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가는 겁니까, 우리는?“
나는 또 물었다.
“그냥 가는 겁니다.”
누군가 대답했다….
그냥 가는 거란다.
시간처럼 물처럼 세월처럼 그냥 가는 것이란다.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 곳으로 그냥 꾸역꾸역 가는 것이란다.
낯선 지구의 어느 모퉁이에 다시 뿌리를 내리고 새로운 일기장을 쓰는 것이란다.
팔뚝에 새 시간을 새기고, 새 친구를 사귀고, 새 식당의 탁자에 앉아서 새로운 음식을 먹는 것이란다.
그냥 가는 거란다.
그냥.
/김정률 <캘리포니아의 좋은 아침> 중에서-시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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