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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위대한 존재

외통 2023. 8. 16.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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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위대한 존재

하늘에선 누구의 눈물일지도 모를 서글픈 것이 한없이 쏟아져 내렸다. 이것은 과연 누구의 것이길래 이리도 서글픈 소리로 내리는 것일까? 창문을 두들기는 소리는 구슬프다 못해 처절하기까지 하며 내 마음의 창을 열라고 소리친다. 하지만 그것은 절대 강제로 내 창을 열지는 않는다.

그저 한없이 무한히 작은 결정체가 되어 두들기기만 할 뿐. 나는 오늘도 이것이 쏟아지는 날이면 다시 내 창문이 닫혀있는지를 제일 먼저 확인한다. 이쯤이면 되겠지 할 때까지 나는 이음새의 틈새를 찾아 너덜너덜한 천으로 틀어막고 이음새를 채워 철벽과도 같은 암울한 창문을 다시금 재확인한다. 이것이 내게 할 수가 있는 전부. 그러나 여태 단 한 번도 열려본 적 없는 비밀의 장소.

나조차도 열어보는지가 너무도 오래되어 이 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리지 않았더라면 기억 저편에 가만히 묻어두고 살아갈 수도 있었을 것을. 아니 나는 지금 살아가는 것인가? 나는 지금 소리를 듣고 나를 본다. 나를 보며 소리를 듣고 다시 나를 본다.

고작 이것뿐인 삶. 과연 나는 무엇으로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할 것인가? 분명 나는 살과 피로써 이루어진 거 얇아지고 싶은 인간이다. 대리석으로 조각된 그 순수한 것은 아니어도 생각하며 후회하는 어리석은 나의 마음으로 된 태초의 존재가 공들여 깎아 만든, 처음엔 분명 눈부셨을 조각상이었다. 그러나 나는 점점 침식되어간다. 본래 무엇이 존재하는 것인가를 두고 나는 생각했다. 내가 존재하는 이유. 나 이외에 존재하는 사물들에 대한 이유. 그리고 신이 존재하는 이유. 누구도 답하지 않았고 올바르지 않았을 가장 난제에 나는 여기 감히 확실한 답을 한다.

나는 죽었다. 그래 나는 죽었다. 그래서 나는 여기에 존재한다. 이런 나 자신이 우스워진다. 나는 죽었기에, 사물은 죽었기에 존재한다. 그것들이 살아있다면 그것은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저 멀리 창공을 날아가 사라진 희미하고 무의미한 어리석은 불나방과 같은 존재일 뿐. 아니 존재라고 하기에도 부끄러워서 그 명칭조차 붙여주기 아쉬운 그런 물질이다.

그러나 나는 여기 존재한다. 오늘의 나는 죽었고 분명 과거의 나 역시 죽어있다. 미래의 나도 분명 죽어있으리라는 것에 나는 내 존재의 의미를 걸겠다. 소리. 소리가 들린다. 그래 이 소리가 나를 존재에서 사라지게 만들려고 한다. 창문을 열라고. 내가 들어가 너를 흠뻑 적실 수 있도록 빈틈없이 철저하게 닫힌 그 굳센 너의 영역을 개방해 달라고. 한없이 끊임없이 은은한 목소리로 나를 무의식에서 잡아끈다.

마녀와도 같은 그 저주스러운 목소리가,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파멸로 이끄는 악마의 속삭임이 이 소리와 함께 늘 찾아와 나를 때려 부순다. 나는 생각하는 죽어있는 조각상. 처음엔 분명 눈부셨을 태초의 존재가 공들여 조각한 새하얀 세상. 다만 나는 존재하므로 이제는 모든 것이 부질없다.

저것들은 이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하늘이 맑아졌다고 이제는 끝이라고 생각하고 그 우둔한 귀를 닫아버리는 것인가? 평생 우주의 문턱에도 들어가지 못할 우매한 것들. 그래 너희들은 참으로 어리석은 것들이다. 존재하기 위해 발버둥 치는 너희는 저 땅에 기어가는 개미만도 못한 것들임이 틀림없다.

너희는 이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그 저주받을 소리가 끝난 후 내가 그것을 이겨낸 것에 신이 천사에게 나팔을 쥐여주어 불게 한 이 오묘하고 감동적인 오케스트라를.

