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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그 여인

외통 2023. 6. 11.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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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만난 그 여인

태양을 등지고 싶어서가 아닙니다
지난밤 다하지 못한
정열을 소모하고 싶어서도
더욱 아닙니다

지하철 승강구에 나비처럼 흡수되어 가는
당신과 그 많은 시민은
사랑도
기쁨도
괴로움도 잠시 잊은 채

하루의 부가 가치를 위하여 플랫폼에
뛰어내리는 비둘기

잠시
호흡을 가다듬으며 승차 순번을 기다리는
당신의 뒷모습이 하도 아름다워
키가 커서
목이 길어서
눈매가 더욱 아름다워서
학이라고는 말하지 말기로 합니다

금세라도
하얀 장미처럼
웃음이 터질 것만 같은 그 얼굴
바람이 불기만 하면
나부끼는 머리카락 냄새 때문에
휘청거리는 그 허리 때문에
애처롭기까지 한 당신

웃기만 하면 실눈처럼
구름과 이슬이 스쳐 가는 그 눈매에
작은 파도가 이는 날이면
차라리 소나기마저 쏟아져 옴도 좋을 일입니다
공해에 물든 거리와
사상에 염색된 우리를 씻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태양을 등지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오늘과 내일을 향하는 길목에서 잠시
봄을 맞이함도 좋을 일이기 때문입니다.

/김경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