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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색 여자

외통 2023. 6. 11.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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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색 여자

그 여자는 자주색을 무척 사랑한다 했습니다. 나도 그녀의 아름다움을 위하여 크리스마스 선물로 자주색 머플러와 장갑을 선사한 일이 있습니다.

그 여자는 아주 유명한 C라는 고급 음식점의 페이스 마담이었습니다. 외국 손님과 더불어 회식하러 갔을 때, 그녀는 30 전후의 아름다움과 지성미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적당한 키와 몸매 꿈을 꾸는 것과 같은 눈동자에 하늘이 살고 있어서 나의 마음을 흡수해 가는 것이었습니다.

그 여자는 이상하게도 나의 옆에만 앉아있으면서도 술도 담배도 삼가라 했고 블루스 같은 춤도 추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참으로 이상한 여자라 생각했습니다. 회식이 끝날 무렵에 그녀는 속삭이듯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당신의 눈에는 시심이 넘쳐흐르고 있습니다. 돈으로도 직위로도 살 수 없는 아름다운 것입니다.」

그 여자와 나는 그 후 자주 만났습니다. 차도 마시고 식사도 했고 나는 시어들이 담긴 편지를 제비 둥지가 보이는 그녀 집 메일 박스에 수없이 넣고 했습니다. 눈 오는 날 우리는 지성이 그립다면서 울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여자는 참으로 놀라운 제안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당신이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저 2층 나의 침실 옆에 있는 나무를 타고 아무도 모르게 새벽 한 시에 찾아올 수 없을까요.」

며칠을 두고 그녀의 집 근처에서 결심을 미루고 있을 때, 이상하게도 무거운 하중이 어깨에 부가되어 오는 것을 느끼면서 그녀로부터 차츰 멀어져 가는 나를 보았습니다. 그저 그것뿐이었습니다. 그것은 이상한 심리 상태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바로 얼마 전 참으로 우연하게도 종로 네거리에서 그 여자를 만났습니다.

「당신이 그때 주신 자주색 머플러와 장갑은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자주색과 그때의 기억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벌써 20여 년이 흘렀는데도 그 여자는 역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김경린-좋은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