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나머지 세월 무얼 하며 살겠느냐
물으면 사랑하는 사람과
이렇게 살고 싶다고.
기도로 하루 열어 텃밭에 가꾼 행복 냄새,
새벽 별 툭툭 털어 아침 사랑 차리고,
햇살 퍼지는 숲길 따라 야윈 손 꼭 잡고
거닐며 젊은 날의 추억 이야기하면서
선물로 주신 오늘에 감사하고,
호수가 보이는 소박한 찻집에서
나이 든 옛 노래 발장단 고갯짓으로
나지막이 함께 따라 부르며
이제까지 지켜주심이 감사하고,
한마디 말없이 바라만 보아도
무슨 말 하려는지 무슨 생각하는지
읽을 수 있는,
살다 때로 버거워지면 넉넉한 가슴에서
맘을 놓고 울어도 편할 사람 만났음이
감사하고,
빨간 밑줄 친 비밀 불치병 속앓이
털어놓아도 미안커나 부끄럽지 않게
마음 나눌 사람 곁에 있음이 감사하고,
세상에 태어난 의미요
살아 온 보람이며 살아갈 이유되어
서로 믿고 의지하고,
가을 낙엽 겨울 빈 가지 사이를 달리는
바람까지 소중하고 더 소중한 사람 있어.
범사에 감사하고,
그리고 서산에 해 넘으면 군불 지핀 아랫목에
짤짤 끓는 정으로 날마다 기적 속에
살아감이 감사하고,
하루해 뜨고 지는 자연의 섭리,
차고 기우는 달과 별 보내고 맞는 사계,
물고기 춤사위 벗하여,
솔바람 푸르게 일어서는 한적한 곳에
사랑둥지 마련해 감사 기도 드리며,
사랑하는 사람과 이렇게 살고 싶다.
/좋은 글 중에서
-http://www.feelpoem.com/-실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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