다워야 할 꽃의 싹을 싹둑싹둑 잘라서 내 아름다울 몫으로 소화했으니 나는 더없이 아름답고 더없이 행복해야 할 테지만 그렇지 못하여 헛소리를 하면서 이렇게 뇐다.

이렇듯 피기 전에 먹어버린 꽃이 내 몸에서 핀다면 나는 사그라지지 않는 즐거움과 무지개 빛깔로 눈이 부셔야 할 테지만 이 순간에도 즐거움은 하얗다. 다만 죽음만이 아름답게 다가온다. 하얀 아름다움, 그 것은 무에로 돌아가는 아름다움인가? 인생이 죽음으로 인생답다면 삶은 꽃이고, 아름다운 삶의 열매는 죽음이어야한다. 죽음을 위해서 사는 삶, 아름다움을 위해서 아름다운 꽃을 먹고사는 삶, 이것은 삶을 누리는 슬기다. 그래서 모든 것을 거꾸로 생각하는 삶을 역설한다.

죽음이 아름다우면 죽기 위한 삶은 인고가 물결치고 바람이 회오리치는 뱃길이니 곧 꽃피기 전의 비바람 앞에 선 한 풀 포기 일 수밖에 없는데, 이것을 받아들이는 지혜는 아직 다가오지 않는다.

고락(苦樂)은 어느 한 쪽만 있을 수 없는 만고의 진리이다. 그것은 고통이 없으면 즐거움의 원천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무통(無痛)은 곧 무생물의 다른 이름이다. 삶을 즐기는 것은 고통을 즐기는 것이라야 한다는 단순한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하여 나는 고통을 즐기려한다. 아름다워지기 위해서!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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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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