참으로 불쌍해. 내가 너희를 대신해 눈물을 흘려주마.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너희들의 그 어리석은 행동을 계속해라. 그것은 나의 유일한 즐거움. 어리석게도 죽음이 유일한 존재라는 것도 깨닫지 못하고 필멸하기 위해,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그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지켜보는 나는 거대한 공연장의 단 하나뿐인 유일하고 특별한 관객이다.

그래 나는 특별한 것이다. 오직 나만이 이 소리를 들을 수 있으며 이것은 신이 나에게 증표를 내려 주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세상에서 유일한 존재이다. 신만큼은 아니어도 너희들의 모습과 생각은 모두 여기 내 우주 속에 존재한다.

나는 하나의 세상. 그러므로 나는 우둔한 너희들을 닮아줄 소중하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역할을 맡은 자다. 그러니 나를 찬양해라. 그것이 너희가 할 수 있는 전부이며 목적이니 나를 향해 찬양의 눈빛을 보내라. 그럼 내가 너희에게 다가가 귓속말로 아주 조용히 너 많이 들을 수 있게 모여든 군중을 뚫고 속삭여 주마.

너는 이제 죽었다. 그러니 너는 이제 존재한다. 이것은 처음 세상에 태어났을 때 정해진 약속이었으며 그것이 이제야 나를 만났기에 행해진 숙명이라고.

나는 내 구실로써 빠짐없이 너의 여태까지의 어리석은 행동을 지적하여 올바른 길로 이끌어 주마. 그럼 너도 나처럼 한없이 넓고 깊은 바다와도 같은 신의 일부가 되어 세상이 될 것이라고 그 경탄에 차 눈물을 쏟아부을 거룩한 가르침을 주마. 그러니 나를, 나를 바라보아라.

나보다 먼저 신의 일부가 된 나의 친구는 이제는 완벽하게 존재하기 시작했다. 나무에도 하늘에도 거리에도 심지어는 이 우매한 것들에게서까지 나는 나의 친구, 아니 이제는 이름 모를 신이 되어버렸을 그를 느낀다. 피부의 작은 감각마다 그가 자리 잡고 있어서 마치 소름이 돋는 듯한 기분으로 그는 내게 속삭였다.

이제 곧이다. 조금만 기다려라. 나의 주인이 이제 곧 너를 일부로써 맞이하실 것이라고 조금은 우수에 젖은 목소리로 내게 외친다. 그 느낌은 너무나도 강렬하고 확실하게 내 머릿속에 각인될 인상 깊은 소리였다.

아. 어떻게 이런 소리가 있을 수 있을까? 신은 얼마나 거대하기에 나에게, 세상에 이토록 많은 것들을 뿌려놓은 것인가? 이것들은 모두 모으면 과연 신의 머리카락만 한 그것이 될까? 아마 그것조차 안 될 것이다. 이 세상은 참으로 보잘것없기에 아마 신의 피 한 방울만으로 넘침이다.

언제일까? 내가 일부가 되는 것은 언제쯤일까? 그래 그 준비의 기간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자. 이것이 내가 선택받은 존재라는 축복에 보답할 수 있는 길이다.

나의 보답은 무엇이 좋을까. 물론 평범하며 저 우둔한 존재들이 모두 할 수 있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당연히 내가 하는 것은 분명 저 치들과는 다를 것임이 틀림없다. 행하지 않아도 나는 느낄 수 있다. 이것은 당연한 진리이다. 우주를 순회하는 나에겐 이것은 나의 길잡이가 되어주는 것 당연하며 소중한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이것을 위해 보답을 해야만 한다. 받기만 하는 것은 몰상식한 자들이나 하는 짓이다. 그러니 나는 달리련다.

그래 달리자 이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다. 마음을 비우고 그 거대한 존재가 쉴 것이 있게 깨끗하게 나를 비우자, 그러기 위해 달리는 거다. 아마 평생을 달려야만 비워질 수 있겠지. 그것을 나는 느낀다.

아마 이것은 내가 맛보지 못한 일부가 되는 자들만의 깨달음이겠지. 그러나 이제 곧 그것이 나의 그것이 된다.

떨림이 시작된다. 나의 뇌수를 타고 짜르르 흐르는 전류가 되어 손끝과 발끝, 나의 폐를 지나 심장까지도 도달하는, 그런 것이 되어 나를 지나쳐 간다.

이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내가 일부가 될 자들을 위한 나의 축복의 순례가. /자작- stc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